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한덕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최근 비공식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존폐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부는 대기업 정책의 근간을 담고 있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 마무리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출총제 폐지 등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한상공회의 특강에서 "출총제나 금산분리 정책 등이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별 위반이 적어지면 원천봉쇄는 완화할 수 있다"고 출총제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노대통령, 재경부 장관 등과 출총제 존폐 논의**
1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주 한덕부 재경부 장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등과 비공식 모임을 갖고 출총제 존폐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재경부는 2007년, 공정위는 2008년에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재경부, 산자부 등 관계부처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를 총망라한 '시장경제선진화TF'를 구성해 오는 7월부터 출총제 등 대기업집단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은 16일 "노 대통령이 지난주 경제부처 장관들과 비공식 간담회에서 출총제와 관련된 논의를 한 것을 사실이지만 출총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비서관은 "올해 시장개혁 로드맵이 마무리되는 것과 관련해 출총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 외에도 경제 상황 및 수출 상황에 대한 점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반발 예상**
출자총액제도는 자산 6조 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다른 기업에 대한 출자의 한도를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제도로, 경제력 집중 억제와 순환출자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권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출총제는 지난 1997년 재계의 반발로 폐지됐으나, IMF 사태의 주요 원인이 재벌의 순환출자에 의한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있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2002년에 부활한 바 있다.
이처럼 재벌개혁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출총제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정치권의 입장이 폐지 내지는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2일 당정협의에서 한국전력과 KT, 포스코, 철도공사를 출총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우건설 등 정부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6개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기업의 출자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한상의 특강을 통해 출총제 폐지를 시사한 데 이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같은 날 '2080 CEO 포럼' 특강에서 "출총제는 당장 폐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참여연대 등 출총제 폐지를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이 5.31 지방선거와 대선 등 선거를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출총제 폐지 움직임이 빨라질 경우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올해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한화, 두산, 금호아시아나, 동부, 현대, CJ, 대림, 하이트맥주 등 14개로 작년보다 3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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