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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장관, "내년에 빈곤층 1천만명으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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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장관, "내년에 빈곤층 1천만명으로 급증"

[데스크 칼럼] '準공황' 돌입, "정부, 도래한 위기를 직시하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며칠 전 한 국무위원은 사석에서 '지금 데모할 국민이 한 1천만명쯤 된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이것이 정부의 솔직한 인식이라면 대통령은 간과 쓸개를 떼어놓고 대통령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데모할 국민 1천만명'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이같은 말을 한 국무위원은 누구인가. 세간의 관심은 증폭됐다.

***모 경제장관 "내년 빈곤층 1천만명으로 급증"**

취재결과, 문제발언을 한 국무위원은 모 경제부처장관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그가 말한 '데모할 국민이 한 1천만명쯤 된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는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문제의 발언은 모 경제부처장관이 민주노동당 의원 몇명과 저녁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작금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설명한 뒤 민노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한 참석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경제부처장관은 지금 우리경제가 직면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설명하는 과정에 문제의 발언을 했다.

"내년이 되면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계층을 합한 빈곤층이 1천만명에 달할 것이다. 유사시 못살겠다고 길거리에 쏟아져나와 데모할 국민이 1천만명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발언이 충격적인 것은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차상위층, 즉 '빈곤층'은 5백만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안명옥 한나라당의원에게 제출한 <빈곤층, 차상위계층 실태현황 및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월 1백6만원)에 못미치는 소득만 올리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한달 수입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최고 월 1백22만원)인 차상위계층을 합한 빈곤층은 8월말 현재 전국민의 10.4%에 달하는 4백94만5천3백35만명이다.

그런데 문제의 경제장관은 이 숫자가 내년에는 1천만명으로 지금보다 배나 늘어나면서 전국민의 20%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을 한 것이다. 문제의 장관은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만큼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연기금까지 동원한 '한국형 뉴딜'의 불가피성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내우: "투기부양책의 필연적 귀결, 내수기반 붕괴"**

이 경제장관의 전망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확인할 길 없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위기상황을 과장했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 경제주무장관이 현역 의원들 앞에서 내년에 빈곤층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빈곤층은 IMF사태직후인 1998년 폭증했다가 그후 '묻지마 주식투자' '카드 남발' '아파트 투기' 등 각종 경기부양책에 의해 낮아졌다가 지난해부터 또다시 급증세로 돌아서, 현재 전국민의 10%를 넘는 5백만명으로 늘어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실제 빈곤층 숫자가 정부 발표보다 많은 7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내년에 빈곤층이 전국민의 20%이 된다는 것은 한국이 '남미화'의 과정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최근 참여연대 등의 실험을 통해서도 드러났듯, 4인가족이 월수 1백여만원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벼랑끝 극한생존을 의미한다. 매일 자살하는 사람이 30명을 넘고, 생계형범죄가 급증하며, 계층간 위화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통령 및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빈곤확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이렇게 속으로는 빈곤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가 밖으로는 "내년이 되면 내수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궤변이다. 빈곤층 급증이란 곧 내수 구매력의 붕괴, 더 나아가 내수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출 세일'에 여념이 없던 은행들이 요즘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을 해주라는 정부 말만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다가는 막판에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의 강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출회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세간의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

"지금 경제는 위기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어려울 뿐"이라는 정부 주장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공허한 메아리로 맴도는 것도 당연하다.

***외환: "환율 9백원까지 갈 수도..."**

문제는 심각한 내수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미국의 공격적 '약한 달러' 정책으로 IMF사태이래 최대 위기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IMF사태는 다수 국민에게는 재앙이었지만 수출기업들에게는 '복음'이었다. 달러당 7백원선에 머물던 원화가 최고 2천원까지 오르면서 예기치 못한 엄청난 '가격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후 지난 7년간 막대한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른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원화는 달러당 1천1백원~1천2백원대에서 머물러왔다. IMF사태때 바닥이 났던 외환보유고가 1천8백억달러를 넘어서고, 일부 수출대기업이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게 된 것도 근본적으로는 '약한 원화=강한 달러'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계기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원-달러 환율 세 자릿수 시대 다시 도래하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글로벌 달러약세가 가속화되고 있어 내년도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원화 환율이 1천원선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충격적 전망이다.

연구원은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올해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6천2백70억달러로 미국 GDP의 5.38%로 급증하면서 레이건정권 시절의 기록을 깨고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연구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85년 레이건정권 시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문제 해결을 위해 G7 재무장관들이 달러화에 대한 하락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던 '플라자 합의'에 이어 부시정권 2기에 '제2의 플라자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말해 달러화의 대폭락, 원화의 초강세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경제석학인 김종인 의원도 "미국의 움직임을 볼 때 내년에 원화환율이 9백원대까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외형상 원화 강세로 숫자상의 1인당 GDP가 급증하고 물가압력은 줄어들겠으나 실물경제는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면 무역흑자가 격감하다가 끝내 적자로 전환하고 이 순간부터 국가신용등급 하락, 주가 폭락 등 한국경제에 일련의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이 와중에 외국계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주가가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치면 또다시 밀물처럼 들어와 헐값에 주식과 기업을 사들이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국부를 야금야금 빼갈 것"으로 우려했다.

