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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총제 폐지하라고? 그럼 '더 센 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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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총제 폐지하라고? 그럼 '더 센 놈' 온다

공정위 "순환출자규제법, 이중대표소송 등 다각 검토"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를 요구해 온 재계에 '공정위발 역풍'이 불고 있다. 공정위가 순환출자에 기초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는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순환출자에 의한 재벌 지배구조, 반드시 손본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취임 후 첫 정례 브리핑에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출총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며 '조건부 출총제 폐지'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재벌의 순환출자는 단계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발언은 재계가 출총제 폐지를 요구하는 실제 이유가 순환출자에 의한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점에서 출총제가 폐지되더라도 '더 센 놈'이 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일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권오승 위원장은 재벌 문제의 절반 이상은 순환출자에 의한 소유지배구조에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출총제의 대안으로 공정위 차원을 넘어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까지 참석한 각 부처 장관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출총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이 자리에서 대기업 규제 정책의 개편방향이나 실시일정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권 위원장은 학계에 있을 때부터 복안으로 갖고 있던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권오승 위원장은 이 간담회에서 재계의 직접적인 반발을 불러올 '순환출자규제법' 제정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환출자는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재벌총수 일가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교묘한 출자 방식으로, 출총제는 오히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규제'는 출총제에서 규제하고 있는 출자 자체는 허용하되 출자하는 방식을 규제하는 것이다. 기존에 순환출자한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고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거나, 순환출자를 할 경우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 "주력업종 계열사를 사업지주회사로 간주하는 방안도 검토"**

공정위가 '아이디어 차원'이라면서 검토하고 있는 또 다른 방안 중에는 재벌의 주력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를 '사업지주회사'로 간주해줌으로써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는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주식 가액의 합계액이 사업지주회사 자산 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삼성그룹의 경우 주력업종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자체 사업 분야가 크기 때문에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계열사를 사업지주회사로 간주해주자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력업종 계열사를 사업지주회사로 간주해줄 경우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주식 가액의 합계액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지, 자회사의 지분은 어느 정도 소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을 넘어 회사법으로 순환출자의 폐해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이중대표소송'이다. 이 방안은 참여연대가 '사후적 규제' 방안으로 입법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제도다.

이중대표소송은 순환출자에 의해 지배를 받는 자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을 경우 모회사(또는 지배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밖에 일본처럼 사업지배력이 과도한 대기업의 등장 자체를 막는 규제정책도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권오승 위원장은 "일본의 재벌은 총수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 재벌은 총수가 있어 성격이 다르다"면서 "참고사항은 돼도 우리 현실에 별로 도움은 되지 못하는 방안"이라고 이미 '대안'으로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동규 공정위 경쟁정책본부장은 "권오승 위원장이 출총제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재벌의 순환출자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공정위 차원을 넘어 재벌들이 굳이 순환출자를 유지할 필요가 없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순환출자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사후적 방안 등 상법 상의 제도 도입 등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권오승 위원장, 재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주목**

그러나 그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등과의 협의 과정 등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망에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예상보다 재벌 문제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권 위원장은 원래 경쟁시장 정책 전문가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규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는 첫 정례 브리핑에서 재계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재벌'이라는 용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는가 하면, 재벌 총수들과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던 전임 위원장과는 달리 "재벌 총수들과 만나봤자 출총제를 대신할 제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새로운 방안을 확정한 뒤 설득하거나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그 전엔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재벌 총수들과 거리를 두었다.

권 위원장은 또 정몽구 현대차 회장 부자의 '1조 원 사재출연 결정' 소식을 접하자마자 "돈으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것은 전근대적 방법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질타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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