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의 '물갈이' 압박이 효과를 내고 있다. 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20일 하루에만 3명이 '희생' 대열에 동참했다. 김광림·최교일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강효상 의원은 서울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정종섭·장석춘 의원에 이어 'TK 물갈이' 폭이 6명(전체 20명)으로 늘었다.
김광림 의원(3선, 경북 안동)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통합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깨끗한 마음으로 12년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저는 이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그간의 정치 여정을 뒤로하고 백의종군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교일 의원(초선, 경북 영주·문경·예천)도 SNS에 쓴 글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했다"며 "의원 임기 4년 내내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노력하였지만 현 정권의 일방 독주와 여당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통합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고 밝혔다.
강효상 의원(초선, 비례대표)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던 대구 달서병 지역구 대신 서울 강북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의원은 "망국의 길에 접어드는 위험 속에서 상대적으로 우리 당 지지세가 높은 대구에 출마해 제 개인이 승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대구에서 일군 모든 기반을 내려놓고 서울 강북의 험지에 출마하려 한다"고 했다.
통합당 공천권을 쥔 '김형오 공관위'는 앞서 직간접적으로 TK 지역구 의원들의 불출마를 압박해 왔다. 공관위는 애초 19일로 예정된 TK 출마자 면접심사를 20일로 연기한 데 이어, 이날 한 차례 더 연기했다. 연기 명분은 19일에는 '서울·인천 공천심사 결과 발표 정리', 20일에는 '대구 코로나19 사태 관계로'였으나, 사실상 면접심사를 미루며 지역구 현역에 대한 불출마를 압박한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다.
실제로 이날 지역구 현역의원 2명이 불출마를, 당협위원장인 비례대표 의원이 서울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관위 차원의 압박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보수통합 이후 불거지고 있는 일부 공천 갈등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정리를 시도했다. 이날 아침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통합의 의미를 늘 되새기겠다"며 "당내의 아주 작은 잡음도 큰 소음으로 울릴 수 있는 엄중한 시기다. 우리의 분열, 다툼을 손꼽아 기다리는 세력이 있다"며 경고를 보냈다.
황 대표는 "상대 정당 후보자는 물론 우리 안에서의 경쟁도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총선 압승이라는 최종 목표 앞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의 말은 전날까지 당 내에서 전진당 출신 이언주 의원의 부산 중구·영도 전략공천 논란과 새로운보수당 출신 이혜훈 의원의 '컷오프'설을 놓고 벌어진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언주 의원이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중구·영도 전략공천을 제의받았다'고 밝히고, 김무성·장제원 의원이 이를 비판하면서 부산 영도가 공천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온 바 있다. (☞관련 기사 : "통합 잉크도 마르기 전에..."...통합당 '이언주의 난' 발발)
여기에 더해, 새보수당 좌장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김 공관위원장과 공관위원인 김세연 의원 등에게 '새보수당 출신을 공천에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신문 <더팩트>는 이혜훈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 의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사진에 따르면, 이 의원이 현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서 컷오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한 데 대해 유 의원은 "(내가 김 위원장에게) '이언주나 새보수당이나 통합은 마찬가지인데 이언주는 험지인 경기 광명을 피해서 부산으로 단수공천 받고, 이혜훈은 컷오프, 지상욱·민현주는 수도권 경선, 하태경은 경선…. '이런 결과가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김형오 의장님의 공천에(서) 원칙이 뭐냐'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제 김무성 (전) 대표의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보냈고, 김세연에게도 보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이 의원에게 보냈다.
이에 이 의원이 "죄송하다. (유승민 전) 대표님께 채근하는 것 같아서. 지금은 1분 차이로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보니 무도하게 구는 것 용서해 달라"고 유 의원에게 답신을 보내자, 유 의원은 다시 "괜찮다.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지네"라고 재답신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사진 보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인천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유 의원과 접촉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며 "이혜훈 의원은 어제(17일)부로 신설 통합돼서 통합당에 왔는데 어떻게 컷오프를 하느냐? 우리가 아직 여론조사도 안 했다"고 진화를 시도했으나,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밤 공관위 명의 입장문을 내어 "최근 일부에서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면서 "기존의 관행과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과 헌신을 망각하는 일부의 일탈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다시 반복될 경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사실상 유·이 의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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