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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불참한 보수통합…여전히 깊은 '탄핵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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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불참한 보수통합…여전히 깊은 '탄핵의 강'

원희룡·이준석, '혁신' 쓴소리…"후배들 위해 자리 만드는 용기 보여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참여한 보수 야권의 신당 '미래통합당'이 17일 공식적으로 돛을 올렸다. 한국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까지 포함하면 무려 118석(더불어민주당은 129석)에 달하는 제1야당의 탄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뒤 새누리당이 갈라졌던 지난 2017년 1월 이후 3년 여 만의 재결합이다.

그러나 출범식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참석하지 않아 세력 간 '화학적 결합'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외형적으로는 보수 단일 대오를 구축한 셈이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문제인 '탄핵의 강'이 여전한 복병으로 숨어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는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기존 한국당 지도부와 유의동 책임대표 등 새보수당 지도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합신당준비위원회의 박형준 위원장 등 보수통합에 참여해온 모든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황 대표는 대회 인사말에서 "정말 마음이 먹먹하다"며 "자유민주 세력이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적이 있지만, 이제 오늘 시원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역사적 과업을 달성했다", "역사에 길이남을 위대한 큰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달라는 국민들의 강력한 외침이 오늘 미래통합당의 출발을 이끌어냈다"며 "자유 우파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여러 이름을 외쳐 줬다. 아무개, 아무개 (등) 그 분둘이 모두 다 대통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준 분들"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언급한 '아무개'가 유승민 의원을 지칭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황 대표는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얘기하면 유 아무개를 거론하는데…"라며 유 의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황 대표는 "지금은 미래통합당, 그 하나에 똘똘 뭉쳐야 하지 않겠나"라며 "황교안은 없고 이제 미래통합당만 있다"고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의동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오늘의 새 출발은 보수를 다시 재건하기 위한 정치적 통합을 넘어, 나라를 다시 살려내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에 담긴 뜨거운 열망을 새 그릇에 담아내는 자리"라며 "제대로된 보수, 국민 사랑을 받는 개혁보수를 세우고 싶어서 찬바람 된서리를 마다 않고 3년간 뛰어다녔다"면서도 "현실 앞에서 우리는 작은 차이를 극복해야 했고 드디어 결단을 내리게 됐다. 이제 우리는 하나"라고 했다.

잔뜩 격앙된 황 대표의 음성과 유 책임대표의 차분한 톤은 묘한 대조를 낳았다. 유 책임대표는 "저는 오늘부로 평당원으로 돌아간다"며 "'백의종군'이란 말도 거창해서 쓰지 않겠다. 그저 여러분과 함께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미래한국당은 이날 출범식에서 통합 참여 각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의 인사말을 듣고, 당의 새 상징색과 로고, 당가 등을 공개했다. 이어 이들은 국회 본청으로 이동해 제1차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기존 한국당 황교안 지도부는 그대로 미래통합당 지도부로 '수평이동'했고, 통합 참여 세력을 대표해 원희룡 제주지사, 이준석 전 새보수당 총선기획부단장, 김영환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김원성 전 전진당 최고위원 등이 합류해 연 첫 회의였다.

황 대표는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다시 한 번 통합의 의미를 강조했고, 통상의 순서와는 달리 지명직 최고위원 형식으로 지도부에 합류한 신임 최고위원들이 심재철 원내대표에 앞서 발언했다. 눈길을 끈 것은 원희룡·이준석 2인의 발언 내용이었다.

원희룡 지사는 "통합은 새로운 출발이고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국민들은 과거에 야당의 모습, 과거 지금 야당의 국정운영에서 많은 실망을 했기 때문에, 혹시나 과거로 돌아가거나 과거에 머무르는 흐름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원 지사는 "이미 스쳐가 버린 과거의 잣대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미래 기준에 맞는 진정한 혁신이 나라를 바로세우는 충분조건이 될 것"이라며 "혁신의 발걸음을 게을리하지 않고, 혁신의 흐름을 더 촉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혁신을 강조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의 일원으로 총선 지휘부에 참여했던 전력을 언급하면서 "(당시) 승리를 만든 것은 변화와 혁신의 힘"이라고 역시 혁신을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제가 선거를 '선거의 여왕'이라는 분에게 배웠다"면서 "헌신과 혁신이 결합될 때 어떤 선거든 돌파할 수 있다. 헌신이라 함은 지금까지 나라와 당을 위해 수고했지만 이제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용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해 한순간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통합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 중진들의 자진 불출마, 물갈이를 주장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혁신'은 선배들의 성과에 눌리지 않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헌신과 혁신이 이뤄졌을 때 (국민들은) '쇄신을 했다'고 인정해줄 것이지만, 자리 싸움이나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면 쇄신이 아니라 때 미는 '세신'이라고 우리를 조소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유승민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날 유 의원이 출범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유 의원이 요구한 '보수 혁신'에 대한 입장을 황 대표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표명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헌신'에 동참한 분들이 한 말씀을 지켜주려는 노력을 해야 헌신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통합 과정에서 새보수당 측 통준위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의원) 본인이 모든 것을 던지고 불출마 선언을 한 뒤에 지역으로 내려가 있는 것 같다"고 그의 근황을 전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 후 유 의원을 언제 만날 계획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당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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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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