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예방교육 강사에게 교육 중 "이X" 등의 욕설을 한 최원석 서대문구의원에 대해, 서대문구의회가 징계안을 심의 중이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 등 정기회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처리가 늘어지면서 '욕설 구의원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대문구의회는 11일 제7차 회의를 열어 최 구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계속 심의했지만, 이날까지도 최 구의원 본인 등 사건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해명·증언 등을 듣는 절차는 없었다. 예정된 위원회 일정표에 따르면, 정기회 중 남은 윤리특위 회의는 다음달 17일 단 1차례밖에 남지 않았다.
구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9월 20일 사건 발생 나흘 만인 9월 24일 본회의에서 구성돼 당일 1차 회의까지 열었지만, 지난달 31일 6차 회의에 이르도록 실질적인 논의 진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구의원은 지난 9월 19일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였던 이은의 변호사가 강연 도중 삼성전기 근무 당시의 경험을 언급하자 '강의에서 삼성이라는 기업 실명을 거론하지 말라'는 요지로 이의를 제기하다가 이 변호사와 언쟁을 벌인 끝에 "뭐 저런 X이 다 있어"라고 욕설을 해 논란을 빚었다. (☞관련 기사 : 한국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 강사에 "저런 X" 욕설 파문)
자유한국당 소속인 최 구의원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온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분도 의아하다. 윤리특위는 당초 구성 때 위원장을 포함한 4인의 민주당 구의원과 2인의 한국당 구의원, 1인의 바른미래당 구의원으로 구성됐다. 야당 소속 3인이 반대해도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만큼, 여당의 의지만 있으면 신속한 처리가 가능한 구조였다.
그러나 오히려 야당 위원들이 '의사진행을 신속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윤리특위 위원을 사임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바른미래당 소속 주이삭 위원(윤리특위 부위원장)과 한국당 소속 이경선 위원은 위원회 의사 진행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원직을 내려놨다. 주 위원은 11일에, 이 위원은 지난달 중순께 각각 사임계를 냈다.
이 위원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윤리특위의 역할이 제가 처음에 생각한 것과 달라서 그만뒀다"며 "나는 '주민들이 화났으니, 잘잘못을 떠나 소란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빨리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다른 위원들은 '사과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게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 위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임계를 내고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윤리특위 사정을 잘 아는 구의회 관계자는 "의사 진행을 빨리빨리 하자고 해도 두 달째 질질 끌고 있다"며 "예를 들어, 지난 회의(10.31)에서 당사자인 최 구의원에 대한 출석 요구를 하기로 했는데 그 요구 서면을 다음 회의(11.11)에서 정하자고 하더라. 문안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협의해서 정하고 (다른 위원들에게는) 사전에 위임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 구의원이 서대문구 주민들로부터 고발당한 일도 윤리특위 '늦장 처리'의 핑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기사 : '강사 욕설' 한국당 구의원, 주민이 고발 조치) 일부 윤리특위 위원들은 '위원회 징계 결과가 판결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징계안 심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처음 7명으로 출범한 특위에서 2명이 중도 사퇴하면서 공석이 발생했지만, 윤리특위는 현재까지는 결원을 보충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욕설 사건을 앞장서 비판했던 정의당 소속 임한솔 구의원은 윤리특위 위원 보임을 희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바 있다.
한 구의원은 윤리특위 운영 상황과 관련해 "사건이 잊혀질 때까지 질질 끌겠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최 구의원과 같은 당도 아닌 민주당 구의원들이 '의원이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감싸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윤리특위 차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윤리특위 위원장인 이종석 구의원(민주당)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구의회 차원의 징계와는 별개로, 최 구의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도 제기돼 있다. 지난달 16일 서대문구 주민 90여 명과 '한국폭력예방교육전문강사협회'는 서울서부지검에 최 구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각각 접수했다. '욕설' 사건 당시 강사였던 이은의 변호사도 조만간 고소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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