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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백악관 홍보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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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백악관 홍보지냐"

조선일보에 '부시 기고문' 게재, 아시아 7개국 신문에 같은 글 실려

미국의 동남아 구호활동을 자랑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기고문이 12일 <조선일보>에 게재되면서, "조선일보가 백악관 홍보지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같은 기고문이 우리나라외 아시아 6개국에도 동시게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강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부시 "파월과 젭 부시가 피해 직접 점검"**

부시 대통령은 <조선일보> 12일자에 기고한 '지진해일 피해자를 도우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은 우방인 한국 및 다른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하고 있으며, 전 세계 지구촌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피해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지진해일 피해 원조, 복구 재건을 위해 일차적으로 3억5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약속했으며, 피해지역에 미군을 파병해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의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장황하게 소개했다.

그는 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젭 부시(부시 대통령의 동생)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주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인도양 지역을 방문해 여러 지도자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를 만나 구호 활동 상황과 미흡한 부분을 점검했다"며 "국제사회는 제네바에 모여 남아시아 재건계획을 세우고 기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글에서 △미국 국민들도 한마음으로 온정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고 △부시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직 두 대통령도 구호 활동을 펴고 있으며 △미국 국민들은 이미 지진, 산불, 허리케인 피해 등을 겪어오면서 그같은 슬픔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이 글은 지진해일 재앙에 미국이 미온적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희석하기 위한 성격이 농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글을 실으며 '편집자' 주 형식을 빌어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11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에 대한 의견을 담은 특별기고문을 조선일보에 보내왔다"며 "본지는 부시대통령이 패해국 국민들을 위로하고 미국 정부 및 민간의 지원활동 등을 설명한 기고문 전문을 싣는다"고 밝혔다.

***아시아 6개국에도 같은 기고문 동시 게재**

부시 대통령의 이번 기고문은 한국의 <조선일보>와 더불어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태국 등 모두 아시아 6개국의 주요 신문사에도 전달돼 동시 게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한미대사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일 미국 국무부로부터 관련 글을 넘겨받아 11일 조선일보에 기고문을 전달했다. 언론사 선택은 동국 국무부와 주한미대사관의 긴밀한 연락속에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대사관 공보과 한 관계자는 1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와 관련,"이전에도 미국 주요 공직자들의 기고 글이 국내 언론에 실린 적이 있으나 현직 대통령이 기고문을 보내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행보"라며 "이는 사상 유례 없는 지구촌의 대참변 사태를 맞아 부시 대통령이 직접 미국의 구호 활동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선일보 선정 배경과 관련, "주한미대사관이 조선일보를 선택한 것은 신문사의 규모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한 선택이었다"며 "만약 다음에 이와 유사한 기고문이 들어온다면 다른 신문사와도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백악관 홍보지인가"**

그러나 이번 기고문을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아무리 국내신문에 최초로 실리는 미국대통령의 기고문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외에도 아시아 6개국에 실리는 글을 그대로 싣는가이다. 요컨대 "조선일보가 미국이 실으라면 글을 싣는 백악관 홍보지냐"는 반론이다.

특히 주한미대사관도 밝혔듯, 부시 대통령이 딱이 <조선일보>를 지목해 기고한 글도 아닌 글을 주한미대사관이 지정했다고 싣는다는 것은 '국내 간판신문'을 자처해온 <조선일보>로서는 '자존심' 차원에서라도 한번쯤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 많다.

글의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이 많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아닌 미국의 일방적 자국홍보 글을 무비판적으로 싣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앙일간지의 논설위원은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의 주요 신문사에 기고문을 보낸 것은 미국이 이 지역에서 여전히 대형(大兄)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례적인 사건이기는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촌평했다.

또다른 중앙일간지 국제담당 중견기자는 "지지해일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국제적 비난이 일자 부시대통령이 아시아 신문들을 통해 미국의 노력을 선전함으로써 비난여론을 희석하는 동시에, 이라크 침공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상쇄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동생등 부시 일가의 노력을 대외에 알리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부시대통령이 차기대통령으로 자신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주지사를 내보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대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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