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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자유'는 또하나의 일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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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자유'는 또하나의 일방주의

[기고]'테러와의 전쟁'에서 '전제국가와의 전면전'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제 42대 미 합중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부시 대통령은 성경에 손을 얹은 채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하루 일과를 기도로 시작하는 부시 대통령에겐, 성서에 입각한 선서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테러로부터 미국을 지키고 미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일이며, 부시 대통령에게 테러와의 전쟁은 곧 성전(聖戰)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취임을 축하하는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졌다. 이 예포를 듣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부시 1기 행정부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들었던 그 포탄소리를 연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무력사용 자제를 시사한 2기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은 전쟁의 불안과 공포로부터 시달려온 많은 세계인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외지대는 분명히 남아있었다. '독재와 폭정의 지대'였다.

그래서 '자유의 행진'( The march of free)이란 화두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2기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자유의 확산' 즉, '폭정의 종식'으로 시작되었다. 부시 1기 체제의 세계지배이념이 테러와의 전쟁으로 '테러국가의 종식'에 있었다면, 2기 부시 체제의 이념은 '전제국가와의 전면전'으로 폭정의 종식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세계패권기제가 달라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2기 부시행정부의 세계지배수단은 1기 때와는 달리 선제공격에 의한 군사력(hard power)의 사용이 아니라, 자유라는 미국적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한 설득기제(soft power)의 동원인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의 확산"이란 말에는 풀리지 않은 몇 가지 의문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부시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는 과연 어떤 가치의 자유이며, 확산의 궁극적 목적지는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소위 '부시의 자유'란 어떤 자유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인 것이다. 그리고 '부시의 자유는 누구를 위한 자유이고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라는 점이다.

국제정치학에서 '영구평화론'의 대가로 알려진 임마누엘 칸트는 "자유란 자유 그 자체가 행진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자유는 타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 그 본성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자율적 힘에 의해 저절로 자신의 목적지와 종착역에 도달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시의 자유에서 칸트와 같은 '자율적 자유'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시의 자유는 부시 그 개인의 자율적 의지와 힘에 의한 자유인 것이다. 그래서 부시의 자유는 '타율적 자유'인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부시 행정부가 '추구한 목적'을 갖고 확산될 것이며, 그 목적지 또한 부시 행정부가 목표로 한 뚜렷한 지점으로 향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부시의 취임 연설에서는 그 목적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8일 콘돌리자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행한 발언 속에는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부시 2기 행정부가 확산시켜 나가야 할 자유의 목적지는 쿠바, 미얀마, 이란, 북한, 벨로루시, 짐바브웨이등 6개국인 것이다.

이들 국가들을 좀 더 관심 있게 관찰한다면 부시 2기 행정부의 미국 세계 패권 전략이 어떻게 형성되어 갈 것인지를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전 세계에 테러의 기지가 아닌, 독재와 폭정의 전초기지로 이들 국가들을 선점한 것이다.

중남미의 쿠바,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중동의 이란, 동북아시아의 북한, 중앙아시아의 벨로루시,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등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 독재의 전초기지를 설정해 놓은 것이다.

이는 더 이상 테러와의 전쟁이란 슬로건으로 세계 여론을 얻어 나갈 수 없다는 판단과 더불어,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이미 테러국가의 전초기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세계지배를 위한 전략으로 공화주의자들의 전통적 국제질서관인 자유란 화두를 전면에 포진하게 된 것이다.

즉 이번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자유의 확산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자유'의 확산이 될 것이며, 압도적 힘의 우위에 기반한 자유가 될 것이다.

이미 테러와의 전면전을 통해 부시 1기 행정부는 미국의 힘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에 이제 전 세계 어떤 국가도 그리고 그 누구도 미국의 힘을 부인할 수 있는 존재는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미국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동의에 의한 묵시적 침묵을 반대자들로부터 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군사력에 의한 세계 지배는 미국의 동맹국들로부터도 많은 반작용과 역작용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 미국 스스로가 의도하지 않았던 고립주의 상태로 전락해 가는 상황을 맞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지배 수단인 '자유의 확산'을 전면에 내세워 일국지배의 세계 패권 전략을 지속시킴은 물론 무력을 동원한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반기를 든 세계여론을 잠재우면서, 고립된 국제사회로부터 탈출하여 독재로부터 억압받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또 다른 구원자로 다가가겠다는 것이 부시의 자유인 것이다. "신의 섭리에 따라 자유를 향해 간다"라는 부시의 취임사 한 구절에서 부시의 자유는 누구의 자유이고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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