미국 측, 의약품 협상장 또 박차고 나가

FTA 협상첫날 충돌…양국 대표 "불상사 없었다" 연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의 첫날 회의가 끝난 뒤 한미 양국의 협상단 수석대표는 "불상사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상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실은 이날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에서 미국 측 협상단이 지난번 2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금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의 '불상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시애틀에서 개시된 한미 FTA 3차 협상의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회의에서는 지난 8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별도로 열린 의약품·의료기기 협상에서 한미 양국 협상단이 합의한 대로 한국의 건강보험 의약품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제도의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미국 측은 의약품의 선별등재 및 가격결정 과정에 자국 업체들의 이익을 반영할 통로를 마련해 달라는 등 기존의 요구사항들은 물론이고 신약에 대한 특허권을 강화해 달라는 새로운 요구사항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 협상단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미국 측 협상단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고, 우리 측이 논의를 더 해보자며 설득하고 나서자 미국 측 협상단이 다시 협상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사실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우리측 협상단은 "덥고 시끄러워서 협상장을 옮긴 것일 뿐"이라고 뒤늦은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이날 협상이 끝난 후 미국 기업인들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한 자리에서 "회의장에서 불상사가 없었고, 많은 분과들에 가 보았더니 분위기가 좋았다"고만 말했을 뿐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협상에서 있었던 충돌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마찬가지로 "상품 분야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오늘이 협상 첫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 양국 협상단은 상품무역, 농업, 의약품·의료기기,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원산지·통관, 기술표준(TBT), 위생검역(SPS), 지적재산권, 총칙, 환경, 경쟁 등 총 14개 분과 또는 작업반의 협상을 개시했다. 섬유, 무역구제 등 미국 측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분과들의 협상은 7일 공식으로 개최된다.

농업분과 협상 "쌀 이야긴 없었다"

한편 이날 개시된 농업 분과의 협상에서 쌀을 포함한 한국 측 민감품목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농업은 민감한 분야여서 미국 측에서 분명한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품목마다 이야기하는 단계로 진행되고 있으며, 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종화 농업분과장은 "이번 3차 협상에서는 (농업 분과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미국의 관심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며 "이번 협상에서는 (농업 분과의 양허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지 않을 것이고, 다음 4차 협상 전까지 양측 모두 상대방의 요구를 감안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해 수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 측 협상단이 한국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상품 분과의 협상과 상대적으로 불리한 농업 분과의 협상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강조해 온 것과 관련해 한 기자가 "그런 전략이 아직도 유효하냐"고 묻자 배 국장은 "꼭 연계시킨다고 볼 수 없고, 꼭 그렇게 연계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