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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를 업자들 손에서 되찾아 공영개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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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공택지를 업자들 손에서 되찾아 공영개발 해야"

[기획]'부동산정책 어찌 할까(2) 택지개발촉진법의 문제

부동산 정책 가운데 공급확대 방안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건설업체들의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8.31대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건설업체들, 분양가 자율화로 맘껏 폭리 취해**

건설업체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마다 로또식 추첨으로 헐값에 매입한 공공택지 덕분에 막대한 땅값 차익을 거둬 왔다. 정부가 국토균형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운 기업도시의 경우는 아예 수용된 토지의 처분권까지 기업에게 부여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줬다.

이같은 현실에서는 각종 개발 및 공급확대 방안의 진정한 목적이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건설업체 등 기업들을 위한 것인지 의혹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는 2.6배나 폭등했다. 분양가 인상과 투기적 가수요에 따른 집값 상승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주택값의 총액은 참여정부 들어서만 270조 원이나 뛰었다.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이처럼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공공택지를 민간업체에게 헐값에 넘기면서도 분양가를 자꾸 높일 수 있도록 자율화 조치를 취한 99년 이후 두드러졌다"고 지적한다.

또 그는 "주택의 원자재인 택지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헐값에 수용돼 시세의 반값에 국민이 제공하는데, 이들 공급자는 분양원가, 즉 택지가격과 건축비가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주택공급가격이 안정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 경제학부)는 건설업체가 원가보다 훨씬 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에 대한 비판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전 교수는 "건설업체가 주변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정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공공택지를 헐값에 건설업체에 매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원가연동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규제하더라도 최초 분양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건설업체에게든 최초 분양자에게든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개발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택지개발촉진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실제로 개발이익은 공공택지가 시세와 동떨어진 헐값으로 민간업체에 분양되면서 주로 발생한다. 공공택지라는 것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강제로 논.밭.임야 등을 수용해 택지로 전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법적 근거는 바로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촉법)이라는 특별법이다.

택촉법이 만들어진 취지는 법 조항에 명확히 제시돼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도시지역의 시급한 택지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정말 '국민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이 법이 기여하고 있는가.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국민'보다는 '건설업자'들을 더 염두에 둔 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택촉법에 의해 공급되는 택지는 시세와 동떨어진 헐값에 민간업체들에 넘어감으로써 이들에게 막대한 개발이익만 안겨주는 사실상의 '건설업체 이득 보장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체들의 비리 의혹도 제기된다. 시장원리가 작동한다면 건설업체들이 무조건 주변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정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공택지 지구 내의 업체들 간에 분양가 차이가 크지 않은 이유의 하나는 '담합'에 있다.

실제로 2004년 5월 용인 동백·죽전 지구에서 11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모두 2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2005년에는 검찰에 의해 기소되기도 했다.

건설업체의 분양가 담합 사실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지만 분양가 담합은 그동안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같은 담합은 택지지구에서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동시분양 아파트의 경우에도 가격담합이 성행한다는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경실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같은 지역에서 동시분양한 아파트 75개 단지는 평당 분양가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했다.

***석연치 않은 주택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의 무산**

이런 식으로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이 건설업체들 차지가 되고 있는 현실을 정부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감사원은 2002년 12월, 건교부에 공공택지개발지구의 복권추첨 공급방식을 최고가 경쟁입찰 등의 방식으로 바꿀 것을 건교부에 요구했다. 공공택지가 사실상 '로또 택지'로 변해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부동산 안정을 해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부동산 안정 효과가 없다"며 택지 공급방식의 시정을 요구하며 건교부에 개정입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2003년 2월 "공공택지개발지구 내 주택건설용지에 대하여 필요한 경우 경쟁입찰제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던 2003년 5월 개최된 차관회의에서 감사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이 무산됐다.

당시 '제21회 차관회의'의 회의록을 보면 당시 최재덕 건교부 차관이 이 규정에 대한 제안설명을 한 뒤 관계부처 차관들이 토론을 벌인 결과 "(문제의 규정은) 부동산 안정대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 개정을 유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용해 이를 삭제해 의결할 것을 제안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부동산 안정 효과가 없는 잘못된 규정'이라는 감사원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공공택지의 공급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정책 목표와는 전혀 관계 없이 업자들 배나 불려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경고였음에도 불구하고, 건교부 등 관계 부처들은 거꾸로 간 것이다. 즉 '부동산 안정 대책'을 명분으로 "택지의 공급은 시행자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추첨의 방법에 의하여 분양한다"는 기존의 규정을 고수한 것은 업자들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와 관료들, 결탁 의혹 있다"…문제는 택촉법 처리에**

김헌동 본부장은 이렇게 택촉법 개정안이 무산된 배후에 건설업체와 관료의 결탁이 있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본부장은 택촉법을 적당히 고치기보다는 대체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실련은 현재 택촉법을 폐지하고 공공택지는 주택공영개발을 통해 대거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임대특별법> 등 대체입법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전강수 교수도 "이번 '8.31 부동산 대책'은 고가의 주택이나 나대지의 보유세를 2009년까지 1%로 대폭 강화하는 등 바람직한 세제강화 방안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졸속적인 공급확대책이 막판에 끼어들어 비판을 자초했다"면서 "공공택지를 민간에게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는 등 근본적으로 땅에 의한 개발이익을 차단하는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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