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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투기 근절 없는 부동산 대책은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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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투기 근절 없는 부동산 대책은 허구"

[기고]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수사기구 필요

부동산 투기에 앞장선 공무원들이 대거 검찰에 구속되면서 부동산 투기 대책에 앞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8.31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하던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장담이 공직자에 대한 단속 없이는 허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27일 검찰과 국세청 등 정부 합동단속반이 4개월간 조사한 끝에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개발정보를 제공하거나 부동산 불법거래를 도와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챙긴 공무원을 27명을 적발하고 그 중 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올해 초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때 재산이 늘어난 상위 20명 중 60%인 12명이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은 적이 있으며, 노무현 정부 들어 취임한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문제로 줄줄이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이번 검찰 발표를 계기로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대한민국 망국병'으로 규정해 강도높은 대책을 촉구해 온 경실련의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이 28일 <프레시안>에 공직자 부동산 투기 근절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공직자 부동산 투기,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부동산 개발정보 입수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이 부동산 투기에 앞장선 사례가 또 대거 적발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고위 공직에 임명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임명된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과거부터 공직에 몸담았거나 공직에 재직했던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들 중 대다수가 주택과 토지(특히 농지와 임야)를 불법, 편법, 탈법으로 취득하고도 해당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임대나 매각 과정에서 소득을 축소하거나 허위로 신고했던 자들도 상당수 드러났다.

이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한다'면서도 경제관료들은 과거 개발독재 시절의 관료 출신들을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초반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 인권위원장, 건교부 장관과 차관, 헌법재판관, 주미대사 등 매월 한 건씩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고, 그때마다 투기의혹을 받은 이들은 물러나지 않으려 버티다가 결국은 물러났다.

언론과 시민사회 등에서 공직자의 임용 과정, 재산 등록과 공개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를 위해 편법, 탈법, 불법 행위를 했다는 의혹과 실제의 불법 사실이 불거져야만 투기 공직자들은 마지못해 물러나는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언론사 사주 출신 주미대사와 그 일가의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 고위 공직자의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투기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그 간 대응을 바라보면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개혁의지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투기문제가 밝혀진 이후 지금까지도 명확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이러한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공직자들은 신도시 등 각종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하기에 개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기도 용이한 위치에 있다. 또한 이들은 개발계획 수립과 결정을 하는 직무를 수행하고서 상위직으로 승진하거나 임명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국토와 도시정책, 토지와 주택정책, 그리고 제도를 제안하거나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자들이기도 하다. 이번 정부의 합동단속에서 적발된 공무원들의 범죄 행위는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지위를 악용한 사례가 망라돼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매번 되풀이되는 고위 공직자 재산내역 공개을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형성 과정, 부동산취득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KBS 스페셜>의 '고위 공직자 그들의 재산을 검증한다' 편은 이같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국회의원 299명, 장차관, 주요 부처 1급 이상 고위 공무원 164명 등 총 463명의 재산형성 과정의 일부를 4개월 간 추적해 그들 중 상당수가 어떻게 탈세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는지, 그리고 재산신고를 어떻게 누락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질 때마다 공직자와 국회의원 등의 재산등록과 사실 검증을 담당하는 부처, 그리고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는 침묵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해 왔다.

특히 다른 정치적인 사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권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조용하기만 하다. 아파트 분양 등의 광고가 가져다주는 수입이 풍족한 보수언론과 경제지들 역시 침묵한다.

우리 사회의 공직자와 지도층 인사들의 주택, 상가, 빌딩, 토지 등 부동산 보유실태는 수십 년간 감춰져 왔기 때문에 시민들은 그 실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고위 공직에 임명되는 순간에도 제대로 재산을 등록하지 않거나 재산변동 내용 등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

이를 검증하거나 공개해야 하는 관료들 또한 부동산 문제는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탈세 등 자금의 출처가 불명확하고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찬 총리, 정문수 보좌관 처신도 미흡"**

이 때문에 항간에는 "국민들이 8.31 부동산 대책과 정부의 각종 정책을 믿지 않는 이유는 결국 국민의 심부름꾼들인 고위 공직자들이 아직도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거나 국민을 속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정설로 돌아다니고 있다.

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에도 짙은 아쉬움을 느낀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이 자신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언론에 해명하는 것을 보면 노무현 정부 공직자들이 지닌 의식 수준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다른 고위 공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투기이익을 목적으로 한 투기라고 매도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편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게 문제가 되었으면 그 농지를 빨리 매각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든지, 그게 아니라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그 농지를 취득했다면 즉각 공직에서 퇴진하고 농사를 짓든지 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고위 공직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다.

이해찬 총리와 정문수 보좌관의 처신은 앞으로 하위직 공직자들 가운데 불법, 편법 행위를 한 자들에게 명분을 주게 된다. 또는 그런 정도의 행위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도 있다.

이같은 불신과 의혹을 가라앉히려면 정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하여 취득 과정이나 경위, 현재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부동산 취득, 보유, 매각 및 임대과정이 적법했는지 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즉각 밝혀내야 한다.

국회의원들 중에도 많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조계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 권력기관에 있는 공직자들에 대해 조사를 하려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기구를 신설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조사기관을 통해 다주택보유자와 상가 등을 보유하고 임대소득을 축소신고하여 탈세를 하거나 불법과 편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위 공직자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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