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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또 실패한다고 국민 탓 말라"

<기자의 눈> "투기억제-공급확대 함께 발표하면 어떻게 하나"

'판교 신도시발 투기광풍'에 놀란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지 2개월만에 마침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이라는 이름을 달고 공식 발표됐다.

31일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주성 국세청장을 비롯한 정부 부동산 정책 결정자들이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합동브리핑이 열린 과천정부종합청사 제2브리핑룸에는 10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오랜 산고를 말해주듯 발표에 나선 한덕수 부총리는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잔뜩 긴장한 어조로 발표문을 읽어 나갔다.

한 부총리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로서, 오늘 매우 결연한 의지를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투기를 억제할 그물망의 코를 촘촘히 짜서, 투기를 통한 편법적 이득이 세금이라는 그물을 통과하고 나면 거의 사라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이번 정책의 핵심을 정리했다.

한 부총리는 "이번 정책은 과거 대증요법에 급급했던 단기처방이 아니라, 서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매우 장기적이며 근원적인 처방"이라면서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김남근 변호사 "투기억제책과 동시에 공급확대책 발표된 것이 문제"**

그러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제2의 10.29 대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에 더욱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의 협동사무처장으로서 건설교통부의 토지공개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발휘해 온 김남근 변호사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투기수요 억제정책이 입법화되고 실제 시행돼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면서 "투기억제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전에 공급확대정책을 함께 발표하는 것이 이번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29 대책도 입법화 과정에서 상당히 후퇴하면서 실패하지 않았느냐"면서 "투기억제책과 공급확대책이 동시에 발표되면 필연적으로 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은 뻔한 이치이고, 나중에 투기억제책이 시행돼봐야 이미 오른 가격으로 고착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공공택지의 경우 판교신도시처럼 원가연동제를 적용한다고 했지만 분양가를 낮추려는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원가연동제가 적용된 판교신도시의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30평형 아파트가 2억5000만원을 넘어가서는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게다가 민간이 개발하는 택지에 평당 수천만 원씩 하는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분양을 기다리면서 주변 땅값과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강수 교수 "보유세 강화 의미도 공급확대책에 빛을 잃어"**

경실련 토지정책위원장으로 비교적 청와대의 보유세 강화 등 세제강화정책에 호의적인 평가를 해 온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조차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보유세 강화라도 건지기 위해 공급론자와 타협했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기 힘들다"고 곤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투기 열풍이 불 것이 확실한 송파.거여 신도시 등 대대적인 공급확대책은 '세금폭탄'이라는 가진자들의 비난이 '엄살'이며 결국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세금 좀 더 내면 부동산값 확 올려줄게'라는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보유세 강화 자체는 실현만 된다면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는 점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공급확대책과 결합됨으로써 빛을 잃었다"면서 "정말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부총리는 이번 부동산 정책이 또다시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도 "이번 부동산정책은 국민 여러분이 지지와 협조 없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같은 단서는 지난 6월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이 어디로 가야할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답이 있지만 이런 정책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이해관계,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는 문제 의식과 일맥상통한다.

만일 '8.31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 정부 부동산 정책결정자들이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애당초 '뿌리 깊은 이해관계와 잘못된 관행' 때문에 변질된 대책이었기 때문이라고 시인할까. 아니면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할까.

국민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실패한 배후에 건설업자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있다는 강한 불신감을 갖고 있던 차에 이번 역시 그런 불신을 더욱 키우는 것이나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제발 국민 탓은 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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