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콜센터 자리 배열을 한 칸 씩 건너 앉으라 했다던데 저희는 그러지도 못했어요. 언론에 보도되고 갑자기 마스크 쓰고 일하라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최저시급 받고 일하는 상담사들에게 금값인 마스크 제공도 안 해주면서 그런 공지가 내려왔어요. 마스크 쓰고 1시간 이상 통화하면 마스크가 축축해져서 피부까지 쓰리고 따가워져요. 숨차서 일하기도 힘들고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원청사에서 콜센터 일을 안 해봐서 그런 건지 고객에게 ‘마스크 끼고 일하니 양해해달라’고 말하라는데 말도 안 되죠. 저희는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8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구로가 시작일 뿐이란 게 대부분의 상담원들의 생각이에요" - 상담사 A 씨
구로 콜센터를 중심으로 100명이 넘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직후, 서울시와 원청의 조치에 상담사들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현실성 떨어지거나 '보여주기 식'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직장갑질119와 콜센터119가 13일, 콜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공공상생연대기금의 후원을 받아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콜센터 상담사 1565명을 대상으로 △상담사 근로조건 △코로나19 조치 △정부정책 및 필요조치 등 '근무실태와 코로나19 예방대책'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19로 업무량은 늘어나...마스크 착용에는 '고객 불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업무량에 대해서는 '늘었다'는 응답이 66.1%(1034명)를 차지했다. 이는 1399 질병관리본부 상담부터 여행을 취소하는 항공사 상담 등 원청회사의 상담 업무를 대신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의 코로나19 예방조치(복수응답)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키보드 소독용 알콜솜을 지급하지 않는다 85.5%(1338명)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 56.9%(891명) 순서로 나타났다. 콜센터 절반 이상이 상담사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원청사가 공공기관일 때 예방조치를 하는 경우가 민간기관일 때보다 다소 높게 나왔지만 공공기관조차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7%(556명)에 이르렀다.
근무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한 상담사는 34.5%(540명)에 불과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고객의 클레임(불만)을 받기 때문 70.5%(723명) △답답하고 불편해서 45.6%(467명) △마스크가 없어서 26%(267명) 순으로 나타났다. '회사(관리자)가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해서'라는 응답도 3.3%(34명) 있었다.
비좁은 업무 공간 위험..."원청이 책임져야"
상담사의 97.8%(1530명)는 비좁은 업무공간이 코로나19 전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상담사의 85.6%(1340명)는 직장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조치로 △'재택근무 전환'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2.9%(671명)으로 가장 많았고 △'마스크, 손세정제, 체온감지기 등 보호장비 지급'이 42.3%(662명), △'1m 간격 이상의 상담 공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32.6%(510명)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원청회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47.9%(750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가 31.9%(499명)으로 뒤를 따랐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도급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12.3%에 불과했다.
'코로나19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주관식) 항목에는 '휴가 보장'과 '교대 근무'를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촉위험을 줄이기 위해 '2교대 근무', '2부재 근무', '가족돌봄 휴직', '격일근무' 등의 조치도 언급됐다.
직장갑질119와 콜센터119는 이런 상담사들의 요구를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을 위한 콜센터 상담사 긴급 10대 요구'로 모아 회사와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원청과 하청을 차별하지 않고 감염시키는 코로나19가 한국사회 불평등의 핵심인 하청노동의 맨얼굴을 드러냈다"며 "일터의 하청화, 위험의 외주화를 퇴치하지 않는 한 국민의 생명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담사들의 임금은 '200만 원 미만'이 가장 많은 68.9%(1079명)로 나타났다. '200만 원 이상 250만 원 미만'이라 응답한 비율도 27.6%(432명)으로 상담사의 96.5%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들은 대부분이 여성(93.5%, 1463명)이었으며 연령별로는 30대·40대가 77.8%(1218명) 가장 많았다.
회사 규모는 100인 이상인 곳이 82.5%(1291명) 가장 많았고 67.3%(1053명)이 버스·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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