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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어린나이에 격무에 시달리는 여성아나운서께..."

문갑식 '초저자세 사과문' 게재, "특정매체-특정인 비하 의도 전혀 없어"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가 17일 오후 KBS 여성아나운서를 '유흥업소 접대부'에 비유한 망언에 대해 "글에서 여성 아나운서 전체를 비하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었으며 특히나 특정인, 특정 방송국을 지칭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발뺌을 하고 나섰다. 사회적 지탄 여론이 일며 사법처리까지 처할 위기에 직면하자 문제대목을 삭제한 데 이어 선보인 '신속한 변신'이다.

하지만 그는 이 사실을 보도한 본지를 비롯한 언론들이 자신을 '본질과 별 관련이 없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악의적인 글'로 비난했다고 반박, 그의 '사과'가 눈앞의 사법처리를 모면하기 위한 궁색한 임시방편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어린 나이에도 격무에 시달리시는 여성 아나운서들께 사과"**

문 기사는 이날 오후 3시51분 조선닷컴내 자신의 블로그에 띄운 '언론발전을 위해 힘쓰시는 여성 아나운서분들께'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망언을 사과했다.

그는 글에서 "서기철 한국아나운서협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제게 '당신의 글 중에 여자 아나운서를 불쾌하게 만든 부분이 있으니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와 그를 믿기로 하고 글을 올린다"고 사과문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문제 글에서) 신문시장이 망하게 된 이유-신문업계 자체의 적응노력 부족, 정권의 탄압, 시민단체와 방송의 공격-는 사라지고 그 글 중에 나온 '모 국영방송국 여성 아나운서'라는 부분이 부각되고 말았다"고 주장하며 "이는 제가 정제되지않은 거친 표현을 썼기 때문일 겁니다.나름대로 특정 방송국이나 특정인, 특정 프로그램을 지칭하지 않으려 했고, 제 블로그를 누가 볼까(실제로 이 글은 한달여만에 처음 올린 것이고 그간 제 블로그를 찾은 네티즌은 하루에 5명도 채 안됩니다)하는 생각에서 쓴 것이지만 본의 아니게 여러분(특히 여성 아나운서)에게 마음의 상처와 충격을 주게된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재차 "저는 글에서 여성 아나운서 전체를 비하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었으며 특히나 특정인, 특정 방송국을 지칭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며 "솔직히 제가 TV를 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며 시사프로그램이나 언론비평 프로그램을 볼 기회 역시 적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까지 했다.

그는 "하지만 과정이야 그런 말들은 제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어찌됐건 이 나라 방송문화창달과 언론발전, 성숙한 방송문화 정착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쓰시는 아나운서(특히 어린 나이에도 격무에 시달리시는 여성 아나운서)들께서 제 글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불편함과 분노, 상처를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시한번 저는 특정방송국, 특정직업군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밝힙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사과문 말미에 "서 회장과 KBS 아나운서 실장께는 추후 제가 술 한잔 권해 드리려 합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 기자, 자신의 망언 보도한 언론들 맹비난**

문 기자는 그러나 사과문 곳곳에서 본지를 비롯해 이번 사태를 다룬 언론들이 '악의적으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불편한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내, 그의 반성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함을 스스로 드러냈다.

그는 이번 망언을 최초로 보도한 <매일노동뉴스>를 비롯해 그의 망언을 다룬 모든 매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본지에 대해 그의 글 전문을 올리면서, 그가 행한 '조동'이외의 언론 비판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한 본지가 "가장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과정에 "(이들 언론은) 마치 미식축구나 럭비에서 일제 공격을 하듯 파상적으로 제 일기장과 같은 사적인 영역을 공적인 문제로 부각시켰다"고 주장, 그가 아직 자신의 망언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또 "저의 글이 이렇게 파문을 낳게된 것은 제가 블로그라는 게 개인 미디어이며 마치 제 스스로의 일기장 같이 스스럼없이(때로는 욕도 비어도) 쓸 수 있는 매체라는 '정의'를 곧이 곧대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평소 블로그에서는 특정매체와 특정인을 겨냥해 '유흥업소 접대부'라는 저질적 욕이나 비어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왔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일보 '당혹속 침묵'**

이번 사태와 관련, 조선일보는 아직 공식적으론 '침묵'으로 일관중이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묻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블로그는 개인 영역인만큼 사측 차원에서 공식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날 오후 조선닷컴을 통해 본지에 전화를 걸어와 본지가 문 기자 글 전문을 실은 것과 관련, "저작권 보유자인 문갑식 기자와 조선닷컴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전문을 실은 것은 저작권 위반행위인만큼 즉각 전문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조선일보에 사실상 이번 문갑식 기자의 문제 글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음을 자인했었다.

조선일보 편집국의 한 기자는 이와 관련, "문 기자 글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더이상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선 문 기자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문 기자가 띄운 사과문 전문이다.

***언론발전을 위해 힘쓰시는 여성 아나운서분들께**

<1>오늘 아침부터 무척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침 일찍 회사에서 내근하는 후배가 "KBS 아나운서 실장으로부터 연락을 달라는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문 선배가 쓴 블로그가 한겨레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크게 나갔기 때문'이라고 그 후배는 말했습니다.

