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관리 부실로 무더기 기소됐던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적십자사의 혈액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부적격 혈액을 유출 시킨 당사자들은 고작 벌금형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적십자사 관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납득 못해"**
2003년 적십자사의 공익제보자들과 함께 적십자사의 부적격 혈액 유통을 감사원에 신고했던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0일 "법원의 적십자사 관계자에 대한 판결은 책임의 범위와 처벌 정도와 관련해 합리성이 결여됐다"며 "검찰은 이번 법원 판결에 굴복하지 말고 항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개인의 책임보다는 혈액 관리 체계의 미비가 큰 원인이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이는 과거와 현재 혈액관리체계 모두 헌혈자 과거 경력 조회가 언제든 가능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혈액관리체계가 일부 쇄신된 2004년 이후에도 계속 부적격 혈액이 출고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단순히 체계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적십자사는 지금까지도 혈액 사업의 양적 성장에만 큰 관심을 보일 뿐 혈액 안전 관리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다하지 못 하고 있다"며 "이번 법원의 판결은 적십자사의 책임을 덜어준 것에 불과하다"고 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난했다.
***AIDS, 간염 감염시켜놓고도 고작 '벌금형'**
이에 앞서 법원은 9일 검찰이 기소한 27명 중 19명에게는 벌금형을, 6명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2명은 공소기각). 검찰은 지난 2004년 AIDS, B·C형 간염, 말라리아에 오염된 혈액이 유통돼 수혈 감염된 피해 사례 21건을 적발한 뒤, 관련자 27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었다.
그 21건 중에는 AIDS 바이러스(HIV)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 받아 2차 감염된 가족 1명을 포함해 총 7명이 감염된 사례, B·C형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 받아 총 8명이 감염된 사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AIDS에 감염된 3명은 이미 숨진 상태다.
한편 2004년 이후에도 최근까지 혈액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HIV 양성 판정을 받은 헌혈자의 혈액이 고스란히 혈액제제 원료로 사용되고, B형간염 보유자가 헌혈한 혈액이 2명의 환자에게 수혈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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