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대학입학 포기, 군 강제 전역 등으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좀 더 넓고 과학적인 시각에서 점검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전체 인류의 생성과 유전 등 인간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남녀 문제, 그리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아래와 같은 목차로 살펴보고자 한다.
1. 70억 인류는 조상이 하나, 한 지붕 한 가족
2. 인종(race)은 존재하지 않는다
3. 남녀는 화성이나 금성에서 온 존재가 아니며 두뇌 구조도 별 차이가 없다
4. 모든 남녀의 절반은 동성애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5. 동성애는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의 하나다
6. 동성애 합법화 조치이후 성적 소수자 자살 시도 14% 감소
7. 인간의 잠재력이 개척할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의 명과 암
1. 70억 인류는 조상이 하나, 한 지붕 한 가족
트랜스젠더인 A씨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사태가 일어났다. A씨 입학 포기를 두고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거나 포용하는 페미니즘 입장과 다른 논리에 의한 시각이나 관점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다양성이 존재하는 원인은 인간의 선천적 요인에 의한 상상력과 환경의 영향 등에서 기인한다.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것은 개개인의 이성과 감성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70억 인구 중 얼굴이 동일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는 어느 인류학자의 단언이 나올 정도로 인간은 원래 다양한 존재다.
인류사나 지구촌 현실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간은 선과 악의 요소를 모두 지닌 매우 혼란스런 존재다. 인류를 구성하는 개체인 인간은 감정과 이성을 가진 복합적 존재로 착한 신과 같은 선량한 측면과 함께 악마와 같은 폭력성, 야만성, 잔인성을 지니고 있다. 지상 낙원을 만들려고 시도하면서도 인류멸망을 모의하거나 자신과 함께 타인을 죽이는 자살 폭탄 논리도 실천하는 모순 덩어리다.
인류가 제시하는 진리나 정의와 같은 가치에 대해서도 동서양의 정답이 다르다. 상반된 요인들이 유전인자 속에 포함되어 있어 시대 상황에 따라, 또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여러 요인들이 구체화된다. 인간의 악마적인 자질은 자기의 형제자매, 사촌인 다른 인간을 차별하고 학대하는 것에서 극에 달한다.
인류의 역사는 진리 탐구의 역사지만 그 과정이나 결론은 매우 혼란스럽다. 인간은 서로 상반된 것을 정의, 진리라고 주장하며 삼라만상에 대한 다양한 주장, 이론들을 만들어냈다. 이런 혼란의 파생물 중에는 긍정적인 것도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보수와 진보의 차이와 대립 또는 공존이 진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인생은 무엇이며 올바른 삶이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은 유사 이래 지속되었고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을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아마 미래에도 비슷할 것이다.
사람이 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해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인간의 뿌리에 대한 것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오늘날 지구상의 70억 인류는 모두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한 어머니의 후손이다. 5대양 6대주의 모든 거주인들이 형제자매고 친척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검사결과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과 같은 인종의 구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 조상을 뿌리로 한 인간이 5대양 6대주에서 매우 다양하고 각각 독자적인 문화와 문명을 개발할 수 있었던 근원은 무엇일까? 인간의 유전적 잠재력이 그 깊이와 폭을 앞 수 없을 정도로 광대무변하다.
이런 점에서 피부색이나 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이나 혐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유전학적으로 성적 소수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지향성 등이 다르다고 편을 가르고 거리를 두거나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특히 극단적인 편 가르기는 증오와 혐오, 심지어 지독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런 일은 모두를 파괴한다. 일부국가에서 동성애자의 결혼 합법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인간으로 당연히 누려야 행복을 누리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른 결과다.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고정관념화 되었던 편 가르기와 차별을 철폐하자는 취지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평등한 상태에서 자유, 행복을 누림이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는 절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나 탈북민·이민자 등 소수자를 친구·이웃·가족 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배타적 인식은 강해진 것은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다.
2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8천명을 대상으로 한 '2019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 비율은 57.1%로 전년도의 49.0%에서 8.1%포인트 상승했다(연합뉴스 2월 20일).
또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해서는 전년도(12.6%)에서 12.6%포인트나 높아진 25.5%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고 외국인 이민·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11.3%로 전년도(5.7%)에 비해 5.6%포인트 올랐다.