'내 블로그가 왜 한겨레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떠있는가' 궁금해 찾아가보니 톱으로 '문갑식'이란 제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여러군데 떠있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네티즌들의 욕설도 있었습니다. 기사를 읽다보니 매일노동뉴스를 인용했더군요. 매일노동뉴스 사이트를 다시 가보니 아예 '문갑식 조선 기자 KBS 여자 아나운서에 막말'류의 기사가 역시 톱으로 게재돼있더군요. 오전이 채 지나지 않아 제 글이 야후 등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게재돼있고 개중에 가장 악의적인 글이 있길래 역시 출처를 찾다보니 '프레시안'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진원지인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 뒤로도 전화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 지 메모가 왔길래 전화해보니 '오마이 뉴스'기자라는 사람이 '왜 그런 글을 올렸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하고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인터뷰하지 않는다. 내 멘트를 절대 인용하지 말라'고 했더니 그 기자는 자신들의 사이트에 '(제가) 으름짱을 놨다'고 써놓았더군요. 정말 말이 안나올 정도입니다.

<2>그로부터 서기철 한국아나운서협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서 회장은 제게 "당신의 글 중에 여자 아나운서를 불쾌하게 만든 부분이 있으니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습니다. 저는 제가 지난 14일 쓴 '신문시장이 망하게된 이유'라는 글에서 신문시장이 망하게된 이유를 제 나름대로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신문시장이 망하게 된 이유-신문업계 자체의 적응노력 부족, 정권의 탄압, 시민단체와 방송의 공격-는 사라지고 그 글 중에 나온 '모 국영방송국 여성 아나운서'라는 부분이 부각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제가 정제되지않은 거친 표현을 썼기 때문일겁니다. 나름대로 특정 방송국이나 특정인, 특정 프로그램을 지칭하지 않으려 했고, 제 블로그를 누가 볼까(실제로 이 글은 한달여만에 처음 올린 것이고 그간 제 블로그를 찾은 네티즌은 하루에 5명도 채 안됩니다)하는 생각에서 쓴 것이지만 본의 아니게 여러분(특히 여성 아나운서)에게 마음의 상처와 충격을 주게된 것 같습니다. 서 회장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키로 한 저는 '만일 사과받고 싶은 내용을 원하면 100%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서 회장은 '본인이 글을 올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와 저는 그를 믿기로 했습니다.

<3>저는 나름대로 신문시장이 망하게된 이유를 쓰려했지만 저는 글에서 여성 아나운서 전체를 비하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었으며 특히나 특정인, 특정 방송국을 지칭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tv를 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며 시사프로그램이나 언론비평 프로그램을 볼 기회 역시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정이야 그런 말들은 제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어찌됐건 이 나라 방송문화창달과 언론발전, 성숙한 방송문화 정착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쓰시는 아나운서(특히 어린 나이에도 격무에 시달리시는 여성 아나운서)들께서 제 글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불편함과 분노, 상처를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시한번 저는 특정방송국, 특정직업군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밝힙니다.

<4>아마 별로 유명하지도, 글을 잘 쓰지도, 그렇다고 가진 것도 없는 저의 글이 이렇게 파문을 낳게된 것은 제가 블로그라는 게 개인 미디어이며 마치 제 스스로의 일기장 같이 스스럼없이(때로는 욕도 비어도) 쓸 수 있는 매체라는 '정의'를 곧이 곧대로 믿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인터넷에 둔감한 저는 초기 블로그 개설 때 과거 종군취재 때 찍었던 사진과 과거 신문에 게재된 글을 올린 이후로 거의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일노동뉴스(이 매체는 과거에도 수차례 제가 무슨 고소라도 당하면 눈에 띄게 열심히 보도해준 매체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 운영했던 매체입니다), 한겨레신문 인터넷 사이트(한겨레와 조선일보의 관계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없을 줄 압니다) 프레시안(이 매체 역시 저에 대해 무슨 관심이 그리 많은 지 제가 글만 쓰면 마구 비판했던 매체입니다), 야후(이 매체는 웬지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프레시안 글을 거의 전재하더군요), 오마이뉴스(이 매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는 마치 미식축구나 럭비에서 일제 공격을 하듯 파상적으로 제 일기장과 같은 사적인 영역을 공적인 문제로 부각시켰습니다. 더구나 제가 앞에서 거론한 매체 중 일부는 저를 완전히 '여성 비하론자'(사실은 제가 딸을 둘이나 두고 있는데...) '과거에도 문제가 많은 기사를 써온 자'라는 식으로 매도하더니 또 어떤 부분에서는 '스타(?)기자'로 추켜세우는 등 지루박 스텝에서 디스코스텝, 블루스까지 다양한 변주를 해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어 하루종일 머리가 띵합니다.

<5>제게 연락해온 매체 중 제가 유일하게 답변해준 곳은 한겨레신문 인터넷 사이트 담당 기자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나는 이 글을 개인 홈페이지에 쓴 것이다. 이것을 이렇게 문제삼을 바에야 차라리 사전에 연락이라도 한번 하지 그랬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제 블로그가 비록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저는 '공인'이라면서 자기들은 충분히 기사거리가 된다고 봤기 때문에 자신들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문제가 된 부분은 내 스스로 삭제했다. 나는 그 글에서 방송국에 시비를 걸거나 특정 직업인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없었다. 그 부분은 확실히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한겨레 인터넷 사이트)도 매일노동뉴스를 인용하는 것 같은 치사한 짓을 하지말고 지금부터 내 글을 올리려면 수정된 글을 올리라'고 제안했고 제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러겠노라'고 말했습니다.

<6>참, 이 글을 쓰던 중 연합뉴스 김가회 기자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는 그에게 '이왕 멘트를 쓰려면 '특정방송국이나 특정직업군을 겨냥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일부 매체에서 글의 본질과 별 관계가 없는 부분을 부각시켜 참으로 당혹스럽다'고 써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서 회장과 kbs 아나운서 실장께는 추후 제가 술 한잔 권해드리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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