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남북 철도연결은 투자가치 충분한 사업"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남북 철도연결은 투자가치 충분한 사업"

[대륙 철도의 꿈 (2)] 이철 철도공사 사장 인터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몸소 열차 편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것은 남북 간에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 철맥(鐵脈)을 뚫는 것입니다. 개성까지는 이미 여러 차례 북측 선로 점검을 해 왔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고, 평양까지도 남북 간에 서로 의지만 합치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김 전 대통령의 열차 편 방북은 '섬보다 못한 처지'에서 살아 온 우리가 드디어 대륙과 다시 연결되는 첫 걸음이 될 겁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 10일 철도공사 서울본부에서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편 방북이 대륙으로의 철도 연결을 촉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섬보다 못한 처지'라는 표현이 흥미를 당겨 좀 더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섬나라보다 못한 위치에서 벗어나 유라시아로"

"남북분단 이후 우리는 섬나라 사람들보다 못한 위치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섬나라 사람들은 그래도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 사방팔방으로 진출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영토는 물론이고 영해나 영공에도 아예 접근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흔히 반도국가라는 말을 하지만 우리(남한)는 북한에 가로막혀 대륙과의 접점을 상실한 상태이니 섬나라 사람들보다 못한 것이지요."
▲ ⓒ프레시안

그래서 그는 남북 간 철도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나 중국 횡단철도(TCR)와 연결한다는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결국 북한이 문을 열고 중간에서 철길을 이어주어야 한다. "북한이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가 철도를 통해 러시아, 중국과 하나가 되고 유라시아 대륙과 하나가 되면서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단번에 바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옛날 실크로드의 개척에는 장구한 세월이 걸렸지만, 지금 우리는 남북 간 철도 연결만으로 단숨에 육로로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를 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연결을 넘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활짝 여는 것이고 대륙과의 문화교류 통로를 내는 것이어서 대변화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고 찔러 보았다.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의 수송 효율성이 최근 많이 개선되어, 한국에서 유럽으로 물자를 옮기는 데 선박이 아닌 철도를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상대적인 이점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철 사장은 "그건 뭘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축하고는 숨도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해운과 철도수송은 차원이 다른 얘깁니다. 해운이 점과 점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철도수송은 점, 선, 면을 다 아우르는 것이지요. 철도가 지나가는 길, 특히 역사 주변은 다 철도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TKR(한반도 종단철도)과 TSR의 연결은 단순히 한국의 철도를 러시아의 철도와 이어준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유럽과 연결하는 것이고, 중앙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길을 여는 것이며,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자원 및 문화에 대한 접근로를 여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전제조건인 남북 간 철도 연결은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고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사업입니다."

"외교적 협의 전담할 '철도 대사' 임명 필요"

여기까지는 철도당국 책임자인 이철 사장이나 그를 인터뷰하는 기자나 흥겨웠다. 실제로 그는 "우리의 꿈", "꿈의 실현", "민족적 사업" 등의 표현을 구사하며 큰 그림을 그려냈다. 과거 선조들의 활동무대였지만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만주벌판, 그리고 그 너머로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유럽으로까지 상상력을 넓혀주는 대화를 하다보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구체적인 이야기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다소 갑갑해지는 느낌이었다.
▲ ⓒ프레시안


