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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흑인 무차별 살해' 첫 공식 사과

1882~1968년까지 군충린치로 흑인 3천4백여명 살해

미국 상원이 13일(현지시간) 지난 1968년까지 지속됐던 백인들의 흑인 린치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방해한 사실을 마침내 시인하고 결의안 형식으로 공식사과했다.

***미 상원,"흑인 린치금지법 제정 방해 사과"**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메리 랜드리외 상원의원(민주당.루이지애나)은 이같이 사과한 뒤,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과 의미를 밝혔다.

랜드리외는 이어 "반세기 전 바로 상원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조상들과 조국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린치 희생자들의 후손들에게도 사과했다.

조지 앨런 의원(공화당.버지니아)도 "가장 절실히 조치가 요구되던 때 상원은 행동하지 못했다"고 유감을 밝혔다.

2백여명에 가까운 린치 의생자들의 후손들과 린치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진 올해 91세 노인 제임스 카메룬이 이같은 의원들의 발언을 유심히 들었다. 그는 1930년 16세의 나이로 백인 살해와 백인 여자 강간 혐의로 2명의 친구와 함께 구타당한 끝에 목에 밧줄이 걸린 채 처형되기 직전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누군가에 의해 간신히 풀려 살아남은 경우다. 2명의 친구들은 끝내 살해됐다.

이날 상원에는 특히 윌리엄 코헨 전 미 국방장관의 부인 재닛 랭허트 코언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는 "내 사촌 지미를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의 셋째 사촌인 지미 길렌워터스는 17세 나이로 지난 1912년에 군중들의 린치로 살해됐다.

***1882~1968년까지 군중린치로 흑인 3천4백여명 살해**

터스케지 대학의 기록에 따르면 미 백인들의 군중 린치로 1882년부터 1968년까지 4천7백43명이 살해됐으며, 그중 흑인이 3천4백4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82년 한 해만 2백30명이 살해됐으며, 1935년에 20명이 린치로 살해될 정도로 30년대만 해도 이 야만적인 범죄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린치는 사전적으론 사형(私刑)을 말하지만, 미국에선 주로 흑인을 대상으로 군중들이 임의로 사살하거나 교수형에 처한 행위를 지칭한다. 희생자들은 처형 전 눈알이 도려내지고, 사지가 절단되거나 거세를 당하는 등 잔혹행위까지 당했다.

처형된 흑인들 중에는 살해나 부녀자 강간 등의 혐의를 받는 경우도 있으나 백인에게 말대꾸했다거나 백인여성을 쳐다봤다는 이유만으로 희생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땅을 가진 부유한 흑인들이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같은 린치 과정이 백인 사회에서 일종의 축제처럼 여겨져 어린이들도 구경했고, 보다 많은 주민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학교와 회사가 쉬거나 사형 장소와 시간에 대한 신문광고가 실릴 정도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극악무도한 행위를 법으로 금지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890년부터 1952년까지 벤저민 해리슨 등 7명의 대통령들이 의회에 린치를 금지하는 연방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탄원했으며, 이 기간에 무려 2백개에 가까운 반린치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미 상원은 특히 남부 출신 보수파 의원들의 방해공작으로 법안 통과를 막았으며, 1960년대에 시민권리법이 발효되면서 별도의 반린치법 제정 논란이 더 이상 현안이 되지 않았다.

조지타운 법대 교수 에마 콜맨 조던은 WP와의 인터뷰에서 "흑인을 노예로 삼은 것도 사과를 해야하지만 배상금 문제가 걸림돌"이라면서 "린치 희생자들의 후손들을 위한 신탁기금도 보다 적은 수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백인들이 저지른 인종적 차별행위에 대한 과거사 사죄를 추진해온 공식사죄위원회(CFA)는 린치행위 뿐 아니라 노예제를 포함해 미국 흑인에 대한 과거사 전반에 대한 의회의 사과를 추진하고 있다.

***전 국방장관 부인, "과거사 인정 없이 민주주의 말할 수 없어"**

CFA의 회원이기도 한 재닛 랭허트 코언은 "상원의 사과가 우리 가족의 아픈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민주주의 증진이나 독재로부터 해방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세계의 인권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외이미지 개선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 백악관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날 아프카카계 지도자 5명과 만난 자리에서 노예제와 미국 민주주의의 아픈 역사에 대해 대화했다"고 밝혔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또 미 상원의 결의안 채택에 대해 "미 상원이 심각한 불의에 대해 침묵한 과거에 대해 마땅히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앨러바마에 살던 어린 시절 인종간 갈등을 목격했다"면서 "미 상원의 사과는 기념비적이고 훌륭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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