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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충격'으로 바뀐 팔레스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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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충격'으로 바뀐 팔레스타인의 삶

[분석]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기묘한 공존'

올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한 것은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의 주도권이 세속주의 세력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넘어온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까지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을 이끌어 왔던 팔레스타인민족해방기구(PLO)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등 세속주의 세력이다.

이처럼 하마스가 득세하게 된 것은 PLO의 주도세력인 파타의 무능과 부패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아프간 탈레반정권 수립, 알카에다의 등장, 그리고 레바논 헤즈볼라의 부상에 이르기까지 중동지역 전체의 정치적 흐름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최근 하마스는 미국 및 이스라엘의 하마스 정부 죽이기에 대한 대응으로 파타세력과의 거국정부 수립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는 이슬람세력과 세속주의 세력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뭉칠 수 있는가를 가름하는 중대한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팔레스타인 국제문제연구소의 마흐디 압둘 하디 소장이 세속주의적 팔레스타인인과 이슬람주의적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어떻게 공존을 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을 보내 왔다.


이에 앞서 <프레시안>에 게재된 홍미정 한국 외대 연구교수의 기고문 '분열? 화합?···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그리고 <프레시안>이 연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등과 함께 이 글을 읽으면 팔레스타인의 정국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치의식을 그려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편집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큰 영향 미친 '외적인 개입'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고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들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하고 분석할 수 있으려면, 전통적이거나 현대적인 이론에 의존하기 보다는 팔레스타인의 일상생활을 살펴봐야 한다.

이슬람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의 관계가 어떠한지 그려내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는 다양한 사회적인 사건들에 대해 깊고 세밀하게 읽고 비교할 필요가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슬람 문화의 뿌리가 깊고, 이러한 문화가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사회적 관계의 본질적인 성격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윤리적인 유산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서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들의 관계는 주변 아랍 지역에서의 보편적이고 지배적인 양상과는 다르다. 지난 30년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쳤던 '외적인 개입' 때문이다. 이러한 '외적인 개입'은 3가지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일상적인 행위에 '변화'를 강요한 '강제력'으로서 이스라엘군의 정책과 방침들이다.

두번째, 주민들의 생활과 심리에 영향을 미친 '이스라엘 사회의 문화'다.

세번째, 지정학적으로 고립되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농촌(보다 가난한)보다 서비스와 편의시설에 접근성이 더 좋은 도시(보다 부유한) 사이에 사회적인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근대화'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슬람주의자이건 세속주의적 경향을 지지하는 주민들이건, 공멸을 초래할지도 모를 내부의 논쟁이나 분쟁을 피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들의 유산을 지키면서 '이스라엘 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적응'하도록 강요했다.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적인 사람들 사이에 '공존'하는 방식은 사회적인 관습 일부에 스며들었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이 고인이나 친적 집에서 자치단체 건물로 옮겨진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장례식장은 이슬람 아랍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코란' 암송을 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조문을 하는 '사회적인 집회장소'에 가까워 보이게 됐다.

이러한 관습은 이슬람 문화가 적용되지 않는 비종교적인 사회라는 인상을 주지만, 동시에 장례식장에는 남자들만 참석하며 코란 암송이 행해지는 특별한 공간도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혼식에서도 비슷한 '공존' 방식을 볼 수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이 남자들만 참석하는 특별한 오찬이나 저녁 행사를 여는 반면, 세속적인 주민들은 남녀 모두 참석하는 저녁 축하 행사를 가진다.

중산층 중심으로 이슬람주의 세력 확대 가능성

이같은 새로운 관습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 사이에는 이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상반된 주장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비전과 입장, 그리고 실천적인 행동에서 확실한 차이점들이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라말라의 한 마을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입장이 허용되는 사원과 하마스 출신만 출입이 가능한 사원이 있다. 앞의 사원에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 금요일 예배가 이뤄지는 반면, 뒤의 사원에서는 이슬람이 위협받고 있거나 무슬림에 대한 음모가 있다는 듯이, '이슬람이 해결책'이라는 신념을 강조하는 설교가 행해진다.

알-비레흐에 있는 한 사원에서 금요일 예배가 행해지자 일단의 청년들이 떠나버린 것처럼 큰 규모의 사회적 사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과 자신감에 따라 (정치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소위 이맘(이슬람 사원 성직자)이 '포로 문서'에 대한 주민투표를 거부할 것을 요구하자, 무슬림들의 정치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세속적인 주민들이 동료의 장례식 때 사원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도 또다른 사례다. 이슬람 주의자들이 이러한 방식에 대해 반대하지 않으며, 양측은 모스크에서 조문하는 사람들과 밖에서 조문하는 사람들에 차별을 두지 않고, 장례절차를 함께 치른다.

그러나 이슬람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서안지구의 칼킬라는 자치단체가 각계 각층에 개방된 음악행사를 금지하고, 자치단체 건물의 창과 문들을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색칠한 것에서 보듯, 차이점이 대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한다.

점령에 따라 함께 겪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세속주의자들과 이슬람주의자들 사이에는 '사회- 정치적 간극'이 존재하고, 특히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중산층에서는 이슬람주의가 세력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합리적인 지식인들의 역할이 여론 형성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정치적 현안에 대한 견해 차이가 신성모독과 불경, 반역의 혐의로 비화되는 상황에서 그렇다.

(번역=이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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