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인터넷매체인 프레시안은 보고서에는 아예 들어있지도 않는 내용인 <청와대 "파병 안하면 미국, 한국경제 초토화"-KIEP 보고서 전문 게재 "백악관, 무디스 통해 한국신용등급 떨어뜨릴 것">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기사를 싣기까지 했다. 아예 말문이 닫힐 수밖에 없다. 이 지경에 이르면 대화나 토론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닐까."
<청와대 브리핑>이 9일 쓴 '대화와 토론 거부하는 엇나간 사고-청와대 브리핑 실린 '한·미관계…'에 대한 여러 해석을 보며'라는 글의 마지막 단락이다.
이 글을 보면 마치 프레시안이 청와대가 하지도 않고, 보고서에는 아예 들어있지도 않은 내용을 자극적으로 조작한 '황색언론'처럼 보인다.
***첫번째, <청와대, '파병 안하면, 한국경제 초토화'>에 대해**
그러면 청와대가 7일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한 대외경제연구원(KIEP) 보고서에는 청와대 주장처럼 "이런 내용이 아예 들어있지 않았는가"를 살펴보자.
우선 첫번째, 보고서에 담긴 '이라크 추가파병과 한국경제'의 연관성부터 살펴보자.
보고서는 '이라크 파병국가의 대미수출의존도 비교'라는 항목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의존도가 일본에 이어 세계2위이며, 현재 2천5백96명을 파병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세계3위라는 점을 부각시켜 우리나라가 3천6백여명을 파병하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노무현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청와대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표>
이런 사실들을 적시한 뒤 내린 보고서의 결론은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가 대폭 늘어나는 등 우리 경제의 외국자본 유출에 대한 대응능력이 크게 확충되었지만, 상호간의 이해가 성립될 수 있는 일시적 갈등이 아닌 상당 기간 한미관계의 악화가 지속되고 이것이 한미 동맹관계, 나아가서 한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대한 변화라고 시장에서 판단하게 되면 우리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중대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은 <청와대 브리핑>이 주장하듯 "아예 들어있지 않은 내용"을 만들어 내는 집단이 아니다. 언론은 '행간의 의미'를 읽는 게 본업이다. 청와대가 왜 구차하게 '이라크 파병국가의 대미수출의존도 비교'라는 항목을 집어넣은 보고서를 공개했는지를 프레시안은 정확히 읽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청와대 '파병 안하면, 한국경제 초토화'>라는 제목이 나온 것이다.
***두번째, <백악관, 무디스 통해 한국신용등급 떨어뜨릴 것">에 대해**
두번째, <KIEP 보고서 전문 게재 "백악관, 무디스 통해 한국신용등급 떨어뜨릴 것">이라는 부제의 진실성 여부를 따져보자.
보고서에는 분명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미국계 자본과 미국계 금융기관의 분석·평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또한 미국계 금융기관의 개별국가 정치·경제·안보상황에 대한 분석·평가는 미국무성, 재무성, 백악관과의 교감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적시돼 있다.
보고서는 이어 "따라서 현상황에서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의 하락과 함께 외국자본의 증시이탈 및 이에 따른 주가하락, 우리나라 발행채권의 리스크프리미엄 상승, 해외단기차입의 연장에 애로 등 금융·외환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고 이 경우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외국인직접투자 유입도 축소 내지는 중단됨으로써 실물경제에까지 큰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을 통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적이기는 하나 미국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각종 네트워크(network)를 통해 이러한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의 국무성, 재무성, 백악관 등에서는 각각 월가(Wall Street) 및 미국사회내 외교·안보·경제전문가들과의 직접적·간접적 의견교환의 네트워킹(networking)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부연설명했다.
보고서에는 분명히 '백악관'이 적시돼 있고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적시돼 있고, '백악관과 월가의 네트워킹' 및 '영향력 행사'가 언급돼 있다.
단하나 '무디스'라는 고유명사를 언급돼 있지 않다. 그러나 각국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양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어디인가. 다름아닌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 아닌가. 특히 무디스의 경우 사실상의 세계최대 신용평가기관으로 IMF사태때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단번에 6계단이나 떨어트리며 외환위기를 주도했고, 그후 신용등급 회복 과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기관이 아닌가.
보고서에 나온 '신용등급 하락'을 할 수 있는 신용평가기관은 누구인가. 다름아닌 '무디스' 아닌가.
보다 적나라하게 묻겠다. 노무현대통령 취임직후인 지난해 3월9일 권태신 재경부국장, 차영구 국방부정책실장,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 3명이 급거 비행기로 방미, 7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제발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트리지 말아달라. 노대통령의 대미정책은 앞으로 확연한 변화를 보일 것이다. 노대통령의 방미때까지 두달만 시간을 달라"고 몇시간씩 읍소한 곳이 어디인가. 다른아닌 '무디스' 본사 아니었던가.
"백악관, 무디스 통해 한국신용등급 떨어뜨릴 것"이란 부제는 이같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나온 것이다.
***청와대, '경악의 소리'를 듣기나 했나**
<청와대 브리핑> 관계자들은 지난 7일 대외경제연구원 보고서 전문을 실은 뒤 터져나온 관련부처나 재계의 '경악의 소리'를 혹시 들었는지 모르겠다.
프레시안이 접한 이들의 '경악'의 요지는 한마디로 "어떻게 한국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미국 백악관,재무성, 국무성 등 미국의 최고권력과 월가의 네트워크를 언급할 수 있는가"였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과의 전면전'을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상식밖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국내에 들어와있는 미국계 투자가들도 청와대에 대해 더없이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물론 <청와대 브리핑>이 공개한 대외경제연구언 보고서 내용이 '미국과의 전면전'을 전제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도리어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후 파병반대 여론이 급증하자, 정반대로 '미국에의 전면협조' 없이는 우리는 죽는다는 대목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 청와대는 '해서는 안될 상식밖 행위'를 했다. '미국권력과 월가의 유착'이라는 '국제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것이다. '공정성'과 '독립성'을 주장하는 무디스가 가만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정치지상주의적 사고'가 또하나의 회복불능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혹여 <청와대 브리핑>은 이런 주장을 할지도 모른다. "프레시안이 이 대목을 클로즈업함으로써 백악관이나 무디스가 알게 된 게 아니냐. 결과적으로 프레시안이 국익을 해친 게 아니냐"라고.
참고 삼아 한가지 사실만 알려주겠다. 미안한 얘기지만 한국의 방송,신문,인터넷 뉴스는 물론 한국최고 권부인 청와대가 발행하는 <청와대 브리핑>의 내용도 거의 실시간으로 영어로 번역돼 미국 정부와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 한국내 미국기관에서 이 일을 하는 번역인력만 2백여명이 넘는다. 처음에는 정부차원의 작업으로 예산을 들여 한 정보수집작업이나, IMF사태후 한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이 급증하면서 미 정부는 유료로 번역자료를 미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 브리핑>의 한마디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더없이 진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브리핑>의 마지막 문구를 인용해 프레시안은 <청와대 브리핑>의 프레시안 모욕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청와대 관료들의 무지(無知)가 이 정도면 아예 말문이 닫힐 수밖에 없다. 이 지경에 이르면 대화나 토론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닐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