'지난 3월 중순에 러시아에서 열린 남-북-러 3국 철도당국자 회담에서 TKR과 TSR 연결에 관한 실무협의 체제를 갖추기로 하는 등 몇 가지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그 후속조치는 잘 되어가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이 사장의 답변은 "구체적인 진척은 아직 없습니다. 굳이 얘기한다면 진척을 준비 중이라고 할까…"였다. 그러면서 그는 "철도당국 회담에 내가 갔었지만, 사실 남북 간 철도 연결은 철도인들뿐 아니라 언론과 국민, 정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진행해야 할 민족적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그건 그렇다. 사실 남북 철도 및 TKR과 TSR의 연결은 주변 관련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국가 기간교통망 정책과도 연계돼야 하며, 국가예산에 투자지원 자금이 편성돼야 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족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대목도 많은 사업이다. 따라서 건설교통부, 외교통상부, 국방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등을 중심으로 범정부적 차원의 유기적인 정책 입안과 실천이 필요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종합적이고도 유기적인 사업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철 사장은 "각 부처마다 들여다보면 다 사정이 있다"면서 "어느 부처에서 주도하고 어느 부처가 무엇을 협력해야 하는가가 불분명하고 관련 부처 간 조율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도 사업이라는 것이 원래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체계적인 사업추진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내 생각에는 관련국들과의 외교적 협의를 전담할 '철도 대사' 직을 신설해서 유능한 사람을 임명해 활동하도록 하고, 관련 각 부처가 그와 협력하면서 적절히 업무를 분담해 일을 추진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위해서는 노후한 북한 철도 개보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문제 역시 아직은 해결방안의 윤곽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이미 오래 전에 관련국들이 두루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일부 보수진영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나 원조지원 이야기만 나오면 그 내용도 가리지 않고 무작정 '퍼주기 한다'고 이의제기를 하고 나서는 통에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몸 사리기가 극심하다.

"중국의 관심에 주목하고, 국내 설득에 노력해야"

이런 사정 때문인지 북한 철도 개보수를 위한 투자 문제가 국내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남-북-러 3국 철도당국자 회담에서 합의된 '러시아 하산~북한 나진 구간의 철도 보수공사에 대한 남한의 참여'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철 사장은 "하산~나진 구간의 철도 보수공사에 우리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구간의 보수공사는 북한 철도 개보수 사업의 사실상 첫 사례인 데에다 길게 내다볼 때 TKR과 TSR의 연결과 직결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협의를 요청해 온 바가 있느냐'고 묻자 이철 사장은 "아직 협의한 바 없다"고 대답했다.
▲ ⓒ프레시안

북한 철도 개보수와 관련해 이철 사장은 "1단계 과제가 문산~개성 구간의 개량이라면 2단계 과제는 하산~나진 구간의 개량이며, 그 다음 3단계는 개성~나진 구간을 포함한 북한 내륙의 철도망 개량"이라며 "상업적인 열차 운행은 나중으로 돌리더라도 일단 물리적인 남북 간 철도 연결은 이런 3단계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정부에서 하산~나진 구간의 북한 철도 개보수 공사에 참여하는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중국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러시아가 하산~나진 구간의 북한 철도 개보수 공사를 주도적으로 맡기로 남-북-러 3국이 합의한 것에 중국이 자극받은 모양이다. 남북 간에 철도가 연결될 경우 TKR의 물류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주는 연결노선을 놓고 중국은 러시아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이 이철 사장과 인터뷰를 한 날 중국의 <인민일보>가 이례적으로 기자를 보내 이철 사장과 특별 인터뷰를 하도록 한 것도 러시아와의 이런 경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철도공사 관계자는 말했다.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중국 쪽의 관심에 대해 이 사장은 "과거에 러시아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부동항 확보 경쟁을 벌였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그동안에도 중국과 물류 연결과 관련한 실무접촉은 계속해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철도 연결과 관련해 중국 쪽과 정책협의를 하는 데는 크게 미흡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평택시 등 서해 연안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내놓은, 열차를 선박으로 싣고 바다를 건너가 중국 철도에 올려놓고 달리게 하는 이른바 '열차 페리' 구상에 대해서도 이 사장은 "그것은 남북 철도 연결을 보다 빨리 실현시키는 촉진효과를 낼 것"이라며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남북 간 및 TKR과 TSR 간 연결 구상의 현실화를 가로막고 있는 최대의 걸림돌은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이철 사장은 "그런 점도 있지만 남측 내부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북한도 남북 철도 연결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북한 최고위층에서 정치적 결단만 내린다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남북 철도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북한 측에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우리 내부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형성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내 설득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