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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무엇이 여전히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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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무엇이 여전히 문제인가

[한미FTA 뜯어보기 41] 정부는 '민주적인 태도' 갖춰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많은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가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미국이 의도하는 포괄적인 FTA가 FTA의 원래 목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확대를 위한 무역장벽 제거를 지향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도와 한국의 자세를 재점검해 보면

미국의 의도는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확대를 넘어 지적재산권, 투자, 노동, 환경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FTA 상대국의 법제와 관행을 미국 기준에 맞도록 변화시켜 미국 기업이 상대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데 최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FTA가 체결되고 적용되면 상대국의 경제정책, 사회정책, 문화정책에까지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미국의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간주하고 FTA를 통한 미국 기준의 수용이 곧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일부의 믿음이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급속하게 한미 FTA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과 환경, 철학이 다른 나라인 미국의 제도와 관행을 무조건 선진적인 것으로 보고 답습하려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

소위 선진적이라는 미국경제의 제도와 관행을 들여다보면 공공의 이익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경제의 효율 증진과 경제주체들 사이의 경쟁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제도와 관행은 또한 미국에 극심한 빈부격차와 적절한 사회보장의 부재 등 갖은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2005년 현재 모두 합쳐 연간 1조 달러를 넘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FTA를 통해 미국경제의 관행과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려는 생각은 한국의 공공정책과 사회안정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미 FTA가 양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겠으나, 이는 FTA가 본연의 목적인 상품과 서비스 교역의 확대를 위해 문제가 되는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경제의 환경과 여건이 다른 상대국의 제도와 관행을 자국 기준에 맞추어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지양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미국이 지금까지 포괄적인 FTA를 추구해 온 것이 경제적인 목적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에서였다면, 한국과의 FTA는 미국이 무역대표부 포트먼 대표가 말한 바 있는 '상업적인 중요성'을 인식하여 FTA의 원래 목적에 충실한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의 TPA 시한에 얽매일 필요 없다

이렇게 볼 때 한미 FTA의 추진과 협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국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여름에 만료된다고 해서 우리가 그 전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FTA가 한국 국내의 각 산업과 경제 전반, 그리고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직 충분한 조사와 연구도 돼 있지 않은 상황인데 협상을 서두를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내년 여름에 미 행정부의 TPA가 만료된다 하더라도 필요성만 인정된다면 그 뒤에 언제라도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한국은 현재 주력 상품의 대미 수출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FTA를 통해 무역장벽을 추가로 제거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시장개방 수준이 이미 높기 때문에 일부 섬유제품을 제외하고는 큰 폭의 대미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이 설사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다고 해서 그것이 한국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아니다. FTA 체결로 경쟁력이 높은 미국의 서비스 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그 결과로 한국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능하면서 안정적인 고용 창출에 기여하게 될지도 분명하지 않다.

반면에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한국에 대한 자국 농산물 수출의 대폭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입장이다. 아울러 미국으로서는 한미 FTA를 통해 서비스 산업의 한국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비교적 건실한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보다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더 절실하게 한미 FTA를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굳이 나서서 미국 국내의 정치적 일정에 맞추어 시한을 정해 놓고 한미 FTA 협상의 완료와 협정 체결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미 양국 정부 간에 FTA 협상이 예정대로 추진된다고 가정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간 한국 수출업체들을 괴롭혀 온 미국의 자의적인 반덤핑 제소와 상계관세 부과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 자의적인 반덤핑 제소와 상계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 자유로운 교역을 목표로 하는 FTA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미국 측이 한미 FTA 협상에서 반덤핑 제소와 상계관세 부과와 관련된 미국의 법제와 관행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미 FTA는 양국 모두의 국익에 부합해야 하며, 어느 한 체약국의 경제적 이익과 입장만 일방적으로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상호이익 도모라는 FTA의 취지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한국정부는 농업과 서비스, 기타 부문에서 미국에 양허하는 만큼 미국을 상대로 또는 미국시장에서 새로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파악해내고 그 부분에서 우리의 요구를 한미 FTA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 연안의 해운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도록 한다거나 한국의 기술인력이 미국의 관련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미국의 입국 및 비자 관련 규정과 관행을 변경하도록 해야 하며, 당연히 이런 문제가 양국 정부 간 FTA 협상에서 논의돼야 한다.

WTO 규정 통한 2차 파급영향에도 주목해야

지난 반세기에 걸쳐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한미 양국이 FTA를 통해 경제적, 정치적, 전략적 유대를 더욱 강화한다는 현 정부의 논리가 그 자체로 성립되기 위해서라도 양국의 이익이 두루 반영되는 공정한 FTA의 체결이 필수적이다. 상호이익 도모라는 측면에서 균형을 잃은 FTA가 체결될 경우 그것은 장기적으로 상대국에 대한 국민감정을 악화시킬 것이고, 따라서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 및 우호관계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양자 협정인 한미 FTA와 다자적 기속력을 갖는 WTO 규정의 관계도 문제가 된다. 한미 FTA에서 양자 간에 합의되는 서비스 시장개방은 WTO의 관련 규정에 의해 WTO의 모든 회원국으로 확산 적용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FTA를 통해 양자 간에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그 개방은 FTA 체약국에 한정되지 않고 WTO 서비스 무역 일반협정 제5조 제6항의 예외조항에 의해 현지투자의 형태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다른 WTO 회원국들로도 확대 적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개방 효과의 추가적인 확대로 인해 국내 경제에 초래될 영향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정부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주된 목적의 하나로, 보다 선진적인 미국 서비스 산업의 국내 진출을 촉진해 국내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국내 서비스 산업에 경쟁의 압력을 유입시켜 그 경쟁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한미 FTA라는 양자적인 접근방법이 최선인지, 이보다는 WTO 다자협상의 틀 속에서 미국뿐 아니라 다른 WTO 회원국들과도 협상하면서 한국의 서비스 분야 양허의 수준을 높이고 국내 서비스 산업의 해외진출도 도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 FTA가 계속 추진된다고 가정한다면 그 추진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부의 대외 통상협상에 대한 의회의 감독 기능이 법제화돼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정부가 대외 통상협상에 관해 국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지 않고 국회는 협상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지금 국회는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하면 그 뒤에 제한된 논의를 거쳐 찬반투표를 통해 비준 여부만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회가 감독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국민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FTA에 대해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그 주요 의제 및 협상내용에 관해 정부의 보고를 듣고 감독할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조속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대외 통상협상에 관해 국회에 보고할 의무를 정부에 부과하고 국회에 감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협상의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국민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대외 통상협상의 진행상황을 국회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려고 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비 기득권 세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탄생한 '참여정부'가 과거 정권들과 같은 권위주의적 비밀주의에 입각해서 한미 FTA를 추진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정부는 한미 FTA 추진에 있어서 그 계속추진 여부, 추진일정 조정, 협상의 방향과 내용 등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의 다양한 견해를 수용하고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민주적인 자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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