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미국계 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것이 불가피했다는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20일 성명을 내고 "과도한 충당금이 없었다면 론스타의 자금도 필요없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충당금을 기준보다 1조원 더 쌓은 건실한 은행 보고 부실은행이라니…"**
한덕수 부총리는 전날 한 강연에서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 BIS 비율은 4.4%로 떨어졌을 것이고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며 "금융시장을 외환위기 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몰아갈 폭발적 요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당시 외환은행이 일시적인 어려움은 있었지만 투기펀드에 매각해야 할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문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반면, 이를 부인하는 자들이 인용하는 것은 출처불명의 괴문서 몇 장 등 모두 론스타의 불법적인 로비에 사용된 의심을 받고 있는 자료일 뿐"이라면서 "A4 한 장짜리라도 좋으니 공식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특히 노조는 정부 관계자들이 2003년 말에 BIS 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내세우는 외환카드 문제에 대해 "2003년 12월의 경우 카드부문의 연체는 460억 원 증가한 반면 충당금은 9000억 원 추가적립했다"면서 "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이익창출이 꾸준한 상황에서 기준 이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충당금 규모가 은행부문을 포함해 1조 원대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론스타의 신규자금 1조750억 원은 사실상 없어도 되는 돈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12월 한 달에 카드부문 충당금만 9000억 원을 추가적립하고도 실제 BIS 비율이 9.32%에 달했던 은행을 무슨 근거로 파산 위기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자들은 혹시 대손충당금은 지급준비금 명목의 유보된 이익금일 뿐 부실여신과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괴문서 근거로 실사나 검증도 없이 내준 매각승인은 명백한 불법행위"**
노조는 외환은행의 매각 자체가 불법행위라는 점도 지적했다.
노조는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아닌 사모펀드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으며, 같은 법 시행령의 예외조항 적용 대상인 '부실금융기관'은 실제 BIS 비율이 2.0% 미만이라고 금산법과 은행감독규정 등에 규정돼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유일한 근거는 전망치였으며, 그 전망치(6.2%)마저 출처불명의 괴문서를 별도의 실사나 검증도 없이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외화은행 매각은 명백한 불법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노조는 "특히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당시 론스타로의 매각 추진이 이강원 전 행장을 비롯한 '3인방'이 주도한 것이었을 뿐 외환은행의 공식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점"이라면서 "이들이 감독당국 등에 제출했다는 '전망치 5.4%'니 뭐니 하는 문서들도 공식 재무라인과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로비용 문건에 불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노조는 한 부총리가 '외환은행 매각은 불가피했다'는 발언을 한 뒤에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도 같은 주장을 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외환은행 인수) 당시는 외환위기였고, 외환은행은 공식적으로 자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었다"며 "당시 BIS가 6.2%로 나왔는데, 외환카드로 인한 손실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자본을 투입하지 않았으면 이 수치가 4.4%로 내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미국계 투기펀드 론스타와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같은 날 같은 주장을 했다"면서 정부 측과 론스타 사이에 뭔가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한 부총리와 그레이켄 회장이) 마치 짜맞춘 것처럼 똑같이 내세운 주장은 불법매각의 핵심 가담자로 지목받고 있는 전 재경부 금정국장이 지난해 처음 한 얘기"라면서 "일국의 금융정책 업무를 봤다는 사람이 오직 자신만 살겠다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 얘기에 불과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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