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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안이한 실세총리의 '부동산폭등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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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안이한 실세총리의 '부동산폭등 인식'

전국 부동산값 폭등에도 이해찬 "일부지역 대형아파트 '호가'만 올라"

이해찬 국무총리는 17일 최근의 부동산값 폭등에 대해 "죄송하다"면서도, 최근의 부동산값 폭등은 일부 지역의 대형평형에 국한해 '호가'만 올라가는 것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등 개발정책에 따른 전국적인 땅값 폭등과 관련해서도 "개발과정에 땅값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기존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찬 "부동산값, 일부 지역 대형평수 '호가'만 오를뿐"**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 총리는 1시간 동안 계속된 문답 절반이 부동산 문제에 집중되자, "부동산가격 동요에 대해 여러가지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사과를 했다.

이 총리는 그러나 "최근의 부동산가격 급등은 강남과 판교, 용인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며 그것도 30-40평형 이상 대형평형에 집중된 것"이라면서 "면밀히 파악해보니까 (최근의 부동산값 급등은) 일부 지역에서 실제 매매없이 일어나는 호가상승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의 각종 개발정책이 전국적 땅값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각종 개발과정에서 땅값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문제는 개발이익을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나 행정도시, 기업도시에 대해서는 개발이익을 공공재화로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가격안정대책은 국민적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공론화해 대책을 만들겠다"면서 서민주거안정-실수요 공급확대-가수요차단의 3단계 대책론을 제시했다. 그는 "집없는 서민들을 위해 장기임대아파트나 자가보유 위한 금융지원 쪽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 "실수요에 대해서는 공급을 제공하고 가수요에 대해서는 금융과 세제를 통해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 내린다"던 얼마 전 인식보다는 개선됐으나...**

이같은 이 총리의 부동산 인식은 "강남 집값이 내리고 있다"며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부동산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던 열흘 전의 어이없는 발언보다는 개선된 것이나, 여전히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 질의응답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역대 어느 정부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또 "강남 강북의 차이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통계지표를 보면 (강남권의) 강남과 서초 등 몇 군데 아파트 가격은 제로성장이나 하락한 추이를 보였고, (강북권의) 노원 강동 관악 마포 등은 아파트 가격이 전혀 상승하지 않고 있다"면서 "(부동산값 상승이) 일반적 현상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었다.

이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도시 이런 것의 영향을 안받았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방에서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그는 "문제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라며 "그 부분은 철저하게 불로소득을 취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통해 막아야 한다"고 답해, '지방의 땅값 폭등은 괜찮고 수도권의 집값 폭등은 문제'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총리 인식과는 달리 이미 전국 아파트-땅값 '폭등에 폭등'**

이처럼 이 총리의 부동산 인식은 며칠 전보다는 일부 개선된 점이 없지 않으나, "최근의 부동산값 폭등은 일부 지역의 대형평형에 국한해 '호가'만 올라가는 것"이라는 그의 인식은 여전히 현장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어서, 이런 잘못된 인식을 갖고 과연 전국을 투기장화하고 있는 투기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예로 지난 13~14일 경남 창원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때 전국에서 5만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치루면서 5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사건은 이 총리 인식과는 달리 아파트 투기광풍이 분당-강남을 거쳐 이미 전국 주요도시로 급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특히 창원의 이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1천만원을 기록, 몇달전보다 40%대나 폭등하면서 지방에서도 '폭리 분양가'가 아파트값 폭등을 견인하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이미 부산 등 주요 대도시의 경우 분양가가 1천만원을 돌파하는 등, 아파트값이 수직상승중이다.

또한 <경향신문>이 17일자를 통해 밝힌 '땅값 급등 주요지역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땅끝 해남서 DMZ 인근 철원까지 투기 광풍으로 전국 땅값이 춤을 추며, 2~3배는 보통, '자고나면 뛰는 투기 광풍'이 진행중"이다.

전국의 취재망을 가동한 이번 현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천 등 경기 북부의 경우 LG필립스 LCD공장 조성으로 지난해에 비해 땅값이 2배 뛰었고, 기업도시 후보지중 하나인 강원 원주시 문막읍 동화리는 3~4배가 뛰었다. 삼성 기업도시가 들어서는 아산 배방.탕정면 일대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4~6배가 폭등했고, 역시 기업도시 후보지인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일대도 연초에 비해 2배이상 급등했다.

또한 혁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전북 완주군 이서면 일대는 연초에 비해 5배나 폭등했고, J프로젝트 개발 예정 인접지인 전남 해남군 황산.문래지역은 최고 5배나 급등했다. 이밖에 주한미군 이전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일대는 2~3년전에 비해 3배가량 뛰었고, 육군 39사단 이전 예정지인 경남 함안군 군북면 소포.동촌리도 2배이상 뛰었다.

말 그대로 전국 땅값이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정책으로 천정부지로 뛰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정부가 이달중 기업 시범도시 3~4곳을 발표하고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 1백77개소를 발표할 경우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조차 "일본짝 날 수도" 긴장하는데...**

또한 그동안 최대광고주인 건설업계를 의식한듯, 부동산 폭등에 미온적 보도태도를 보여온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 메이저언론도 17일 일제히 3면을 통털어 "부동산거품 터지면 일본형 불황 위험"(조선일보), "강남 집값 지금 못잡으면 일본꼴 날 수도"(중앙일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쓸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 전역을 휩쓸고 있는 투기열풍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세총리인 이해찬 총리는 밑의 경제관료들이 올리는 현장성을 결여한 통계수치만 갖고 아직은 문제될 게 없다는 안이한 인식으로 상황을 대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오후 4시부터 노무현대통령 주재로 이해찬 총리, 한덕수 경제부총리 등 유관부처 장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부동산점검회의에서 똑부러진 대책이 나오지 못한 것도 이같은 안이한 인식의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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