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등 보수진영이 4.15 총선을 겨냥해 추진해온 보수통합 작업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신당의 당명은 '미래통합당'으로 결정됐다. 신당 지도체제 구성 논의는 현재 한국당 황교안 지도부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고위원 몇 명을 통합 참여 세력의 몫으로 추가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한국·새보수 양당과 보수진영 제 정당·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는 13일 오후 회의를 열어 신당 당명과 지도체제, 공천관리 등 주요 사항을 논의·결정했다.
박형준 통준위 공동위원장은 "당명은 '미래통합당'으로 하기로 했다"며 "혁신통합위원회에서부터 새로운 정당의 가치로 자유·민주·공화·공정과 함께 미래를 강조했고, 청년이 주인이 되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미래'를 (당명에) 담자는 의견이 강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신당의 지도체제 구성과 관련해서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지도부 전면 교체를 하는 전당대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기존 한국당 최고위에 통합의 정신을 살리는 분들을 새로 최고위원으로 결합해 구성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다만 추가되는 최고위원 수는 미정이라며 "좋은 분이 있다면 2명이 될 수도 있고, 3명, (또는) 4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새로 추가되는 최고위원 면면은 내일까지 회의를 해서 출범식(16일) 전까지, 이르면 내일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처럼 지분 나누기로, 정당 각각 1명씩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방식은 지양하겠다"면서 통준위 공동위원장단이 공동으로 최고위원 추천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새보수당 등이 '황교안 단일지도체제'에 거부감을 표해온 상황과 관련해 "그 (지도체제) 틀은 흔들지 않기로 했다"며 "선대위와 당무의사결정기구가 함께 가는데, 저희가 주력하는 것은 선대위다. 선거 때는 선대위로 모든 기능이 집중되기 때문에, 최고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대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선대위를 얼마나 통합적으로 꾸리느냐가 중요하다"며 오는 14일 회의에서 이 부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가 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를 기본 틀로 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한국당 당규에 공관위원을 10명 이내로 돼 있는 것을 약간 늘리는 쪽으로 했다"며 "지분 나누기 식 추가 추천은 없고, 좋은 분이 있으면 함께 논의해 현 공관위에 추가 추천을 하자는 의견"이라고 했다.
한국당 측도 기존 공관위에 위원을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이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다만 실제 공관위원 추가 여부는 "현재의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며 "지금 한국당의 '10명 이내'를 13명까지 늘리는 것에 동의가 있었지만 13명을 다 (임명)할지는 확정된 게 아니다. 1명, 2명이 늘어날 수도 있고, 늘어날 때는 모두가 동의하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췄을 때만 추가하는 것"이라고 박 위원장은 설명했다.
통준위에 참여한 세력들 가운데 보수 시민단체 측에서는 공관위의 전면적 재구성을 주장해왔고, 이날 회의에서 한국당·새보수당·전진당 등에 의해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에서 이탈했다고 박 위원장은 부연했다.
이로써 연초부터 끌어온 보수통합 논의는 이날부로 주요 사항에 대해 사실상 모두 매듭이 지어진 상태로, 오는 16일 출범식만을 남겨두게 됐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문제는 선대위 구성과 최고위원·공관위원 추가 인선 등이다.
이날 앞서 각 당은 통합을 위한 내부 절차를 진행했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전당대회 수임기구)를 잇달아 열어 합당과 당명 변경을 결정했다.
오전 11시 열린 한국당 전국위원회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려는 원칙을 가진 모든 정당·정치인·시민단체 등과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결의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수임기구 구성과 당명 결정 등의 결정 권한을 최고위원회의에 위임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전국위 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위에서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한 큰 결심을 내려줬다"며 "위임해준 뜻에 맞게 문재인 정권 심판, 대통합의 큰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전국위와 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멀고 아득하게 보였던 승리의 고지도 이제 손에 잡힐 수 있는 상황"이라며 "통합과 승리의 길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전국위 모두발언에서 "오늘 흩어진 자유민주 진영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대통합의 큰 문을 열게 된다"며 "문재인 정권 심판과 대통합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신념 의지를 국민들께 공포하는 날이다. 보수정당 역사상 보기 드문 성공적 통합의 역사를 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기렸다. 그는 "오늘 우리의 큰 결정은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 위대한 결단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당명 변경에 대해 "더 큰 길을 가기 위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유한국당이라는) 소중한 이름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저도 당원 동지들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프고 아쉽지만, 문재인 정권 심판과 자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과감히 벗어던지고 웃는 얼굴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전국위원 여러분도 저와 손을 맞잡고 새로운 승리의 변화를 기쁘게 맞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신당의 당명을 '미래한국통합신당'으로 추인했다고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이 선관위와 통화했는데 '별 문제 있겠느냐'고 했다고 한다"며 "미래한국통합신당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통준위의 최종 결정은 '미래한국통합신당'에서 '한국'을 뺀 '미래통합당'이어서, 이에 대해 한국당의 추가적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보인다.
새보수당에서는 유의동 책임대표가 이날 대표단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에 힘을 싣고 나섰다. 유 책임대표는 "새보수당은 통준위 일부가 주장하는 공관위원을 늘리자는 의견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공명정대하게, 원칙에 입각해 현재와 같이 공관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중심을 바로잡아 달라"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이'라는 표현은 '김형오 공관위'의 현 인적 구성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상욱 공동대표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새보수당의 입장은 공천을 위한 어떤 지분도 요구하지 않으며 '김형오 공관위'를 존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어제 통준위가 공관위 지분을 요구한 것은 자파 공천을 위한 지분 요구로 보수통합 요구를 이전투구로 변질시킨 것"이라고 통준위 일부의 공관위 재편 요구를 비판했다. 지 공동대표는 "만약 새보수당의 보수 재건을 위한 순수한 가치가 훼손된다면 저희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