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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그린뉴딜 논의를 본격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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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그린뉴딜 논의를 본격화하자

[초록發光] 정의롭고 민주적인 녹색(그린) 뉴딜

최근 국내에서도 그린뉴딜(Green New Dea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그린뉴딜 관련 공약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특히 대선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그린뉴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 목표를 담은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 합의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정의당과 녹색당이 21대 총선 공약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해, 그동안 일부 연구자와 활동가들 사이에서 논의되던 그린뉴딜 이슈가 이제는 4월 총선의 정치적인 의제로 등장하게 됐다.

그린뉴딜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1930년대 미국의 루스벨트 정부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인 '뉴딜'처럼, 그린뉴딜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 일자리와 경제 대안으로 등장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09년 '미국경기회복과 재투자법'의 자금을 활용해 에너지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에너지, 교통, 건물, 인력양성 부문에 중점 지원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을 시행하면서 4년간 50조 원을 투입해 95만6420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4대강 정비를 포함한 토목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단기적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에 그쳤다.

2020년 그린뉴딜은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재등장했다. 오바마 정부의 그린뉴딜에서 저탄소 녹색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강조되었다면, 새롭게 부상한 그린뉴딜은 기후위기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에 기반해 2차 대전 이후 전례 없는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경제·사회적 동원을 촉구한다. 지난해 2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그린뉴딜 결의안'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이 경제전환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은 1)모든 공동체와 노동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제로 달성 2)미국 시민 모두를 위한 수백만 개의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번영 및 안보 보장 3)21세기 위기에 대응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및 산업 투자 4)모든 시민과 이후 세대를 위한 깨끗한 공기와 물, 기후 및 지역사회 회복력, 건강한 먹거리, 자연에 대한 접근, 지속가능한 환경 보장 5)원주민, 이주민 공동체, 빈곤층, 저소득층 노동자, 여성, 노인층 등에 대한 역사적 억압을 멈추고 예방하기 위한 정의와 형평성의 증진을 주요 내용으로 명시했다.

미국 민주당의 거의 모든 대선 후보와 공화당원의 절반 이상이 그린뉴딜 결의안을 지지했다. 그린뉴딜은 선라이즈 무브먼트(Sunrise Movement)를 포함한 기후변화행동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그린뉴딜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버니 샌더스의 그린뉴딜 공약은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린뉴딜은 기후정책뿐만 아니라 사회적·인종적·경제적 정의를 진전시킴으로써 역사적 부정의와 불공정을 근절하는 기회라는 점이 강조된다.

구체적인 숫자로 된 목표와 금액을 제시하고, 화석연료 산업과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샌더스의 그린뉴딜은 2030년까지 전력과 수송 분야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가 아닌 완전한 탈탄소화를 목표로 한다. 탈탄소화 전환의 부담을 오염 제공한 화석연료 산업이 부담하도록 하며, 재생에너지 투자 및 생산과 송·배전의 경우 공적소유와 공공투자,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

2020년 한국의 그린뉴딜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고 어떻게 형성되고 적용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국내에서의 녹색뉴딜 유산은 토목건설 사업 중심의 경기부양책에 불과했던 척박한 조건임을 감안하면, 정의당과 녹색당의 그린뉴딜 정책은 분명 진일보한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린뉴딜은 2차 세계대전과 뉴딜 정책 규모에 맞먹는 국민적, 경제적 자원 동원을 예고하며, 노동, 의료, 주택, 생활 인프라, 무역, 환경, 산업 환경 등의 포괄적인 개혁을 의미한다. 또 기후변화, 환경오염, 불평등 심화로 고통 받은 소수자·약자·취약계층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노조 강화도 포함한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그린뉴딜을 위한 전 사회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그린뉴딜이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되는 성장 중심 패러다임에 갇힐 경우 '케인스주의'적 경기부양책이나 토목사업을 변질된 가능성이 큰 만큼, GDP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행복 증진이나 웰빙(Well-being)을 측정해 국가지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제시하는, 경제·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까지 고려한 '포용적 녹색성장 지수(Inclusive Green Growth Index)'도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2019년 수립된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그린뉴딜적 요소들과 정의로운 전환 추진의 내용들부터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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