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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혐오? 할수록 그들은 더 지하로 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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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혐오? 할수록 그들은 더 지하로 숨을 것"

"중국인 봉쇄·신천지 혐오...'코로나' 대응 더 어렵게 한다"

국내 코로나19 감염 양상이 지역사회 내 감염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일부 집단만을 겨냥한 혐오를 강화하는 건 사태 대응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사회의 혐오 대상이 되는 특정 집단을 코로나19 '주범'으로 겨냥해 혐오한들, 감염 예방에 더 어려움만 가중한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미래통합당, 일부 극우언론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지금껏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어왔다.

21일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미 실효성이 없는 이야기를 한들 대응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 공동대표는 "이미 지역사회 내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확진자들의 감염원이 국내 환자인지, 중국 사람인지 원인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새 확진자 중 중국인도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며 "'지역 감염'이라는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의학적 주장이 난무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봉쇄'는 비과학적 주장

중국 봉쇄와는 별개로 한국 사회 내에서 감염이 속출하는 상황에 중국인 입국 금지가 혐오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실효성이 있는 주장이냐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우 공동대표는 의협 역시 "비의학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공동대표는 "여태 순수 의료학회 중 중국 전면 봉쇄를 주장한 학회는 없다. 대한감염학회도 입국금지 대상을 광둥, 저장성 정도로 확대할 것을 고려하라는 수준의 의견만 냈다"며 의협의 주장이 과연 순수한 의료인 관점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9일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도 '중국 봉쇄' 등의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 심포지엄에서 나온 관련 전문가들의 핵심 주장을 정리하면 △지역사회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 일어나면 역학적으로 접촉자 관리가 불가능하므로 △경증은 자가격리토록 하고 중증만 병원격리로 구분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한시적 재택근무, 근무시간 유연제 등을 시행해 인구 밀집도를 줄이는 사회적 대응을 마련하며 △호흡기 질환자의 병원 진입 단계부터 동선을 분리하는 대응을 준비하는 등 △'봉쇄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국가 대응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응 전략은 이미 질병관리본부도 받아들이고 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적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 오면 (중국인 입국 차단이 핵심인) '봉쇄'가 아니라 '피해 최소화 대책'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현재 정부는 중국 감염원 차단과 지역사회 감염 최소화를 같이 구현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감염이 더 광범위해진다면 봉쇄보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하는 피해 최소화 전략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료 학회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초기 감염자 3명을 완치시킨 경험이 있는 명지병원의 이왕준 이사장(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실무단장)도 같은 평가를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완화 단계에 들어서는 현 상황에서 '중국에서 오는 사람을 막아야 한다'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비과학적인 발상"이라고 단언했다.

이 이사장은 아울러 정부 대응 단계를 현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리는 것도 함부로 취할 조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응 수준을 '심각'으로 올리라는 주장 역시 의협과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 이사장은 "실제로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린다손 쳐도 내용적으로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며 "오히려 심각 단계로 잘못 진입한다면 다른 나라가 한국 사람을 안 받게 되는 상황이 오는 등 '우리가 자기 발등에 도끼를 찍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0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서 남구청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혐오해서 문제 해결되나"

대구·경북의 코로나19 대규모 '슈퍼감염' 진원 집단으로 평가되는 신천지를 집중 비판하는 것 역시 감염 방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우 공동대표는 지적했다.

우 공동대표는 "중국인, 조선족과 같이 평소 한국 사회에서 혐오 대상이 되는 집단을 비난한다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 지하로 숨어들어가 감염 대응을 어렵게만 만들 뿐"이라며 "신천지와 같은 집단을 비난하는 것도 같은 의미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낙인효과가 두려워 신천지 교도들을 오히려 숨게 해, 대응만 더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 공동대표는 '조선족 신천지 교도가 대구·경북 코로나19 대유행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편 <노컷뉴스> 기사를 대표적인 혐오성 기사로 지적하기도 했다.

우 공동대표는 "밀폐된 대형 공간 내 밀집 예배, 통성기도 등은 신천지뿐만 아니라 한국 대형 교회에서 모두 드러나는 일반적 모습"이라며 "신천지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을 뿐, 대형 밀집 예배를 보는 한국 교회 어디에서건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공동대표는 아울러 대형 교회가 밀집한 한국 교회 문화의 특수성을 문제로 봐야 한다며 "대형 예배 금지 권고 조치 등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신천지만 문제가 아니라, 대형 밀집 예배를 보는 한국 교회 문화 전체가 지금으로서는 감염 대응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우 공동대표는 현재 한국의 감염 대응 수준으로는 정부가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공 의료 시설이 태부족한 현 상황은 반드시 이 사태가 끝난 후라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 공동대표는 "애초 정부가 공약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을 이행했다면 지금 대구가 겪는 어려움은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감염이 일반화하면서 앞으로 특히 지역 중소병원(동네병원)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우리가(질본으로 대표되는 한국 정부가) 상당히 초기 대응을 잘 해서 (봉쇄에서 완화 전략으로 넘어가는) 약 2주의 시간을 벌었다는 데 굉장한 의미가 있다"며 "나중에 우리가 지금보다 더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싱가포르나 일본보다 좋은 결론을 맺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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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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