이런 현상이 방치될 경우 사회가 전체가 더욱 거칠어지면서 배타적이 되고 소수자의 권익이 침해당하면서 그 고통이 심화될 전망이다.
현존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은 찰스 다윈이 1871년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라는 책에서 처음 기술한 이후 1980년대까지 근거가 모호한 추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후 인류의 DNA 미토콘드리아 연구와 고대인류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었다(https://en.wikipedia.org/wiki/Homo_sapiens#cite_note-Wolpoff1988-15).
유전자 및 화석 연구를 통해 고대 인류는 10만~20만년 사이에 남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앙골라 해안 지방에서 살던 단일 조상으로 해부학적으로 진화했으며 그 후손이 6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대 인류를 대체했다.
동부 아프리카에서 오늘날의 인류가 출현했다는 단일 기원설은 오늘날 과학계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단 유전학적 연구 결과 현존 인류에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은 현존 인류는 자연도태의 원리에 의해 지난 5천~1만5천 년 전 사이에 맛과 냄새를 분간하는 감각, 소화, 뼈 구조, 피부 색, 뇌 기능 등에서 진화가 진행된 것을 밝혀냈다(Wade, N (2006-03-07). "Still Evolving, Human Genes Tell New Story". The New York Times. Retrieved 2008-07-10).
인류의 복수지역 기원설은 고대 인류가 250만 년 전 홍적세(洪積世) 시기부터 진화를 시작해 오늘날과 같은 호모사피엔스 인종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Wolpoff, MH; JN Spuhler; FH Smith; J Radovcic; G Pope; DW Frayer; R Eckhardt; G Clark (1988). "Modern human origins". Science 241 (4867): 772–4. doi:10.1126/science.3136545. PMID 3136545). 70억 현존 인류가 아프리카의 한 조상이라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나온데 이어 유럽의 남성 절반은 4천 년 전 청동기시대 이후 등장한 남자의 후손이라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라는 연구단체는 과학전문지 <Nature Genetics> 4월 마지막 주 발행호를 통해 유럽에 여러 민족이 있지만 4천년부터 한 조상의 후손들이 염색체의 변화, 돌연변이 등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개 민족의 1200명 남자에 대한 y 염색체 조사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존 인류는 인종, 국적, 종교 등에 관계없이 형제자매다. 아프리카의 동일한 조상에서 출발한 오늘의 인류는 동서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서 각각의 민족으로 진화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창조했다. 그 작업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의 인구가 70억에 달하면서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거나 인간 자체가 매우 신비하다는 감정은 희박해졌다. 오늘날에만 그런 것 같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다. 고대 사회로부터 등장한 계급제도, 노예제도 등은 같은 인간이 동시대의 동반자인 다른 인간을 착취하고 학대한 끔찍한 사례다. 종교가 다른 이를 처단하거나 박해했다. 이는 오늘날 일부 지역에서 여전하다. 인종이 다르면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된다.
인간 잠재력은 천사와 악마처럼 상반된 갖가지 가치판단을 하는 성향이 공존하는 특성을 지녔다. 이런 상반된 요인이 한 인간 내에서 혼재해 있는 것은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인간의 성격은 다면적이고 복잡하기 그지없어 그로 인한 자기모순을 겪는 고통도 심각하다. 이토록 인간의 내적 잠재력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다층적이고 다면적이어서 그것이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가 애매한 지경이다. 그러나 단순한 것보다 복잡한 것이 더욱 묘미가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내적 잠재력은 축복이라고 보아야겠다.
깊이 볼수록 아리송해지는 인간의 모임인 사회 또한 그러하다. 인간의 잠재력이 지대한 탓인지 모든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즉 도깨비 방망이 같은 사회 과학 이론은 존재치 않는다. 사회과학은 특정 시대, 특정 사회에 대한 설명에 국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정치, 경제학이 미국, 북한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같은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사회과학이 자연과학과 크게 다른 점이다.
다양한 사회 현상은 인간의 DNA적 속성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DNA의 발현의 역사라 하겠다. 오늘의 현실이 그렇듯 미래도 인간의 잠재적 자질의 표출일 것이다. 오늘날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래학자들은 3년 뒤의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지닌 잠재력의 깊이와 폭에 대해 인간이 아직 파악치 못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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