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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사민당 대연정구도, 젊은세대 반발로 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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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사민당 대연정구도, 젊은세대 반발로 와해

[기고] 뮌터페링, 당수직 사임...35세 여성 나알레스 사무총장 선출

10월 31일 오후 3시(현지시간)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당수이자 그동안 기민당/기사연과의 연정 논의를 주도해 왔던 뮌터페링이 돌연 당수직 사임을 발표했다.

이날 그의 사임 발표 전에 개최된 사민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내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비밀투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예상을 뒤엎고 서부 독일의 아이펠 지역 출신이자 사민당 내 청년사회주의자 그룹인 '유소(JUSO)'의 리더 출신인 35세의 젊은 여성 정치가 안드레아 나알레스가 23 대 14의 우세한 지지를 얻어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뮌터페링은 자신이 지지해온 바서회벨이 낙선하고 나알레스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자 긴급 소집한 고위급 회의에서 이를 당내에서 자신이 주도해온 '대연정 정치'를 불신임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러한 조건 하에서 나는 더 이상 당수직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어 11월 중순에 대연정 정부의 출범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당분간 기민당/기사연과의 논의는 계속해서 자신이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신정부에서 자신이 취임하기로 했던 부총리 겸 노동사회부 장관직 수행 여부는 미지수로 남겨 두었다.

***'사민당 위기'…좌우파, 세대 간 대결로 확산되나**

뮌터페링이 사임 발표를 하자 사민당 소속인 슈뢰더 현 총리는 "소수의 권력야망이 대의를 그르치고 있다"며 "대연정 구도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사민당 내 청년세력의 정치적 반발을 질타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투표 직전에 슈뢰더 총리는 선거권을 지닌 최고위원들에게 뮌터페링을 밀어줄 것을 강력히 호소하며 바서회벨을 사무총장에 선출해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투표결과는 슈뢰더와 뮌터페링 등 현 당권파들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해석될 수도 있다.

독일의 방송들은 뮌터페링이 사임한 직후 '사민당의 위기(SPD-Krise)'라는 타이틀을 크게 내걸며 그의 사임 사실과 향후 사민당과 대연정의 미래에 대해 대대적으로 집중 보도한 데 이어 이날 밤늦게까지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저녁에 열린 기사연의 당 대회에 참석한 슈토이버 기사연 총재 겸 대연정 정부의 경제부 장관 내정자는 뮌터페링 없이는 대연정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자신의 경제부 장관직 수행도 불확실해졌다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도 뮌터페링이야말로 대연정의 통합주체로서 신정부 구상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그의 사임은 많은 논의들을 원점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11월로 예정된 대연정 정부의 출범 자체가 불투명해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뮌터페링의 사임으로 심각한 지도부 공백을 겪게 된 사민당의 수뇌부는 그의 급작스런 결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태의 조속한 수습을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알레스 사무총장 선출은 정상적인 의결절차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번복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당내 좌우파 간 대결양상이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확산된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단서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민당은 일단 11월 중순에 칼스루에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때까지 당 대표와 사무총장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내 신진들에게 발목 잡힌 사민당 '우경화'**

뮌터페링은 지난 시기에 한편에서는 슈뢰더 정부가 추진해온 '아젠다2010' 개혁 프로그램을 옹호하며 세계화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위해 사회복지의 전면 축소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선거가 다가오자 주주자본주의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며 독일 내에서 그 확산을 저지하겠다며 단호한 친 노동계급 입장을 선동하는 등 마치 '물과 기름을 섞은 듯한' 정치적 태도를 보여왔다.

독일 언론은 이번에 사민당 내 좌파세력의 중추를 이루는 신진세력이 당권에 도전하게 된 데는 뮌터페링이 보여준 그와 같은 비일관적인 정치행태가 자초한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독일 언론은 향후 내부수습 결과에 따라 연정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좌파가 당권을 확실히 장악하게 되면 사민당은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좌파정당/PDS와의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고, 따라서 녹색당의 태도 여하에 따라 적적녹연정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뮌터페링의 사임 직후에 자민당(FDP) 당수 베스터벨레는 사민당을 제외하고 기민당/기사연과 자민당, 그리고 녹색당이 함께하는 흑황녹의 '자마이카 연정'을 추진하자고 제안했으나 녹색당 측은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거절하기도 했다.

대연정의 초기 밑그림이 잡혀가고 있던 상황에서 사민당의 내부 위기로 인한 뮌터페링의 사임은 이렇게 향후 독일 정국을 안개 속으로 다시 몰고가고 있다. 현 사태는 그 수습 방향과 무관하게 140년의 전통을 지닌 독일의 사회민주당이 작년에 겪은 분당사태 이후 급격히 표출된 '정체성 위기'를 아직 마감하지 못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소위 '68세대'들이 이끌어온 적녹 연정의 정치적 실패를 대연정으로 이어가지 못하게 막겠다는 젊은 세대의 내부반란이다. 결국 '아젠다 2010'과 대연정의 성립으로 이제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널 것처럼 보였던 사민당의 우경화는 대연정 출범 직전에 당내 신진들의 도전에 의해 발목이 잡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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