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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은 신체부위 색깔 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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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은 신체부위 색깔 표시해야"

구의회 '공개사과' 명령에도 되레 피해자·구민 비난 적반하장

성폭력 예방교육 도중 성폭력 피해 경험자인 강사에게 '이X' 등 욕설을 해 파문을 빚은 서대문구의회 최원석 구의원(자유한국당)이 기행을 이어가고 있다.

서대문구의회는 최 구의원 사건에 대해 윤리특위를 구성해 '공개 회의에서의 사과'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해 서대문구 주민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리특위 결정에 따라 '사과'를 하러 발언대에 선 최 구의원은 오히려 당시의 강사와, 문제를 제기한 서대문구 여성단체·주민들을 비난하는 일에 발언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최 구의원은 7일 서대문구의회 본회의에서 윤리특위 결정에 따른 '공개 회의에서의 사과'를 위해 발언대에 올랐다. 최 구의원은 먼저 "작년 9월 19일 구에서 실시한 4대 폭력 예방교육 중 언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드리며 깊은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는 여기까지였다. 그의 본회의장 발언은 약 9분간 이어졌고, 이 가운데 '사과'는 30초 이하였다.

최 구의원은 당시 사건과 이후 이어진 피해자·주민·시민단체의 항의를 "본 의원이 30년 법정교육을 받고, 57년 인생에서 처음 인격 모독을 당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날 강의 시작 후, '지금 강의는 삼성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는 사전 고지도 없이 계속해서 삼성전기 등에서 겪은 성추행 표현을 해 본 의원은 굉장히 불쾌하고 모욕적이었다"며 자신의 항의 이유를 설명하고는 "막말, 여성비하는 없었다", "'이X', '저X'과 연관된 표현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작년 9월 당시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최 구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서대문구 현역의원인 A 구의원은 "'X'이라는 욕설은 '이X', '저X' 등 분명히 2회 이상 하는 것을 제가 직접 들었다"고 했다. B 구의원도 "강의장을 떠나면서 '뭐 저런 X이 다 있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 구의원은 그러면서 당시 강의를 진행한 이은의 변호사(삼성전기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비난했다. 그는 "강사가 교재 작성방법의 기본도 모르는 것임에도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거나 "자신의 영웅적 무용담 내용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본 의원보다 나이도 어린 강사가 연장자인 교육생이자 서대문구민이 선택한 구의원에게 '당신'이라는 소리를 여러 번 반복하는 행태를 자행한 것이야말로 구민을 능멸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강사를 비난하면서 상식 밖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최 구의원의 본회의 발언 중 일부다.


"(…) 교육 내용도, 정확한 성폭력 예방교육은 실제적으로 성폭력·성추행을 예방하는 구체적 내용, 예를 들면 신체 부위를 명확히 색깔별 그림으로 차등 표시해 '어느 부분을 접촉하면 성추행이다'(라고) 명확히 표시해서 실수하지 않게 주지시킴으로써 확실한 예방교육을 하지, 일관되게 자기 경험만 교육하는 교육은 없다."

최 구의원은 나아가 자신에게 이의를 제기한 구민들이 욕설 등 "인격적 살인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의장과 동료 의원들에게 제의한다. 이같은 사람으로서는 생각지 못할, 무차별 막말 공격을 하는 일부 여성 구민들의 상식 이하 인격살인 만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의회)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유례 없는 주장을 했다. 고위공직자나 재벌 등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제재하기 위해 대의기관인 의회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자는 얘기다.

최 구의원은 자신에게 항의한 주민들이 "막말 강사를 추종하고 따르는 여성 구민"이라며 한 주민이 "여성 비하 서대문구에 살면서 주민으로서 수치감과 분노를 전한다", "수준 이하 저질들이 득시글거린다", "태어나 만난 사람중 가장 무식하고 천박하다", "저질들을 공천한 민주당·한국당 당협위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두고 보자"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고 전하고는 "누가 누구 보고 막말·여성비하라고 하는지 구민과 의장님, 동료 의원들이 판단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구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윤유현 서대문구의회 의장은 "의장으로서 참담한 마음"이라며 "다시 한 번 주민께 사과 말씀을 드린 최 구의원에게 앞으로는 절대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주의를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다만 윤 의장도 "(교육 과정에서) 언쟁은 있었다. 그것도 최 구의원께서 조용히 지나갔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셨다"며 "(이 사건으로) 너무 과도하게 의회·집행부를 공격하지 않나 하는 것을 언론사·공직자들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윤 의장은 최 구의원이 제안한 '구민의 만행 방지 특위'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최 구의원은 지난해 9월 구의회가 주관한 성폭력 예방교육 도중 여성 강사에게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해 논란을 빚었다. 교육 강사는 본인이 삼성전기 성폭력사건 피해자였던 이은의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가 본인의 피해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도중 최 구의원은 '삼성'이라는 기업 실명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고, 이 변호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 변호사를 지칭해 '이X' 등 욕설을 했다. (☞관련 기사 : 한국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 강사에 "저런 X" 욕설 파문)

서대문구의회는 이 사건에 대해 윤리특위를 구성했으나, 해를 넘기며 무려 4~5개월 동안 11차례나 회의를 한 결론은 '공개 회의에서의 사과'였다. 이에 대해 최 구의원 사퇴 등을 주장해온 지역 주민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서대문구의회, '강사 욕설' 구의원 솜방망이 처벌") 이 변호사와 서대문구 주민들은 각각 사법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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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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