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북한 강제수용소 참상을 쓴 탈북자 출신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의 책을 읽고 크게 감동받아, 강 기자를 초청해 40분간 만났다.
***탈북 <조선일보> 기자, 부시 초청으로 백악관서 40분간 면담**
14일 <AP통신> <지지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10년간 지낸 체험을 쓴 <평양의 어항: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보는 10년>의 저자 강철환(37) 조선일보 기자와 백악관에서 40분간 만났다.
"부시 대통령이 인터뷰 이외의 목적으로 외국인 기자와 면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강철환 기자의 책에 감명받은 부시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맥클랠렌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회동 배경과 관련, "부시 대통령은 (이 책을)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한 이날 이례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강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세계 언론에 배포하는 등, 이날 회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2년 탈북한 강철환씨는 국내에서 대학을 나와 2000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중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책의 저자를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구 소련 감옥에서 9년간 갇혀지낸 경험을 쓴 <민주주의의 한 케이스: 독재자와 테러를 극복하는 자유의 힘>의 저자 나탄 사란스키를 백악관에 초청해 만난 바 있다.
***"부시, 측근들에게 강씨 책 일독 권해"**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일본의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 출신 <조선일보> 기자가 쓴 수기를 읽고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에 마음 아파하면서 측근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읽은 책은 강 기자가 프랑스 언론인 피에르 리굴로와 함께 저술한 <평양의 어항>으로, 지난 2000년 프랑스에서 출간되고 2001년 영어로 번역된 2백38쪽짜리 이 책은 강제노동, 처형, 아사 직전의 식량배급 실태 등 북한주민들의 인권 침해 상황을 담고 있다.
백악관에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인권개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기독교단체 간부가 부시 대통령에게 이 책을 소개했으며, 부시는 이 책을 읽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갖게 돼 강기자를 직접 초청해 만나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 기자는 방미에 앞서 지난달 24일 <조선일보>의 독자와의 대화라는 기사 인터뷰에서“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해 ‘가족 해체’니 ‘폭군’이니 ‘주민을 굶기는 독재자’니 하는 표현을 쓸 때부터 이 책을 읽고 하는 말이라고 짐작했다”며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부시, 노대통령과 50분 회담. 강 기자와는 40분 면담**
부시 대통령의 강 기자 면담은 노무현대통령과의 지난 1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불과 사흘뒤에 이뤄졌으며 백악관이 이 면담 사실을 널리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노력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적개심을 드러낸 것으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당초 의제에 없던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 우리 정부로부터 향후 북한 인권을 다루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기도 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각료들과 함께 노대통령과 불과 50분간 공식회담을 가진 것과 비교해, 강 기자와는 40분간 면담을 가진 대목에 대해서도 '의도성'이 담긴 게 아니냐는 외교적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당, "강철환 단체, 미국서 7만5천달러 지원받아"**
한편 문제의 강철환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생활을 하는 동시에, 북한관련 정치단체 대표를 맡으면서 지난 수년간 미국 정부로부터 7만5천달러(우리돈 7천5백만원)의 지원을 받은 의혹도 사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의 대표로 활동중인 강철환 기자에 대한 참고인 심문을 통해 99년 이후 현재까지 북한 인권단체 5곳이 미국의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재단으로부터 74만달러 이상을 지원받아 활동중"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의원은 "미국이 냉전기에는 중앙정보국(CIA)를, 탈냉전기에는 NED를 통해 각국의 내정에 깊숙히 개입해 왔다"면서 "NED는 겉으로는 NGO(비정부기구)인 듯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의회가 설립하고, 미 국무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사실상의 정부기구"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NED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된 코스타리카 오스카 아리아스의 정적에 대한 지원, 나카라구아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반대세력에 3백만불 지원 등 칠레, 하이티, 몽고 등 제3세계 국가들의 선거와 내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등 5개 단체는 NED자금을 지금까지 9억원 이상 지원받아 사용한 댓가로 미국에 북한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지원금을 확대하기 위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일부 증폭시켜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NED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단체는 강기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7만5천달러)를 비롯해, '북한인권시민연합'(34만9천8백65달러), '북한민주화네트워크'(20만달러), '북한내정치범돕기시민연합'(7만8천달러), '북한인권정보센터'(4만달러) 등으로 금액은 총 74만2천8백65달러이다.
이 의원은 "이들 단체들의 활동으로 지난해 미국 의회는 북한인권법의 입법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 의회는 그후 북한인권법을 제정, 대북압박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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