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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권은 '경제'가 결정할 것이다"

[데스크 칼럼] 투기꾼 '협박'에 제 무덤 판 정부여당, 살 길 있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어디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봐라. 우리가 집을 짓나. 그동안 우리, 돈 번 것 많다. 한 2년 공사 집어치우고 정권 바뀔 때까지 외국 가서 골프 치다 오면 그만이다. 그러면 아파트값이 더 폭등해, 아마도 강남 아파트는 평당 8천만원쯤은 될 걸."

최근 만난 한 건설업자의 호언이다. 그는 "예전에는 아파트 한 채 지어 1억 벌다가 요즘은 3~4억씩 버는데,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다시 1억만 벌라는 얘기인데 누가 아파트를 짓겠냐"고 반문했다.

***철저히 무너진 대통령 말의 '영(令)'**

이런 얘기는 이 업자만 하는 게 아니다. 대다수 건설업자들도 비슷한 '배짱'이다. 과연 누가 죽나, 어디 한번 해보자는 식이다.

문제는 업자들의 이런 협박성 발언을 정부나 여당 관계자들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를 내리라고 할까봐 할 수 없다"는 한덕수 경제부총리 발언이나,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아파트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열린우리당 정책관계자들의 발언이 그런 증거다.

정부여당의 경제담당자들이 천연스레 이런 말을 쏟아내다 보니, 아무리 대통령이 수십번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되풀이해도 최근 은행의 돈많은 VIP고객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참여정부 임기말까지 부동산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답한 것도 당연하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의 21일 발표 여론조사 결과도, "현정부가 부동산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78.8%가 "잡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말해 대통령 말에 '영(令)'이 전혀 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정부가 뭐래도 곧 '큰 장'이 또 선다"**

정부는 최근 기존의 부동산정책을 전면 재검토, 8월쯤에 새로운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정부 몫'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성 싶다.

지난 20일 노무현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답이 없는 게 아니다. 답이 다 있지만 이런 정책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이해관계와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고 한 말이 그 증거다. 정부도 '답'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이해관계'와 '관행' 때문에 시행하지 못하고 있을뿐이라는 해명으로 읽힌다. 이 말 어디서도 '정책의 실패'를 발견할 수 없다.

문제는 시장에는 "아무리 대통령이 뭐라 하고, 정부가 뭐라 하든 간에 며칠내로 또한차례 '큰 장'이 설 것"이라는 투기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달안에 정부가 발표하기로 돼 있는 1백77개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시범도시 3~4곳 발표가 그것이다. 정부는 특히 공공기관 1백77개를 시.도별로 분산배치하고 난 뒤 내년에 수도권과 대전.충남을 제외한 11개 시.도에 혁신도시 지구를 지정한 뒤 후변부터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발표가 나오면 전국을 또한차례 '묻지마 투기' 열풍이 휩쓸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은 조용할까. 업자들은 "천만의 말씀"이라 했다.

한때 행정수도를 옮긴다고 했을 때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수도권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이런 얘기가 쑥 들어갔다. 이유는 "수도권을 떠나갈 1백77개 공공기관의 '금싸라기 땅'이 수도권 집값 폭등의 또한차례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예로 벌써부터 서울 강남 삼성동 등 서울의 요지 3만여평에 위치한 한국전력 땅을 노리는 업자들이 한둘이 아니라 했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한전이 과연 광주로 가냐, 어디로 가냐를 놓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동산업자들은 서울에 나올 '한전 땅'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 및 기업-혁신도시 구상이 지방은 물론, 서울까지도 또한차례 부동산투기 광풍에 불게 할 것임을 예고하는 전언이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각종 개발사업이 결과적으로 '전국 투기광풍'을 낳으며, 빈부 양극화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지방에서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이해찬 총리)는 식의 안이한 접근이 결국 이런 화를 자초한 셈이다.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다른 점**

반면 옆나라 중국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보인다.

중국 부동산값도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 이상으로 무섭게 올랐다. 해마다 10%안팎의 초고속성장을 거듭해 중산층이 양산되는 데다가 천문학적 무역흑자를 올리다 보니 돈이 지천으로 넘치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보급률도 턱없이 낮은 까닭에 집값은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특히 중국의 경제중심 상하이의 경우 2003년 24.0%, 2004년 14.4%, 그리고 올 1.4분기에만 19.1%의 부동산값이 폭등을 거듭하며 중국 전역의 부동산값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의 강남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정부는 더이상 부동산 폭등을 방치하다가 거품이 터졌다간 중국경제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지난달 '5.11 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비등기 분양권 전매금지, 금융기관의 부동산대출 30%내 억제, 매입후 2년내 매각시 집값의 5% 세금 부과 등이다.

이에 앞서 며칠 전 우리 정부가 내놓은 '5.4 대책'과 비교할 때 그다지 센 대책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180도 달랐다. 중국의 부동산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달 들어 중국의 부동산 열기는 급랭했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경기가 급랭했다고 해서 집값이 '보합' 수준을 보이는 게 아니라, 중국의 상하이 등에서는 며칠 사이에 일제히 집값이 10~20% 급락했다.

중국 정부는 말 몇마디로 거품이 터지기 전에 과감히 거품을 뺀 것이다. 이같은 시장의 반응은 "정부는 말한 대로 실천한다"는 '정부의 권위'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부동산투기세력에게 언제나 '말'과 다른 '속내'를 스스로 드러내왔다.

참여정부 1차 부동산값 폭등기인 2003년말 당시 김진표 경제팀은 10.29 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을 내리는 게 아니라 오르는 것을 막는 게 정부 목표"라는 발언을 했다. 참여정부 2차 부동산값 폭등기인 최근에는 한덕수 경제팀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를 내리라고 할 게 아니냐"고 말해, 또다시 '한번 오른 집값은 결코 낮추지 않는다'는 정부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분양원가 등을 공개해 집값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거덜날 것',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폭리를 취한 업계와, 폭리를 나눠가진 정-관계를 조사하라는 압력이 쏟아지면서 정국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정부의 궤변이 결국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며, 투기장세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다음 정권은 경제가 결정할 것"**

며칠 전 만난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다음 정권은 한국 현대정치사상 처음으로 경제가 결정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 전수석 분석에 따르면, 이승만-장면-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져온 일련의 정권교체때 '경제'가 결정적 동인이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김영삼 정권때 IMF사태라는 국가파산 사태가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후보가 30여만표의 근소한 표차로 어렵게 당선될 수 있었던 것만 봐도 역대 정권교체의 동인은 '경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 정권의 향방은 '경제'가 결정할 것이라는 김 전수석의 단언이다. 이는 지금 한국경제가 직면한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 전수석은 "서민-중산층의 지지를 얻어 출범한 노무현정부가 과연 이들을 위해 한 게 뭐냐"며 "관료들에게 둘러싸여 '경제성장률 숫자'에만 집착하다가 결국은 부동산거품만 양산하면서 지지층과 한국경제를 몰락의 길로 몰아넣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한나라당 일각에서조차 하자고 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극력 반대하고 있는 정부여권에 대해 절망감을 표시한 뒤, "지난 몇년간 릴레이로 거품경제를 일으켜온 진념-김진표-이헌재 경제팀에게는 준엄한 역사적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거품이 스스로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냐'고 물었다. 김 전수석은 "그랬다간 정말 나라가 완전히 망한다"고 답했다. 지금이라도 노무현정부가 독하게 마음먹고 거품을 거둬내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력을 키우기 위해 임기말까지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간 '성난 민심'이 다음 선거때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불문가지라는 게 김 전수석의 예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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