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분노, "문갑식 기자 발언, 명백한 성희롱"

"공격대상조차 구분 못해, 사회적 책임 져야"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가 개인 블로그에서 KBS 여성아나운서를 '유흥업소 접대부'에 비유한 것과 관련, 여성단체 및 여성주의 언론들은 "명백한 성희롱적 발언"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특정인 지칭한 명백히 성희롱적 발언"**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www.iftopia.com) 엄을순 사장은 1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기자의 글을 조금만 자세히 읽으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다"며 "명백히 성희롱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엄 사장은 "블로그가 아무리 사적인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조선일보 기자라는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기반해 글을 쓴 것이며, 조선일보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이라면 자신의 발언에 명백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기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시험을 보면 여성들이 상위 점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똑똑하고 총명한 사람들이 아나운서들인데,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왜곡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방송 비판하며 여성 아나운서를 성적 비하해, 공격 대상 조차 구분 못해"**

여성주의 매체 <일다>(www.ildaro.com) 조이여울 편집장은 "너무 천박해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 조 편집장은 "문 기자가 공격하고 싶은 대상은 현 정부와 방송인데 엉뚱하게 여성 아나운서를 들고 나왔다"며 "공격 대상조차 구분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사실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자기가 공격하고자 하는 집단의 여성에 대한 공격, 그것도 성적인 공격을 통해 그 집단을 깎아 내리는 방식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들이 흔하게 쓰는 저급한 비판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 문 기자가 공격한 그 아나운서를 본인이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조 편집장은 또 "사생활 개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블로그가 또 하나의 인신공격의 장이 되고 있다"고 블로그 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싸이월드, 네이버 등 포탈 뿐아니라 최근에는 많은 언론사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개인적 비난, 감정적 반응 등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방송인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도 문제"**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 아나운서와 앵커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인식도 문제"라면서 "여성 방송인들에게 외모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들이 그에 걸맞게 빼어난 외모를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남성들보다 실력이 없다거나 아무 생각이 없다고 생각할 근거가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문 기자 발언만이 아니라 여성 아니운서들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방송사 내부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여성 아나운서가 마치 방송의 '꽃'인양 인식하는 차별적 인식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