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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에서 잠자던 철마가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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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에서 잠자던 철마가 깨어난다

[대륙 철도의 꿈(3)] 경의·동해선 시험운행 채비

남북은 13일 제12차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을 통해 오는 2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를 시험운행하기로 합의했다. 군사적 보장합의서가 선행돼야 하지만 시험운행이 실현될 경우 사실상 55년만에 철마가 군사분계선을 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남북 간에 철길이 열리는 것은 분단된 국토를 연결한다는 상징성과 함께 남북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 철도연결 사업, 2년 간의 공백 끝에 부활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간은 철길을 열기 위한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2000년 9월 경의선 연결 공사가 시작되면서 1년이면 열차가 운행되리라던 기대와 달리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더구나 북핵 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냉각되었고, 낙후된 북한철도 현대화에 대해 러시아는 소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듯했다.
  
  이 시기에 우리는 남북 철도연결 사업의 역동성뿐만 아니라 국제환경에 따른 불확실성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2년 간의 공백 끝에 최근 남북 간 철도연결 사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북-러 철도운영자회의가 개최됐다. 북-러는 나진~하산 구간의 철도 개량 사업에 합의하였고, 남-북-러 3자는 TKR(한반도 종단철도)와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데 동의했다. 철도 최고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인 회의였고, 그 어느 때보다 실천의 가능성이 엿보인 회의로 평가된다.
  
  이번 남북 간 열차 시험운행 합의도 이전과 달리 상당히 구체적이며, 시험운행에 필요한 공사도 대부분 완료됐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도방북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그 내용은 종전과 달리 철도사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실현 가능한 것부터 풀어가자는 것이다. 쉬운 것부터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이 전체 사업에 선 순환적 시너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험운행을 넘어 정상운행까지 가려면
  
  하지만 남북 간 연결된 철도가 시험운행을 거쳐 개통한 뒤에도 정상운행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제4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합의서가 체결돼야 한다. 이는 임시 보장합의서가 아닌 정식 보장합의서로 채택돼야 한다. 열차 운행에 필요한 남북 간 열차운행합의서는 2004년에 이미 체결된 바 있지만, 통신망과 함께 차량운행사무소의 설치 및 운영도 추진돼야 한다.
  
  또한 경의선의 경우에는 시험운행을 위한 철도차량을 이동시키는 데 문제가 없지만, 동해선은 우리 측에 120km에 이르는 미연결 구간이 있으므로 시험운행을 위해서는 철도차량을 그쪽으로 옮기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열차운행합의서는 분계역 사이의 운행에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합의서에 근거한 열차운행은 그 활용도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개통이 이루어질 경우 초기에 경의선은 개성공단 직원의 출퇴근 용도로 활용될 수 있고,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객을 수송하는 열차를 운행하는 철도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장거리, 대용량 수송수단으로서 철도의 역할을 살리기 위해서는 분계역 사이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대륙 사이의 철도 연계를 고려한 법적, 제도적, 기술적인 보완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현재 북한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디젤열차를 우선 투입하게 되겠지만, 디젤열차로는 운행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 구간이 전철화된 시베리아철도는 한 번에 70~100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하지만, 곳곳에 디젤열차를 투입하는 중국철도는 50개 컨테이너만을 실어 나른다.
  
  국제사회의 북한철도 현대화 논의 촉진효과 기대
  
  하지만 전기기관차를 투입하는 데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남한의 기관차에는 교류 25KV, 북한의 기관차에는 직류 3KV의 전기로 운행되고 있고, 쌍방 간 신호체계도 다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전력사정이 개선될 경우 전기기관차를 투입하고 분계역에서 기관차를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현재 북한, 중국, 러시아는 국경에서 기관차를 교체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화물차량을 격년제로 공동이용하기도 한다.
  
  이밖에 기관차의 운영, 요금의 정산, 여객과 화물의 수송 방법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수송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철도운송협약을 남북 간에 정비해야 한다. 더 나아가 향후 우리 철도가 중국, 러시아, 유럽과 연계운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 승객·화물 운송협정을 관장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에도 가입해야 한다.
  
  운영체계와 함께 인프라의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북한은 철도 의존도가 높지만 철도가 노후화된 상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0여 년간 보수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속20km로 운행하는 곳이 상당수다. 열차가 마라톤 선수와 같은 속도로 달리니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북한철도의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가 총 4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노선 선정과 재원 마련 문제로 인해 현재 답보상태다.
  
  그러나 지난 3월 남-북-러 철도운영자회의에서 북한은 가장 효율적인 노선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에 동의함으로써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재원 마련의 현실적인 방법으로 국제컨소시엄이 논의되고 있다. 조속히 남북 간에 철도가 개통되고 남북 간이나 국제적으로 컨테이너 수송 시범사업이 성사된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이 공론화되도록 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논의되었던 '부산~나진 간 해상 수송 후 TSR 경유 컨테이너 수송'도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앞으로 남북 간 또는 남북러 3자 간에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가 시작된다
  
  유럽 철도망이 교통망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합해 유럽연합(EU) 결성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듯이, 현재 진행 중인 남북 간 철도 연결은 한반도에 실질적 협력의 인프라를 마련해줌으로써 남북관계의 발전을 촉진하는 기폭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 모두의 염원이었고, 잠자던 철마의 꿈이었던 남북의 철도 개통이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남북 철도의 연결로 한반도의 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철도망의 연결은 국경 없는 인적, 물적 교류를 가능하게 해준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우리 민족의 위상이 국제무대에서 더욱 상승하며 빛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희망과 그 실현이 지금, 여기서, 곧 이루어지려고 하는 남북 철도의 개통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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