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국회 내에 초당적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 송영길 정책위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같이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당이 제안한 한미 FTA 국회 특위의 성격이 올 7월부터 진행되는 제2차 한미 FTA 협상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강해 민주노동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국회가 너무 깊숙이 협상에 관여하면 협상팀의 힘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난색을 표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30여 명의 의원들이 한미 FTA의 역기능 검증에 주안점을 둔 비공식 위원회를 내주 중 발족시킬 예정이어서 한미 FTA를 둘러싼 본격적인 의견 대립이 전개될 전망이다.
"1차협상 나름대로 성과"
협상단 보고 뒤 송영길 부의장은 1차 협상의 성과를 꼽으며 "의료와 교육 분야의 무분별한 개방으로 공공의료, 공교육 체계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미국은 이 부분에 관심이 없어 쟁점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스크린쿼터 문제도 영화인들은 추가적으로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을 우려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내용은 더 이상의 추가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은 진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분야 협상에서도 "미국이 농업분야를 유예조치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대표단이 협상 과정에서 잘 대응하리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쟁점이 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 미측이 난색을 표했다는 일반적인 전언과는 달리 그는 "이 문제가 공식 안건화 되고 미국측이 생각보다 성의 있게 들어준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송 부의장은 "우리당의 입장은 한미 FTA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소모적인 이데올로기적 문제보다 개시된 협상을 충실하게 뒷받침해서 국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FTA는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돌파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송 부의장은 이에 따라 7월부터 서울에서 진행되는 2차 협상을 지원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초당적 한미 FTA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그는 "김현종 본부장, 김종훈 수석대표 등이 시민단체와 언론에 불려 다니면서 결과를 설명하다보면 실질적인 우리의 전략이 노출될 수 있어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한미 FTA 특위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는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더라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아 알권리와 협상력을 높이는 문제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부의장은 "한미 FTA 문제의 최종 결정자는 국회인 만큼 시민단체 등이 공식적인 견해를 국회에서 제시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고 협상의 문제점이나 미비점은 없는지를 점검함으로써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홍 "협상단 평가만으로는 미진해…비공식 위원회 추진"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태홍 의원은 "국회 내 특위라는 것이 한미 FTA의 순기능 위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특위 구성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협상단의 평가만 가지고는 미진하다. 구멍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 내 '한미 FTA 연구 의원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 의원은 "국회 특위와는 별개로 내주 중에 비공식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지금 한미 FTA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중진 학자들까지 입을 모아서 IMF 이상의 재앙이 온다고도 하는데 그런 우려를 담아내는 장치가 국회 내에 전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비공식 위원회는 기존의 국회 한미 FTA 모임의 연장선 상에서 본격적인 자료 수집과 전문적인 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40~50여 명의 의원들이 함께 하겠지만 일단 우리당 의원들 30여 명을 중심으로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열린우리당의 특위 구성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을 국회가 조금이라도 인식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모든 일은 절차와 과정을 분명히 밟고 넘어가야 한다"며 "특위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FTA 협상 자료의 대국민 공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1차 협상이 끝난 지금 뒤늦게 국회 내 특위라는 제한적 형태로 하자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은폐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와 올바른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윤건영 정조위 수석부의장은 "특위가 정부 협상에 힘을 싣고 투명하게 운영되면 참 좋지만 국회가 너무 깊숙이 협상에 관여하면 협상팀의 힘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말하는 특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정부에서야 해당 상임위에 보고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일단 여당에서 특위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서 제안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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