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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사상최고치…정부 "최악의 경우 석유배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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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사상최고치…정부 "최악의 경우 석유배급제"

이란 핵개발 문제, 중국 수요 증대 등 악재 많아

뉴욕 원유시장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의 가격도 각각 71달러대, 64달러대로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공급 면에서는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미국-이란 간의 갈등 고조, 나이지리아와 이라크의 정정 불안, 미국 휘발유 재고의 감소 등이 국제 유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 면에서는 중국·인도의 경제성장 가속 등이 국제 유가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서부텍사스 중질유, 브렌트유, 두바이유 모두 최고가 갱신**

1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5월 인도분은 지난 주말 마감가에 비해 1.08달러(1.6%) 상승한 배럴당 70.40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9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치다.

이날 뉴욕 유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시설을 강타했던 지난해 8월 30일 유가가 70.85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70.45달러까지 장중 한때 올라갔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역시 지난 주말 마감가에서 0.89달러 상승한 배럴당 71.46달러에서 거래가 마감됐으며, 장중 71.6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런던 원유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된 1988년 이후 장중 최고가다.

동시에 두바이유의 마감가 역시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4.7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마감가에서 1.78달러 급등한 것이며,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약 40% 상승한 수치다.

***석유 전문가들 '이란 핵 문제와 중국 수요 증가가 주된 요인'**

이날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은 이란의 핵 개발을 놓고 지속돼 온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1분기 경제실적이 발표되면서 이미 상승국면에 있던 국제 유가 상승이 더욱 가팔라졌다.

17일 세계 4위의 석유 생산국인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에 5000만 달러의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해 다시금 미국을 자극했다. 이란은 이미 지난주 핵 발전소를 가동하기에 충분한 우라늄을 생산했으며, 또 미국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4만 명의 특수 병사도 양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고려하는 외에 자산 동결, 비자 규제 등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이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에 대비해 미국이 정부 비축유의 규모를 8년 만의 가장 많은 3억4530만 배럴로 늘린 것도 유가가 상승하는 데 중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지난해 허리케인으로 파괴된 멕시코만의 정유시설이 아직 복구되지 않아 하루 3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다음달 미국의 휴가철이 시작되면 미국의 석유 소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이날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10.2%로 집계됐다고 발표한 것도 유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급진전되고 있어 앞으로도 중국의 석유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도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내전으로 인해 그동안 하루 50만 배럴 이상을 유지했던 원유 공급을 중단한 것도 유가가 상승한 요인이다. 세계 3위의 산유국인 이라크도 국내의 정정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추가로 원유를 생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전문가들은 뉴욕 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70달러 선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PEC "석유 공급엔 문제 없어"**

이런 원유 수급난에 대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OPEC 고위 관계자는 "(OPEC의 석유 생산국들은) 현재의 산유량을 조정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OPEC는 이번주 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에너지포럼에서 별도의 비공식 회의를 갖고 현재의 원유 수급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OPEC 국가들은 국제 유가의 상승을 공급의 부족 탓으로 돌리는 것을 경계했다. 카타르의 압둘라 알 아티야 석유장관은 지난 17일 "OPEC는 이미 최대량의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인 투르키 알 파이살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원유 생산 능력은 충분하며, 심지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은 원유 공급량의 부족이 아니라 미국·중국· 인도 등의 수요 증대와 정유시설의 부족 등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석유수급 당장은 차질 없어"…"최악의 경우 석유배급제"**

국제 유가가 이렇게 급등세를 보이자 18일 우리 정부는 지금 당장 원유 수급 상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국내 비축유는 정부 보유분과 민간 보유분을 합쳐 1억4950만 배럴로, 이는 우리나라가 약 11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그러나 정부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각 단계별로 적절한 에너지 소비 억제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원유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민간 정유사와 함께 대체 수송로의 확보, 원유 수입 국가들의 다양화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나아가 정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고 석유 배급제까지도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자원부의 이원걸 제2차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해외자원의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자원 개발 협력이나 협정을 체결한 자원 보유국이 19개국으로 확대됐다"며 "현재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대형 유전을 포함해 100억 배럴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걸 차관은 100억 배럴은 우리나라가 12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흔히 유가가 오르면 절약에 나서지만 하락하면 곧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3+6=9 국민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연간 2조6000억 원의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6=9 국민실천운동'이란 사용하지 않은 조명의 소등, 사용하지 않은 컴퓨터의 전원 끄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등 3가지 생활 실천 방안과 대중교통 이용의 생활화, 자동차 공회전의 자제 등 6가지 절약 방안 등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절약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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