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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총제 폐지 기정사실화?…대안도 없이?

시민단체들 "시기상조…재벌개혁의 구체적 대안부터"

재벌들이 '투자를 저해하는 악법'이라면서 폐지를 요구해 온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계의 주장에 동조하는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폐지 시기와 대안 마련에 관한 논의를 반년 정도 앞당기기로 하면서 출총제는 이제 폐지의 시기만 놓고 저울질하는 형국이다.

***출총제 폐지론자들 "출총제는 음주운전 사고 막겠다고 음주 못하게 하는 격"**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출총제 폐지 움직임에 대해 잇따라 논평을 내고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출총제 폐지론자들은 출총제를 "음주운전 사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음주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에 비유하며 "투자만 저해하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출총제가 사전적 규제 성격이 강한 제도"라는 문제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에서 유일한 재벌체제 폐해 규제수단으로서, 사후적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출총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출총제의 대안으로서 일본의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2년 11월에 우리나라 출총제에 해당하는 '대규모 회사의 주식 보유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했다. 대기업의 출자 제한을 풀어주는 대신, 문어발식 형태를 갖춘 대기업의 등장은 막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총자산이 15조 엔(150조 원)이 넘는 대기업은 5개 이상의 사업분야(각 매출액 6000억 엔 초과)에서 각각 자산총액 3000억 엔을 초과하는 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또 총자산이 15조 엔이 넘는 금융회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비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으며, 자산규모와 관계없이 상호관련성이 있는 5개 이상의 사업분야(각 매출액 6000억 엔 초과)에서 각각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계열사를 소유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출총제 폐지 주장은 경영권 방어 때문"**

공정위도 이같은 일본의 제도를 출총제의 대안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전후의 재벌 총수들이 이미 모두 물러나면서 사실상 재벌이 해체됐다"면서 "일본의 사전적인 대기업 규제 제도는 매우 느슨한 규제이며, 그것은 '음주운전'을 할 위험이 농후한 우리나라 재벌과 같은 대기업이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원래 재벌의 문제는 '음주'를 못하게 하거나 '음주단속'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에서 출총제의 한계가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상법으로 사후적 규제를 강력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대안은 전혀 도입할 의사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출총제를 폐지하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출총제 폐지론자가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투자 저해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최근 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는 활성화되어 있으나,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종의 투자가 부진한 '투자의 양극화'가 문제로 나타났다"면서 "재벌들이 출총제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경영권 방어'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정거래법 상 '출총제' 규정에 해당하는 제10조는 원래 '자기자본 25% 이상을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다'는 간단한 규정이다. 그런데 지금은 A4용지로 4페이지에 걸쳐 16개의 예외조항이 추가돼 누더기가 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출총제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재벌들의 이의제기에 따라 계속 예외조항을 만들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재계에서도 출총제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교수는 "자기자본의 25%라는 비율로 출자를 제한한 것은 자의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각종 예외규정이 만들어지는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상법에 사후적 규제장치를 만들지 않고 출총제부터 폐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 "집권 후반기 재벌정책 후퇴하는 행태"**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17일 논평을 내고 "최근 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이 갖는 문제점이 엄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 이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지배주주가 순환출자를 통해 실제 지분율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출총제의 도입 목적이 아직 전혀 달성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출총제 폐지 기도'에 제동을 걸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18일 논평에서 "출총제 폐지 기도는 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의 후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반복되고 있는 재벌비리, 변하지 않은 재벌의 행태는 출총제의 폐지가 아니라 출총제를 유지하고 재벌개혁이 지속되어야 함을 증명해주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출자 규제가 투자를 저해한다'는 재계의 불합리한 주장에 휘둘려 기업지배구조와 경제력 집중을 견제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출총제를 대책도 없이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평가도 대안도 없는 상태로 출총제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인과관계가 뒤집힌 거꾸로 된 정책"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일구이언'을 꼬집었다.

경실련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공정위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3년이 지난 올해 말에 기업지배구조의 실질적인 개선 여부와 경영 및 회계의 투명성 확보 여부를 평가하여 출총제 존속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대통령의 핵심공약을 뒤집고 집권 후반기 재벌정책의 후퇴를 반복했던 과거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반복하는 참여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경고했다.

김상조 교수는 "상법에 증권뿐 아니라 일반적인 집단소송제 같은 강력한 사후적 규제장치를 도입한다면 얼마든지 출총제 폐지에 찬성할 수 있다"면서 상법 개정을 촉구했다.

집단소송제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김 교수는 '이중대표소송'과 '회사기회 편취 금지' 규정을 제시했다. 이중대표소송은 자회사(또는 종속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을 경우 모회사(또는 지배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또 회사기회 편취 금지는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가 있을 때 이를 회사에 귀속시켜야 함에도 대주주 등 특정인의 이익으로 돌리는 행위를 막는 규정이다.

참여연대는 이중대표소송과 회사기회 편취 금지를 상법에 도입하기 위해 이미 입법청원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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