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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성운동상, '낙태죄 폐지 이끈 모든 여성들'

3.8 세계여성의 날, 한국여성대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등 발표

'올해의 여성운동상'이 지난해 4월, 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모든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또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여성 노동자들이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된 반면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사건을 축소 은폐한 검찰 특별수사단은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올해의 여성운동상'과 '성평등 디딤돌'을 선정하고 '성평등 걸림돌' 명단을 발표했다. 7일 예정된 제36회 한국여성대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잠정 연기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올해의 여성운동상'으로 모든 여성들을 선정한 배경을 두고 "낙태죄는 국가가 여성의 몸을 출산 도구이자 인구조절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단"이라며 "(낙태죄 폐지라는) 이 역사적 성과는 오랫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노력으로 연대를 이루어 온 한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운동 발전에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를 선정해 해마다 한국여성대회에서 시상하고 있다. '성평등 디딤돌'은 지난 한 해 우리사회의 성평등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반면 '성평등 걸림돌'은 우리사회 성평등 실현에 걸림돌 역할을 했다고 판단되는 개인 또는 단체를 지정해 발표한다.

올해의 여성운동상, '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낸 모든 여성들'

ⓒ한국여성단체연합

앞서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규정된 낙태죄는 현실에서 사문화됐다가 2016년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부활했다. 이에 분노한 수많은 여성들에 의해 낙태죄 폐지 운동이 재점화됐다.

2016년 폴란드에서 일어난 '검은 시위'도 영향을 미쳤다. 2016년 10월 종로 보신각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를 외쳤다. 이 시위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면서 낙태죄 폐지 운동은 대대적으로 확산됐다.
2017년 9월에는 23개 시민‧사회‧노동‧여성단체들과 정당들이 모여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및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표방하며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을 발족했다. 모낙폐는 대중집회, 캠페인, 강연, 국제연대 등의 활동을 통해 낙태죄 폐지를 위한 대중 인식 개선과 담론 확산, 국회 및 헌법재판소 대응을 전개해갔다.

모낙폐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여성의 임지중지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형법상 처벌 조항 삭제를 통한 전면 비범죄화와 유산유도제 도입,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포괄적 성교육 실시 등 실질적인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임신중단 합법화 시위를 20여 차례 이어간 'BEWAVE', 낙태죄 위헌소송을 담당한 변호인단, 2018년 11월 29일부터 2019년 4월 11일까지 133일 동안 헌법 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 183명의 여성들, 헌법재판소 선고 당일 낙태죄 폐지의 당위성을 확인하는 청년·종교·의료·장애 등 8차례의 각계 릴레이 기자회견에 함께 한 사람들, 그리고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한 시민단체, 보건·의료전문가, 교수·연구자 등 '낙태죄' 폐지를 향한 다양한 활동 현장에 수 천, 수 만 명의 여성들이 있었다"며 "이러한 여성들의 활동은 '낙태죄' 폐지가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고, 마침내 1953년 제정 이후 66년 만에 형법상 '낙태죄'를 실질적으로 폐지시킴으로서 성·재생산 권리의 온전한 보장을 위한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캐노피 위의 요금수납원들 ⓒ프레시안(최형락)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 '성평등 디딤돌' 선정

'성평등 디딤돌'에는 여성노동의 외주화·비정규직화에 정면 도전해 비정규직 문제의 성차별성을 폭로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이 선정됐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18년 기준 100대 63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는 구조화된 여성 배제가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도로공사는 2000년대 이후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인 톨게이트 요금수납 직무를 직접고용에서 도급계약으로 변경하고 노동자들을 외주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했다. 이에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은 2013년부터 근로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에서 승소했다. 2019년 8월에는 대법원에서도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고용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개별 소송을 진행하면 그에 따라 선택적으로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하겠으며, 2015년 이후 입사자는 임시직 기간제로 우선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은 지금도 청와대 앞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다양한 여성‧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기업,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 맞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 여성노동의 외주화 및 비정규직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여성의 노동권 의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며 "특히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의 성차별성을 드러내 비정규직 철폐운동의 지평을 넓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톨게이트 여성노동자 외에도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혐오표현 금지는 헌법의 원칙임을 천명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합헌 결정 △체육계 미투운동의 발화점이 되어 공고한 체육계 카르텔과 성폭력문화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심석희 선수 △학교 내 성폭력 문제, 특히 여성청소년들의 복합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변화를 이끈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여성청소년의 억압과 폭력 경험을 여성주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선정됐다.

'성평등 걸림돌', 김학의·윤중천 성폭력사건을 또 다시 축소·은폐한 검찰 특별수사단

'성평등 걸림돌에는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사건을 담당한 검찰 특별수사단(수사단장 여환섭 현 대구지검장)을 포함한 6건이 선정됐다.

2019년 11월 김학의·윤중천에 대한 각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중천에 면소 및 공소기각을, 뇌물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학의 전 차관에게는 공소시효 도과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37개 여성단체들이 김학의·윤중천의 성폭력사건을 축소·은폐했다며 검찰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들 판결은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재수사에 착수한 특별수사단(수사단장 여환섭 현 대구지검장)이 윤중천에 대해서는 성폭력 사건 중 극히 일부만, 김학의에 대해서는 '뇌물죄'로만 면피용으로 기소했기에 때문에 가능했다"며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이 성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또 한 번 외면했고, 당시 수사 검사들의 사건 축소 및 은폐,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제 식구 감싸기'를 다시 재현해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37개 여성단체들은 이에 항의하며 지난해 12월, 사건의 첫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사건의 진상규명은커녕 가해자 및 부실·은폐수사의 책임자조차 처벌되지 않는 것을 규탄하며, 수사권을 남용해 김학의·윤중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검찰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성평등 걸림돌'에는 김학의·윤중천 검찰 특수수사단 외에도 △영화계 인권침해와 성폭력 문제 해결 목소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응답한 김기덕 감독 △성별 분리채용 성차별을 관행이라고 변명하고 보복성 징계까지 한 대전MBC 방송국 △여성 성착취 영상을 촬영·유포·거래한 수십 만 명의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와 공모자들 △리얼돌 수입을 허가한 대법원 2부 재판부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비호하며 2차 가해를 한 '고 구하라 재판 판사' 오덕식 판사 등이 선정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들 '걸림돌'에 대해 "강남역 살인사건, 소라넷과 웹하드 카르텔, 미투운동에 이어 또 다시 한국 여성들의 집단적인 분노가 모아지고 있다"며 "사법부부터 남성의 성적 욕구 충족을 우선시하며 일상생홀에서 여성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가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의 일상 복귀는 어렵게 하는 판결부터 미투 운동을 통해 여성들이 요구했던 사법 정의 실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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