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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회장 선거, 이제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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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농협회장 선거, 이제는 '정책'이다

[인터뷰] 김병국 전 농협중앙회 이사

오는 31일 치러지는 선거가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다. 조합원 235만여 명, 자산 약 400조 원, 31개 계열사, 임직원 8800여 명. '농민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이 거대한 조직의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쓴 소리가 많았다.

지금 농업 현안은 많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관계 성과에 따라, 농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 농협 선거'가 필요하다.

이번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조합장 1118명 중 대의원 292명이 참여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이전엔 '지역 구도' 등 정치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선거가 진행됐으나, 이번 선거 유권자는 초재선 조합장들이 약 70%를 차지하게 됐다. '정책 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농협 개혁과 혁신을 결정 짓는 중요한 선거에서 <프레시안>은 오는 31일 실시되는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병국 전 농협중앙회 이사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박세열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김 전 이사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서충주농협 조합장으로 취임, 충북을 대표하는 조합으로 키워냈다. 최임 후에는 한국농업연구소장을 지내면서 지속가능한 농업 및 농촌 정책을 개발해 온 '정책통'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정책 선거'로 가야 한다는 공감 속에서, 농업, 농촌 정책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김병국 전 농협중앙회 이사 ⓒ프레시안

다음은 김 전 이사와 일문일답

프레시안 : '지속가능성'은 언제나 화두였다. 90년대 이래, 환경 문제에 대한 고찰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지속 가능한 농정을 강조했는데, 농협만으로는 그 일을 해내긴 어려울 것 같다.

김병국 : 그렇다. 그래서 민관협력이 중요하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농촌소멸 위험 지역이 전국 228개 시군 중 97개로 늘어나 전체의 43%에 달한다. 농협의 경우에도 70세 이상 고령 조합원이 40%를 차지하는 등 농축협의 존립마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농업·농촌의 문제는 이제 농협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농협이 끌고 정부가 밀어줄 때, 한국농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와의 협력 사업도 이제 중앙회에서 과감하게 도연합회 등 지역 중심으로 전환해야할 때다. 농협은 정부의 농정파트너로서 농업·농촌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국정 현안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프레시안 : 지역 중심 농정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김병국 : 이른바 '도연합회체제’를 도입하고 싶다. 기존의 지역본부를 ‘도연합회체제’로 전환하고 조합장 출신 도연합회장이 지역 농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제는 중앙회 중심의 농정 지원에서 벗어나 도연합회가 지역 농정을 총괄하도록 중앙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겠다. 또한, 시군지부 농정 역할을 단계적으로 농축협으로 이관하는 동시에 농축협과 지자체 간의 협력사업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개편하겠다.

특히 도연합회가 지역농정 파트너로서 민관 농업협업모델을 개발해 농촌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영농 연계 귀농, 귀촌 타운 조성, 청년조합원 유입, 다양한 도농교류촉진 사업 등을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프레시안 : 아무래도 농업은 가격 탄력성이 높아, 안정적인 정책을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김병국 : '빅데이터 기반 수급관리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려고 한다.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생산조정 등 다양한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지만, 농가경제는 매년 농산물가격 폭락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마늘, 양파가격이 폭락하면서 우리 농민들의 한 숨으로 땅이 꺼질 지경이다. 이제는 우리 농업도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생산, 작황 등의 수급관리와 가격예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GPS기반의 수급, 가격안정시스템을 구축해 지역별, 품목별 작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 이를 위해, ‘농협빅데이터관측센터’를 설립해 예측 가능한 데이터농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 농축협 네트워크와 연계해 현지 생산정보를 수집하고, 작황지도에 기초한 가격 예측을 통해 유기적인 수급조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농산물가격 안정은 정부와 농협이 유기적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해야할 농정 현안이며, 어느 때보다 농협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프레시안 : 또 중요한 것이 종자 산업이다. 한국 농업에서는 예전부터 제기돼 온 핵심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산업인데, 이에 대한 복안은 있나?

김병국 : '종자산업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한다. 종자산업은 농업의 뿌리다. 부품·소재산업과 함께 국정 현안으로 다뤄질 만큼 중요한 전략 산업이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종자산업이 와해되면서 대부분의 종자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내 종자산업은 수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종자주권, 식량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농업 현안이다. 국산화율을 보면, 감귤 7%, 단감 0%, 사과 17%, 배 9.5% 등으로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를 위해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 종자 국산화율 100%를 달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 농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늘리고, 농식품분야에 특화된 기술금융 역량을 강화해 토종 종자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지원생태계를 조성하겠다. 종자주권 수호하기 위해서는 제2의, 제3의 농우바이오가 탄생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농업법인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여부도, 농업과 농가 소득에 중요한 이슈인데?

김병국 : '스마트농업공동법인' 설립이 농가 소득증대 정책이다. 우리 농업은 농산물시장 완전 개방의 파고가 밀려오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스마트농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문제는 절대 다수의 농업인들은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 다는 점이다. 이는 소규모 영농의 규모화가 어려워 정부의 스마트농업 지원이 대형농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수의 영세 농업인에게 파고드는 스마트농업은 농가소득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농업인들을 결집해 스마트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 중앙회, 도시농협,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투자를 통해 ‘스마트농업공동법인’을 설립해 영세 농업인을 결집할 있는 축산, 양계, 원예 등의 스마트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령 농업인을 위한 위탁관리, 영세농을 위한 임대분양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농업을 확충해 나가겠다.

프레시안 : 다른 농업 강국들이 떠오른다. 일본, 뉴질랜드, 그리고 유럽 등, 우리 농업도 혁신을 통해 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어떤 방안이 있을까.

김병국 : 농축협을 위한 '수출농업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려고 한다.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 등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보면, 농산물수입 개방 압력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농산물교역만 보더라도 수입이 수출보다 4배 이상 많아 교역이 늘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불황형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푸념만 하기보다는 농협이 중심이 되어 ‘수출을 통한 공수전환’을 적극 모색해야할 때다.

이를 위해 ‘농축협 수출 전진기지’를 구축해 전략 수출품목을 개발하고, 해외판로를 개척해 나가겠다. 신설되는 ‘수출지원센터’는 수출 농산물의 생산·가공·마케팅·해외판로 개척을 총괄하게 될 것이다. 특히, 중앙회가 주체가 되어 전국 농축협을 대상으로 수출 품목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컨트롤타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농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김병국 : 정부의 농정파트너 역할 강화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도국 지위 포기 등 농업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변화로 한국농업은 지속 가능마저 위협받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농산물가격 안정, 농업의 6차산업화, 스마트농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등이 농정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농협이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농협이 정부의 농정파트너로서 정부와 협력을 통해 농정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농협도 나서야 한다.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며 친농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농협이 함께 할 일은 많다. 남북 농업협력, 종자사업 국산화, 스마트농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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