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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돌아왔어!"…772함 수병 36명 '침묵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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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돌아왔어!"…772함 수병 36명 '침묵의 귀환'

미수습자 8명, 합참의장 "다 찾겠다는 각오로 시간 구애받지 말라"

스무날 동안 돌아오지 않던 천안함 수병 36명이 15일 귀환했다. 그러나 돌아온 아들, 형제, 남편을 맞는 이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천안함이 물살 센 서해 바다 속으로 속절없이 가라앉았던 지난달 26일부터 20일이 흐른 이날까지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접지 않았던 '실종자 가족'은 이제 뒤늦게 귀환한 수병들의 '유가족'이 됐다.

▲ 천안함 침몰 사고 발생 20일만인 15일 함미에서 발견된 실종 장병의 시신이 평택 제 2함대 사령부로 운구되고 있다. ⓒ뉴시스

침실·화장실에서 발견된 젊음들

백령도 장촌포구 앞바다 바지선 위에 끌어 올려진 천안함 함미에서 이뤄진 시신 수습 작업은 예상 완료 시간이었던 8시를 훌쩍 넘겨 자정께야 종료됐다.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8시까지 총 28구의 시신이 발견되어 신원 확인을 거쳤고, 8시 이후에도 4구의 시신의 신원이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나현민 일병의 시신이 8시 45분께 수습되고 난 뒤 수색작업은 50분가량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9시 36분 후부 제독소에서 문영욱 하사, 9시 39분 전기창고 입구에서 정범구 상병, 9시 53분 후타실에서 김동진 하사의 시신이 차례로 발견됐고, 이어 10시 36분에 조정규 하사의 시신이 기관부 침실 하단부 해치(창고) 안에서 발견됐다.

이처럼 이날 총 36구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앞서 시신이 발견된 고(故) 남기훈, 김태석 상사를 제외하고 수색 대상이었던 44명 중 실종자는 한 자리인 8명으로 줄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기관부 침실이 15구로 가장 많았으며, 승조원 화장실과 승조원 식당에서도 각각 6구, 4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를 보면 많은 장병들이 사고 당시 침실·식당 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함미가 침몰된 20일 동안 시신이 원래 위치에서 옮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앞서 지난 3일 고(故) 남기훈 상사의 시신은 애초에 부사관 간부식당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었으나 식당 상단부위 절단면에 몸 일부가 걸린채 발견됐다. 이처럼 미발견 실종 장병들의 시신들도 원래 있던 위치에서 어디론가 움직여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다.

▲ 시신 수습부터 2함대 내 안치하기까지 군은 사망 장병에게 예우를 갖췄다. ⓒ뉴시스

"한 명이라도 더…" 야간작업 자정까지

천안함 함미 수색팀은 16일 자정까지 한 명의 실종 장병이라도 더 발견하기 위해 야간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현재 백령도 해상에는 함미를 물속에서 건져 올린 해상크레인 '삼아 2200호'와 함미 인양을 주도한 88수중개발의 소형 크레인선단이 바지선 옆에서 불을 환하게 밝힌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15일 오후 함미가 바지선에 탑재되는 과정에서 파손된 거치대를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함미가 거치대에 완전히 장착되어야 바지선은 평택 2함대 사령부를 향해 출항할 수 있다.

앞서 15일 오후 3시30분께부터 군은 본격적인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착수해 자정까지 36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선내 구석구석을 모두 수색했으며, 추가로 선체 내부에 각종 구조물이 엉켜 있는 사각지대 등을 2,3차로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존 장병 가운데 일부는 시신이 유실됐거나 산화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14일 실종자 가족협의회 측은 "수면 위로 드러난 함미 절단면을 보고 분석한 결과 기관조정실과 가스터빈실 등의 절단면이 심하게 파괴됐다"며 "이 지점 전후방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 실종자 7~10명은 피폭지점에서 폭발 충격으로 산화해 전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16일 자정까지 기관조정실과 가스터빈실에서는 한 구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정 현재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는 이창기 원사, 최한권 상사, 박경수 중사, 박성균, 박보람, 장진선 하사, 강태민 일병, 정태준 이병 등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창기 원사를 비롯한 8명의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산화자로 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군은 실종자 중 시신이 끝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도 당분간 사고 주변 해역에서 실종자 탐색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또 당초 44명의 실종자 모두가 함미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 것과 달리 함수 부분에 실종자가 갇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함수 인양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이날 오후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현장에서 실종자를 다 찾겠다는 각오로 수색작전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의장은 이어 "정밀하고 완벽한 수색 작전을 실시한 후에도 더 이상의 실종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합참의장에게 보고 후 평택 2함대 사령부로 출항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일단 마무리한 군은 바지선 거치대 재건을 위한 용접 작업이 끝나면 합참의장에게 보고한 뒤 바지선을 평택항으로 출항시킬 계획이다. 천안함 함미가 탑재된 바지선은 두 대의 예인선에 이끌려 약 240km의 거리를 시속 7노트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게 되며, 평택항까지는 약 26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백령도 해상에서는 함미 내 탐색 작업과 함께 일부 파손된 바지선 거치대의 용접 작업이 진행됐다. ⓒ뉴시스

유가족들, 자식·남편 이름 부르며 오열

이날 수습된 시신은 인근 해역에 있는 독도함으로 이송돼 실종자 가족 대표들에 의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평택 2함대 사령부로 운구됐다.

독도함에는 천안함 생존 부사관인 허순행 상사와 이광희 중사 등 해군 동료와 실종자 가족들이 인식표, 전투복 명찰 등 여러 소지품을 토대로 신원을 확인했다.

해군 관계자는 "수습된 시신의 신원이 1차적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DNA 감식을 통해 대부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종자 중 시신이 끝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도 당분간 사고 주변 해역에서 실종자 탐색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구된 시신을 검안하는 2함대 사령부 의무대 입구에는 검은 정복과 흰 장갑 차림의 의장대원 20명, 의무대 장병 50여명, 2함대 장교와 부사관 20여명이 도열해 주검으로 귀환한 전우들을 맞았다. 시신이 속속 도착하면서 유가족들은 떠나간 아들,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의무대 안 검안소로 옮겨진 시신은 검안과정을 거친 뒤 의무대 옆 임시 안치소에 안치됐다. 검안은 유족과 군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군은 국방부 조사본부와 법의학과장 등으로 이뤄진 군의관 검안팀 6개팀을 2함대 의무대에 배치하고 헬기도 6∼7대 가량을 대기시켜 시신 수습과 운구를 진행했다. 2함대는 임시 시신안치소 맞은편에 가족대기소인 흰색 천막 7개, 잔디밭에 대형 천막을 설치해 가족과 관계자들의 밤샘에 대비했다.

▲ "왜 이렇게 돌아왔어..!"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평택 2함대 사령부로 실종 장병들의 시신이 도착하자 한 유가족이 애끓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2함대사령부에는 앞서 발견된 고 남기훈, 김태석 상사의 시신을 비롯해 이날 발견된 36구의 시신이 안치됐다. 유가족들이 운구된 시신을 보고 울부짖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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