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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는 집값만 상승시킬 것이다"

[기고] 대통령 발언이 기준금리 인하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한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상하는 기사가 눈에 띈다. 2월 1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을 때만 해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 감지된다.

분위기 반전의 진원지는 대통령이다. 18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비상경제 시국"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 발휘" "특단의 대책" 등의 발언을 하자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경기를 살려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금통위원들 성향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 같다.

대통령의 "특단의 대책" 발언이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 조성

현재 기준금리는 사상최저인 1.25%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경제를 덮쳤던 2009년에도 기준금리 최저는 2.0%였다.

금융위기가 끝난 후인 박근혜정부에서 기준금리를 더 인하한 것은 부동산 부양 목적 때문이었다. 최경환부총리는 국가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희생하고라도 집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혔고, 금통위원들에게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영향 때문이었는지 금통위는 최경환이 부총리가 된 직후인 2014년 8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무려 4차례나 인하했고, 2016년 6월에는 사상최저인 1.25%까지 인하했다.

당시 전문가들이 최경환의 집값 올리기 정책을 "빚내서 집사라" 정책이라고 명명했던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여 대출을 무제한 공급하자 2014년 8월부터 서울집값이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발언, 집없는 국민의 고통은 무시하겠다?

만약 금통위가 27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면 서울집값 투기심리는 더 강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투기심리가 얼마나 강한지는 코로나 사태로 주가는 연일 폭락하는데, 주가보다 훨씬 더 폭등한 서울집값은 횡보에 그치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50%나 폭등한 서울집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고, 집값폭등으로 고통받는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는 요원해질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의 발언이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집없는 사람들의 고통쯤이야 무시할 수 있다'는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다음 카페 '집값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은 서울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최근 그 카페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경기는 하락하는데 집값만 다시 오르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이다" "금리인하를 막기 위해 국민청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는 글이 올라온다.

대통령 발언이 집값투기를 더 뜨겁게 불붙일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청와대와 집권당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최경환의 '기준금리 인하정책'을 문재인정부가 계승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지난 20년 한국경제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참여정부 5년간 기준금리는 평균 4.05%였는데, 경제성장률은 평균 4.74%였다. 뒤 이은 이명박정부 5년간 기준금리는 평균 2.7%였고, 성장률 평균은 3.34%였다.

기준금리를 더 낮췄는데도 성장률이 더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다. 박근혜정부는 금융위기가 끝난 2013년 출범했다. 그런데도 기준금리를 더 낮췄고, 5년간 평균 1.81%로 무려 0.9%포인트 더 인하했다. 그러나 5년 평균 성장률은 3.03%로 이병박정부보다 더 낮았다.

문재인정부 3년 기준금리는 평균 1.5%였다. 박근혜정부가 집값을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비정상적으로 낮춘 그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 그런데 3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2.63%로 박근혜정부보다 0.40%포인트 낮았다.

"경기회복 위해 금리인하한다"는 거짓말

지난 20년 기준금리를 계속 낮춰도 성장률이 더욱 낮아진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금리인하가 경기침체를 해결하는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에게 "왜 경기가 침체되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가 그 대답이다.

기업의 생산능력은 충분한데 가계의 소비능력이 부족해서 경기가 침체된 것이다. 금리인하가 아니라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경기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는 올바른 정책이다.

금리를 인하해서 돈을 풀면 그 돈은 투자나 소비 등 실물부문으로 가지 않고 서울주택시장으로만 몰려서 서울집값만 폭등시킨다.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인 양극화가 더 악화되고, 그 결과 집없는 저소득층의 소비능력은 더 감소한다.

대출이자가 줄어드는 혜택도 대출을 많이 받은 고소득층에 집중될 것이다.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금리인하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회복에는 별 효과가 없고 집값만 폭등시켜 '집가진 사람들'에게 이익을 안기는 명백하게 '편파적인 통화정책'을 금통위는 즉각 멈춰야 한다.

50일 후 선거에서 집없는 유권자들 책임 물을 것

대통령의 발언은 구체적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고, 화려한 수식어로 채워진 '레토릭'성 발언이다. 짐작컨대 '경기를 살리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려는 정치적 제스처일 것이다. 또한 50일 후의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적으로는 추경예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급랭할 경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단기간에 총수요를 보충해주므로 경기회복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는 집값투기만 더 타오르게 할 뿐 내수회복이나 주식시장을 살리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 확실하다.

우리 국민은 전세계에서 가장 깨어있는 유권자임이 4년 전 총선에서 확인되었다. 만약 대통령의 발언이 빌미가 되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투기심리가 살아나서 집값하락이 요원해진다면, 집없는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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