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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동성애에 끌린다

[기고] 동성애는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의 하나

최근 국내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대학입학 포기, 군 강제 전역 등으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좀 더 넓고 과학적인 시각에서 점검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전체 인류의 생성과 유전 등 인간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남녀 문제, 그리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아래와 같은 목차로 살펴보고자 한다.

1. 70억 인류는 조상이 하나, 한 지붕 한 가족
2. 인종(race)은 존재하지 않는다
3. 남녀는 화성이나 금성에서 온 존재가 아니며 두뇌 구조도 별 차이가 없다
4. 모든 남녀의 절반은 동성애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5. 동성애는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의 하나다
6. 동성애 합법화 조치이후 성적 소수자 자살 시도 14% 감소
7. 인간의 잠재력이 개척할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의 명과 암

5. 동성애는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의 하나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에 대해 네이버 지식백과는 '이성, 동성, 양성 등에 느끼는 감정적, 성적 끌림'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신과 반대의 성에 이끌리는 이성애, 같은 성에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 이성 혹은 동성에 모두 이끌리는 양성애로 나뉜다. 이외에도 남성, 여성이 아닌 모든 성에 이끌림을 느끼는 범성애, 성적 끌림이 없는 무성애도 있다. 그러나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형화해 분류하기는 어렵다."

남녀의 성적 지향이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성적 지향 여부와 관계없이 결혼을 통한 행복 추구권이 존중되면서 서구 사회는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상당수 지역에서는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인해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 중동,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동성애가 합법화되지 못한 것은 물론, 사형이 포함된 처벌제도도 유지된다.

네덜란드가 2000년 처음으로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데 이어 2018년 1월 현재 유럽과 북남미, 호주 등 26개 국가가 그 뒤를 따랐고, 대만, 오스트리아, 코스타리카 등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국가들이 동성애 합법화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동성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개신교 측은 공공기기관이 '성 평등'이라는 용어를 써서는 안 되며 대신 '양성평등' 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성적 지향의 원인에 대한 과학계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결정적 이론이 확인되지 않은 채 많은 가설들이 혼재하면서 과학적·정치사회 및 윤리적 논란이 지속돼 대중적 혼란이 여전하다. 과학자들은 성적 소수자가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는 데 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이런 점이 관련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교 마이클 베일리 교수 등은 지난 50년간 등장한 성적 지향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와 정치적 의제 등의 총체적 분석을 시도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등 이른바 LGB의 원인과 그 규모 등에 대한 진실과 오해 등을 정리해 2016년 4월 과학전문지에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4/160425161342.htm).

연구 결과 비이성애자는 LGB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그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동성애에 끌리거나,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성이 여성에게 감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4가지 분야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더 다양한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LGB는 통계적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국가나 사회는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성적 지향성 연구의 정확성은 매우 불확실한 형편이다.

알프레드 킨제이는 게이가 전체 인구의 10%라고 추정했지만 오늘날 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LGB는 대략 5%인 듯하다. 성인 남자 7만1190명과 성인 여자 11만77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이 완전한 이성애자라고 답변한 비율은 남성 93.2%, 여성은 86.8%였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조사의 한계 때문에 성적 소수자의 정확한 비율은 상당기간 동안 밝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성적 지향성은 나이나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예를 들어 80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결과 16살 때는 자신이 레즈비언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뒤 '판단 불가'라고 답변한 사례도 있다. 양성애자의 경우도 성적 욕망에서는 이성애자나 호모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성애의 경우 다양한 성적 지향 –이성애나 호모 등- 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레즈비언이나 게이와 같은 소수자의 성적 지향은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중복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하다. 따라서 성적 소수자의 수는 알려진 것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성적 소수자가 갖는 수치심이나 문화적 낙인 때문에 성적 소수자의 행동이나 성적 지향성이 객관적으로 정확히 밝혀지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성적 지향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욕구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질문을 통한 성향 파악과 같은 방식은 비논리적이다.

성적 정체성은 인간의 유전자나 호르몬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개인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이는 타고난 체질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호불호에 의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런 점에서 어떤 선입견이나 정치적 입장 등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과학적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한편 동성애는 인간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으로 정상적이고 자연스런 인간의 한 형태이지, 부정적이거나 혐오의 시각에서 볼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밝혀졌다. 동성애와 이성애, 양성애는 인간이 보이는 주요한 성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다이애나 플레이쉬만 교수팀은 프로게스테론이 동성애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 연구를 통해 "동성애를 포함한 다양한 성적 행동은 단지 후손 생산이라는 목적 외에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성적 행동에 수반되는 친밀함과 쾌락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내용을 2014년 12월 과학전문지에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1/141125074755.htm).

실험은 첫 번째로 92명의 여성에게 성적 동기를 일으키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침에서 프로게스테론을 측정했다. 연구팀이 '다른 여성이 입맞춤을 한다는 생각을 하면 성적으로 흥분되는가?’, ‘다른 여성이 나에게 수작을 걸면 구역질이 날 것 같은가?'와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이들 여성의 침에서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면서 동성애에 개방적이 되었다.

연구팀은 또한 59명의 남성을 세 그룹으로 나눠 낱말 맞추기를 하도록 했다. 낱말은 '우정에 대한 단어' '성적 단어' '중립적 단어'였다. 그 결과 친구와 우정에 관한 단어 맞추기를 한 남성들은 성과 중립적 단어 맞추기를 한 남성보다 동성애적 동기가 26%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남성 가운데 우정에 대한 낱말 맞추기를 하면서 가장 높은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된 남성은 다른 두 그룹에서 프로게스테론이 높게 나온 남성에 비해 동성애 동기가 41% 높게 나타났다. 이상과 같은 실험을 한 뒤 연구진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프로게스테론은 여성의 난소에서 주로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의 하나이면서, 남성의 신장 임파선에서도 분비된다. 프로게스테론은 인간의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기능을 하는 호르몬으로 사람들이 가깝거나 우호적인 상호작용을 할 때 그 분비량이 많아져 남을 보살피거나 우호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프로게스테론이 동성애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동성애 행동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동료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활용된 측면이 있다. 이는 연인들이 자녀 생산이 불가능한데도 성적 행동을 하면서 유대를 강화하는 경우에서 확인된다.

이성애자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생각을 할 경우 동성애에 개방적이 되었다. 즉 동성애 행동이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유대관계를 증진시키는 수단이 된다.

이성애 여성들은 체내에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높게 측정되는 것만으로도 레즈비언처럼 다른 여성과의 성적 행동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애 남성도 다른 남성 친구들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특히 프로게스테론 수위가 높게 측정된 남성의 경우 이런 현상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다만 동성애를 생각했다는 것이 반드시 그런 행동으로 이어짐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인간은 자녀 생산 외에 많은 이유로 성 관계를 갖는 동물 가운데 하나 속한다. 성 관계를 갖는 이유에는 쾌락, 보상, 지배와 같은 목적이 포함되는 등 매우 복잡하다. 다만 애정과 성욕은 동일 선상에 있으며 그 결과 동성이나 이성과 성 관계를 가지려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일반적이다. 특히 인간의 경우 이런 경향이 높은데 특히 동성애적 성적 행동의 욕구는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밝힌 사람의 경우에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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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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