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셀라 환자 142회에 걸쳐 '무차별' 헌혈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재완 의원에 따르면 브루셀라 병력자인 A씨가 지난 7월 6일까지 142회(발병 인지 전 및 치료 후 포함)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헌혈을 했다. A씨는 브루셀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2003년 이후에만 총 42차례 헌혈을 했는데, 이 혈액은 모두 혈액제제를 만드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멍들게 하는 브루셀라 브루셀라는 대표적인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브루셀라에 감염된 소는 도축해 땅에 매립하도록 돼 있다. 2002년부터 사람에게서도 확인되기 시작해 2005년까지 4년 사이에 158명이 확인됐다. 보통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수혈, 수유, 성교를 통해서는 사람 간에도 감염이 가능하다. 브루셀라의 치사율은 2% 이하지만 만성 경과 때에는 척추염, 골수염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완치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브루셀라에 감염되면 무기력증, 어지러움, 두통, 관절염, 안통 등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생물학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전염병이지만 국내에서는 농림부의 대응 미숙으로 2005년에만 감염된 소의 살 처분에 1000억 원을 썼다. 이렇게 살 처분 된 소는 무려 1만7690두나 된다. |
브루셀라는 완치 후에도 2년간 채혈이 유보되는데 A씨는 7월 6일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등록헌혈자'로 등재돼 있다. 등록헌혈자는 안정적인 혈액 공급을 위해 적십자사가 마련한 제도로 헌혈 부적격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피를 가진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왜 발생한 것일까? 바로 적십자사의 부실한 혈액 관리가 원인이었다. 적십자사는 A씨가 2003년 5월부터 2004년 8월까지 브루셀라 치료를 받으면서도 무려 31차례나 헌혈을 하는 동안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다. 더 문제는 2005년 A씨가 브루셀라 병력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무려 11차례에 걸쳐 헌혈을 하도록 했다.
만약 A씨의 혈액이 혈액제제를 만드는 데 사용되지 않고 환자에게 직접 수혈됐더라면 환자 역시 그대로 브루셀라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박재완 의원은 "A씨와 같은 브루셀라 환자 235명이 2006년 6월에도 '헌혈 유보군'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고 브루셀라 오염 혈액의 유통 가능성을 경고했다.
인간광우병 위험지역 거주자 혈액 관리도 '엉망'
<주간동아> 최근호는 이런 사실을 보도하면서 '인간광우병(v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관련해 헌혈할 수 없는 이들의 혈액이 적어도 14회에 걸쳐 출고된 사실도 고발했다. 수혈로 인한 인간광우병 전파가 우려되면서 영국을 비롯한 광우병 위험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헌혈을 할 수 없으나 그런 규정이 무시된 것.
적십자사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총 14회에 걸쳐 이런 '헌혈 배제자'의 혈액을 병원에 수혈용으로 공급하거나 혈액제제용으로 납품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4년~2005년에는 무려 9차례에 걸쳐 적혈구, 혈소판 등이 환자에게 그대로 수혈됐다. 이들 혈액이 모두 인간광우병에 오염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적십자사의 혈액 관리에 큰 구멍이 뚫린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잡지는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계속된 언론 보도로 B형·C형 간염, 에이즈와 관련한 혈액관리는 개선됐으나 이들을 제외한 브루셀라와 같은 법정 전염병 혈액 관리는 아직도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문진 과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종 오염 가능성이 있는 혈액이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
박재완 의원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서 채취한 혈액까지 모두 브루셀라 검사를 하기 어렵다면 브루셀라가 많이 발생하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혈액에 대해서라도 브루셀라 감염 검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혈액 검사를 통해 브루셀라 감염이 확인되면 적십자사와 질병관리본부가 협력해 등록·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소한의 대책 마련도 하지 않는 적십자사와 보건당국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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