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하루 2번 열을 잰다. 열을 잴 때마다 굉장히 두렵다. 확진자가 되면 같이 일하는 100명 가까운 동료가 돈을 못 벌게 된다.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열을 잴 때마다 느낀다."
한 콜센터 노동자의 말이다.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콜센터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높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달서구 성당동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소속 직원 5명 등 대구 6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0명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 간접고용 노동자인 콜센터 노동자들이 원청업체가 나서야 콜센터의 코로나19 방역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연맹 소속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11일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현장 증언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원청 중에는 재벌기업, 금융기업, 공기업, 글로벌기업 등이 많다"며 "이들이 콜센터 노동자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내 문제로 인식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원청의 책임을 들고 나온 것은 콜센터 업계의 계약구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콜센터는 보험사, 홈쇼핑업체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콜센터 업체에 하청을 주는 식으로 꾸려진다. 그러다보니 콜센터 업체는 한정된 용역비로 운영된다.
콜센터 노동자에 대해 재택근무, 띄어앉기, 근무공간 확충 등 다양한 방역대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상당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근무 설비를 옮기고,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등이 필요하다. 띄어앉기나 근무공간 확충을 위해서는 추가로 사무실을 확보해야 한다.
원청의 실적 압박 때문에 당일 연차 사용에 패널티를 주는 하청업체의 방침을 바꾸는 것도 원청이 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집단 감염' 당시에도 확진자 중 한 명이 몸이 안 좋은데도 퇴근시간까지 2시간 가량 일해야 했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손영환 한국고용정보지회장은 "하청업체가 혼자 방역대책에 대한 비용을 짊어지기는 무리라고 보여진다"며 "지자체와 원청, 정부 등이 협심해서 이런 부분에 대한 대책을 빠르게 강구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원청의 콜센터 노동자 코로나19 방역대책 외면이 예고된 참사로 이어졌다는 성토도 나왔다. 김란희 SH서울주택도시공사지회장은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 원청에 '혹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상담사에 대해 어떤 대응계획을 갖고 있냐'고 공문을 보냈다"며 "당시 '너희는 우리 직원이 아닌데 왜 우리가 계획이 있어야 하냐. 준비된 거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었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통해 고용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는 또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하청업체가 제한된 용역비로 노동자를 고용하다 보니 한정된 자원 때문에 콜센터 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고 원청은 그 하청업체에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원청이 직접고용해 고용의 질을 높이지 않는 이상 콜센터 노동자들은 계속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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