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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길, '동북아 철도망'으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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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길, '동북아 철도망'으로 연다

[대륙 철도의 꿈(4)] 남북러중의 협력사업

지난 3월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1세기 시베리아 철도 국제회의'가 개최됐다. 한국철도공사의 이철 사장, 북한의 김용삼 철도상, 국영 러시아철도의 야쿠닌 사장이 한 자리에 모인 회의였다. 남북러 3국 철도당국 간 회의로는 최초였으며, 사실상 남북러 철도의 삼각협력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 다음 날 색다른 이벤트가 있었다. 달리는 시베리아 열차 안에서 남북러 철도의 최고책임자들이 '철의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남북러는 TKR(한반도 종단철도)와 TSR(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계시키는 사업에 대해 3자 간에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러시아는 조만간 '나진~하산 구간의 개량 사업'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국제 컨소시엄을 계획하고 있다.
  
  나진~하산 연결이 중요한 이유
  
  국내에서는 이 3자회의의 결과에 대해 환영했지만, 이전에 논의되던 수준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시각도 많았다. 사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연결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래가 장밋빛이었다. TKR과 TSR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는 금방 현실로 다가올 듯했다. 북한철도의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가 총 4차례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노선 선정과 재원 마련 문제로 인해 한동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북핵 문제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유가 상승에 따라 러시아 국내의 TSR 물동량 수요가 급증하자 TKR과 TSR의 연결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도 약화됐고, 그에 따라 북한의 불만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 2년 간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열린 이번 3자회의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최근 국영 러시아철도는 고민에 빠졌다. 부산과 보스토치니 사이의 해운과 보스토치니 항구의 운영이 독점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TSR의 경영이 악화됐고, 올해 TSR 운임을 30% 인상하자 한국 화물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영 러시아 철도의 신임 사장인 야쿠닌이 '부산~나진 간 해상수송 후 TSR을 경유하는 컨테이너 수송 사업'을 제시했다. 야쿠닌 사장은 크렘린의 실세이며, 극동에 대해 각별한 애착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는 '나진~하산 간 철도개량 사업'에 관한 의정서를 교환했다. 이는 북러가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나진은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남북러 3자 간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특히 해운의 부산~보스토치니 노선을 부산~나진 노선으로 대체할 경우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연간 10만 TEU(1 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량)의 우리 컨테이너가 TSR을 이용해 북유럽으로 수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협력 틀의 단계적 확대를
  
  실제로 남북러가 부산~보스토니치 노선을 부산~나진 노선으로 변경할 경우에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운임체계, 국경 통관절차의 간소화, 수송서비스 개선 등의 분야에서 보다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할 필요가 생겨난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해운항로의 변경이 10년 이상 끌어 온 나진선봉 경제자유무역지대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진~하산 간 철도개량 사업은 이렇듯 남북러 3자 모두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며, 국제사회에서 북한철도의 현대화 및 TKR~TSR 연결 사업이 공론화되도록 하는 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남북러 3자 간 회의를 정례화하고, 3자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쉬운 것부터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이 전체 사업에 선순환의 시너지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경유하는 대부분의 화물은 러시아와 핀란드로 운송되고 있으며, 향후 그 종착지가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북의 철도와 시베리아 철도가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TKR과 TSR을 경유하는 수송물량이 연간 50만 TEU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간의 철길 복원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아울러 철길이 연결되면 수송시간 및 비용의 절감 등으로 인해 인적, 물적 교류에 크게 기여하게 할 것이다. 이밖에 극동 및 시베리아 지역의 풍부한 자원과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수송로가 확보되고, 우리나라가 이런 지역의 자원과 에너지 개발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TKR을 TSR을 비롯해 TCR(중국 횡단철도), TMGR(몽골 종단철도), TMR(만주 종단철도) 등 대륙철도와 연결하는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각 경유지역별로 차별화되고 특화된 신규 수요를 창출해줄 것이다. 이 사업은 더 나아가 유라시아 지역 전체를 이어주는 국제 화물철도망으로, 그리고 동북아를 통합하는 국제 승객철도망으로 병행 발전할 것이다. 즉 서쪽으로는 중국과 연결되는 동북아의 인적, 물적 철도망이 형성되고, 동쪽으로는 러시아를 통한 유라시아 화물철도망이 형성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라시아 화물철도망은 남북러 사이의 TKR~TSR 연결 사업으로 추진하고, 동북아 철도망은 초기에는 한중 간 철도협력 사업으로 추진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남북러중을 아우르는 동북아 철도협력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동안의 양자협력을 3자협력, 다자협력으로 그 틀을 확대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철도당국은 이러한 동북아 철도 네트워크 시대에 대비해 동북아 철도를 이용한 시범운송을 제안하고, 동북아의 철도운송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동북아 철도운송 협정'을 마련해 제시함으로써 '동북아 철도협의체'의 구성을 선도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 비전 확보에 긴요한 프로젝트
  
  동북아 철도협력이라는 것은 단지 철도의 연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교류와 협력의 역사로 질서 있게 전환시키는 '평화의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의 미래 비전을 확보하는 데 긴요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프로젝트다. 유럽 철도망이 교통망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합시켜 유럽연합(EU)의 결성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듯이, 동북아 지역의 철도협력 인프라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의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반복한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자는 과거에 걸어 왔던 길을 생각해 보고, 현재 우리가 어느 길에 서 있으며 앞으로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철길은 바로 그 미래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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