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의 농지 소유를 실질적으로 무제한 허용해 농지 투기를 조장하는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연대 모임이 꾸려졌다. 이 모임은 농지법 개정 반대와 함께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보유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의 양심서약을 조직하기로 하고 1차로 58명의 국회의원에게 양심 서약을 받았다.
***70여개 시민·사회단체, "농업과 환경 살리는 데 연대하겠다"**
녹색연합,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전국농민회총연맹, 토지정의시민연대, 초록정치연대, 한살림, 환경운동연합 등 7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환경과 농업을 살리는 건강한 농지제도 개편을 위한 연석회의'를 창립을 선언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법 개정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농지제도 연석회의'는 녹색연합, 민주노동당, 전농, 초록정치연대, 한살림 등 농민·생명·환경단체들이 중심이 돼 3월 말부터 정부의 농지법 개정 움직임을 막기 위한 공동의 행동을 하기로 결의하고 여러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함으로써 꾸려졌다.
이 단체는 우선 올해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강력히 저지하고, 향후 우리 농업이 식량 안보, 생태 기능, 식품 안전 등 사회적 기능에 충실한 선진국형 농업으로 재편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모으는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 연대 모임을 꾸리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은 "그간 농민단체에게만 맡겨 왔던 농업에 대한 대응에 환경단체,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생활협동조합 등이 연대를 하기로 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농업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장기적인 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이번 연대 모임 창립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그간 시민단체 연대 사업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생명운동 진영이 이번 연대 모임을 꾸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런 의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농지법 개정안, 농민에게서 농지 빼앗는 개악"**
이날 창립식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을 맹성토했다. 헌법 제1백21조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고 도시인의 농지 투기를 조장해, 장기적으로 농업과 환경을 망치는 개정안이라는 지적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공기, 물처럼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농지가 시장 논리에 의해서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은 위헌적 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농민들에게서 농지를 빼앗아가 우리 농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경식 전농 의장도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은 갈수록 황폐화돼가는 농촌을 살리기는커녕 아예 고사시키는 법"이라며 "한번 망가진 환경과 농토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정부와 정치권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농지법 개정안 4월 임시국회 처리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일 뜻을 밝혔다.
***"농지법 개정안, 식량 안보 포기 대신 땅 투기 부추길 것"**
'농지제도 연석회의'는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이 갖는 문제점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은 도시인이나 비농민이 농지를 보유한 후 최소 5년 동안 위탁 영농을 한 뒤에는 매매와 전용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지가 상승이나 개발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농촌 지역에 대한 투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전체 국민의 단 1%가 전체 농지의 43%를 소유하고 있는 등 농지 소유 구조가 매우 왜곡돼 있는 형편이다.
농지법 개정안이 식량자급률 목표 수준과 농지 보전을 별개로 취급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식량자급률을 1백% 이상 확보하고, 농업 진흥 지역 비율도 80% 이상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현재도 식량자급률 25%, 농업 진흥 지역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은 사실상 식량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번 농지법 개정안이 농지 규제를 대폭 완화해 농지의 무분별한 전용과 난개발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업 진흥 지역 외부의 농지 역시 대기 정화, 습지 조절, 홍수 방지 등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국토 난개발을 가로막는 마지노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농지법 개정안이 최근 농업 회생의 중요한 전략으로 모색되고 있는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약 1백50만호의 농민을 7만호로 줄이는 식의 '규모화 영농 정책'을 가속화시켜 소규모 생태농업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58명, "농지 투기 않겠다" 양심 서약**
한편 이날 창립식에서는 연대 모임을 꾸리는 것과 동시에 준비된 사회 각계 인사들에 대한 '농지 투기 반대와 생명 농지 지킴이 양심 서약' 운동 진행 상황도 발표됐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이 문제가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공감해 짧은 시간이지만 58명의 국회의원들이 양심 서약에 동참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의원들이 이 양심 서약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심 서약은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보유하지 않을 것, ▲식량 안보, 건강한 밥상 지키기, 국토 생태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 ▲다음 세대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생명의 터전으로 농토가 보존되도록 노력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재까지 열린우리당 31명, 한나라당 15명, 민주노동당 10명, 자유민주연합 1명, 무소속 1명 등 총 58명의 의원이 서약에 동참했다.
다음은 양심 선언에 동참한 국회의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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