IMF사태와 같은 외환위기가 재연되지는 않겠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IMF사태와 동일한 국부유출 과정이 되풀이될 위험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김 의원은 여기에다가 "부시의 재집권으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컨츄리 리스크(국가위험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경제에 중대한 시련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당뇨병환자에게 포도당주사 놓기**

한국경제는 이처럼 안팎으로 중차대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단기간에 똑 떨어지는 처방전도 없는 심각한 구조위기다. 정부도 내심으론 이를 잘 알고 있는 눈치다. 특히 내년에 빈곤층이 1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경제부처장관의 토로는 정부 역시 한국경제의 위기가 지난 수년간 정부가 써온 카드-아파트 등 '투기부양책'의 필연적 귀결인 '부의 양극화'에 따른 '내수 구매력 붕괴'에 있음을 비로소 감지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문제는 그러나 이처럼 병명이 분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당뇨병 환자에게 포도당 주사를 놓는 식의 악성미봉책 일색이라는 점이다. 만성적 재정적자-야당의 반발 등으로 재정적자를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보니 대통령까지 나서 1백30조원대의 국민연금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동원하려는 것이 한 증거이며, 우리경제를 이처럼 골병들게 만든 핵심 주범이 부동산 경기부양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년 4월의 재보선 등 정치일정을 의식해 또다시 기업도시, 골프도시, 한국형 뉴딜 같은 부동산경기부양에 올인하려 하는 것이 또하나의 증거다.

특히 전경련이 바람을 잡고 정부여당이 총대를 맨 기업도시법의 경우는 정경유착 의혹을 넘어서, 한국의 대기업들이 원화 초강세라는 대외적 시련을 국제시장에서의 '기술-제품경쟁력' 제고를 통해 극복하려 하지 않고 국내에서의 '부동산 투기차익'을 통해 만회하고자 하는 '박정희시대 패러다임'에 안주해 있는 게 아니냐는 탄식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국정의 또다른 책임자인 한나라당 역시 한쪽으로는 '부의 양극화'의 근원적 해법중 하나인 '아파트분양원가 전면공개'를 과감히 당론으로 채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극소수 부동산투기세력을 겨냥한 종합부동산세에는 극력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이는가 하면, 모든 경제정책을 좌파정책으로 몰아가는 색깔공세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한해에만 아파트값을 1백50조원이나 폭등시켜 분배구조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노무현정부가 어떻게 좌파정권이란 말인가.

***"한국경제가 걸린 병은 준(準)공황"**

한국경제가 걸린 병의 병명은 '준(準)공황'이다. 공황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다. 기업이 아무리 상품을 많이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어져 어느날 경제가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리는 게 다름아닌 공황이다. 그런 면에서 극심한 부의 양극화로 내수 구매력이 붕괴했고, 경제장관의 말처럼 빈곤층이 1천만명으로 급증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것이 바로 공황진입 국면, 즉 '준(準)공황'인 것이다.

공황적 위기의 대응책은 30년대 세계대공황때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대통령이 택했던 일련의 정책처럼 비장한 것이어야 한다. 과도기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토목공사외에 구매력을 상실한 저소득층을 위한 과감한 이자감면과 부채만기연장, 재정지원 등이 뒤따라야 하는 동시에, 이에 필수적인 재원조달을 위해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챙긴 특권층에 대한 과감한 증세가 필요하다.

왜 뉴딜추진시(1933~1939년) 루즈벨트대통령이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이 일자, "내가 뉴딜을 하는 것은 부자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려는 것"이라며 "드디어 대결의 때는 왔다. 특권계급은 단결해 나를 증오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한다"고 사자후를 터트렸는지를 위정자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경제당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환자가 극심한 통증으로 절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곧 좋아질 것"이라는 심리치료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펀더맨털은 좋은데 심리가 문제"라는 식의 경제각료들의 주장이 그런 대표적 증거다. 이는 IMF사태 발발직전에 경제관료들에게서 들었던 얘기이기도 하다.

빈곤층이 1천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땜질로 일관하는 정책을 계속 취하려 한다면 '1천만 발언'을 한 경제장관 등은 더이상 '자리욕심'을 거두고 물러나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은 암환자를 수술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루즈벨트의 비장한 심정으로 경제위기 상황을 국민앞에 솔직히 밝힌 뒤 '길고 고된 재생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이같은 선택을 미룬다면, 경제가 정치의 목줄을 죄는 국면은 앞으로 더욱더 심화될 것임을 위정자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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