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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퇴진…두산그룹 핵분열 신호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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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퇴진…두산그룹 핵분열 신호탄될까

[전망]'Mr.쓴소리' 박용성 회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재계의 입'으로 정부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거침없이 제기해 온 'Mr. 쓴소리'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결국 그룹 회장직 취임 3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지난 7월말 친형인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그룹 내부 비리 폭로로 '형제의 난'이 시작된 이후 검찰 수사로 막대한 비자금 조성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윤리 경영'을 외쳐 온 그의 입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용성, 그룹 회장 취임 3개월만에 전격 퇴진**

박 회장이 4일 사임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국내의 모든 직함을 포기하는 대가로 검찰의 처벌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춰보려는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국제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IOC 위원직과 ICC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재기'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재계 대표'직으로 불리는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난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검찰의 구속 수사 대상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볼 때 "향후 법적 처분에 따르기로 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위원직과 국제상업회의소(ICC)의 회장직 등 국제적인 직위에서도 조만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박용성 회장의 사퇴 문제가 재계 안팎에 던지는 파장은 유달리 길고도 깊다. 기업주들의 비리 사건이 과거에도 없지 않았지만 그의 경우는 충격과 파장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다르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시장 경제와 기업 존중'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비판할 정도로 '투명.윤리 경영의 전도사'를 자부해 온 박용성 회장이 정작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공금 횡령 등의 '기업 범죄의 백화점식 경영'을 해 왔다는 의혹 속에서 사퇴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용성 회장 역시 현재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4일 오후 두산 본사에서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어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경영 일선 및 국내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회장은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진적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과거의 낡은 관행을 철저히 단절하고 보다 투명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두산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며 "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두산그룹 최고경영자로서 마지막 부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전례 없는 혁신적인 지배구조체제를 확립해달라"며 "이를 위해 사장단이 중심이 된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들어 국내 최고의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강조했다.

***두산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체제 돌입**

박 회장 및 친동생 박용만 부회장의 동반 사임이라는 사태를 맞은 두산 사장단은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사장단이 과도기적으로 운영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비상경영위원회는 유병택 ㈜두산 부회장이 맡기로 했다.

그러나 창업 100년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두산그룹이 지금의 기업집단 체제를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인지는 미지수다.

박용성 회장 등 오너 3세들이 잇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4세들이 계열사들의 경영을 나눠 맡는 핵분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지분 매각을 통해 4세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

***그룹, 4세들의 핵분열로 가나?**

두산그룹 4세들은 지난 7월 (주)두산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이 가운데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과 박용성 회장의 아들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두산의 6,7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박용곤 명예회장, 박용오 전 회장, 박용성 회장, 박용현 서울대 교수, 박용만 두산그룹 부회장 등 '오너 3세'에 이어 가장 높은 지분이다.

이같은 체제변화의 실현 여부는 7,8일 경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2일 90년대 초반 옛 두산건설이 연간 2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뒤 당시 두산건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소환 조사에 들어가면서 검찰의 처벌 수위가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형제 동시 구속' '부자 동시 구속' 등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오 전 회장은 총수 일가들이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두산그룹을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측은 이날 "박용성 회장이 수렴청정을 하거나 사태가 잠잠해진 뒤 복귀할 가능성도 있어 그룹측의 추가조치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마련할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어떤 수준이 될 것이냐가 검찰 수사 결과와 함께 재계의 비상한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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