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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장병들 구했어야지"…軍 초기대응에 여론 들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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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장병들 구했어야지"…軍 초기대응에 여론 들끓어

실종자 가족 "납득 안 되는 설명" 격분…'북한 공격 때문' <SBS>도 도마에

"사고 원인을 왜 아직까지 밝히지 못하나.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것 아닌가?"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시점까지 군은 사고 원인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사고가 난 함정을 끄집어 내야만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반복해 말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군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접근한다"며 침묵하고 있지만, 1분 1초 애가 타는 실종 장병 가족들, 그리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시민들은 이 침묵을 모종의 은폐로 받아들이며 분노하고 있다.

▲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초계함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의 당시 상황을 듣던 한 실종자 가족이 "살아있다고 말해달라"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자 가족들, "함장 부실 설명했다" 격노

27일 해군 평택 2함대 사령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생존자들이 전하는 현장 상황 설명회를 열었으나 가족들은 설명이 미흡하고 진행이 불투명하다며 격렬히 항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설명회에 대표로 나온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사고 상황에 대해 "폭발 후 1초 안에 배가 두 동강 나면서 직각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가족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했다. 선박업계에서 30년 정도 일했다고 밝힌 한 가족은 "1200톤급 대형 선박이 1초 만에 가라앉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라"고 추궁했다.

이에 최 중령이 "1초라는 부분은 잘못 말했지만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은 확실하다"고 수정한 뒤 "정확한 원인은 함정 인양 뒤에야 알 수 있다"고 수습하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일부 가족들은 격분해 그를 붙잡았다.

최 중령은 설명회장 바깥에 있는 차를 타고 황급히 자리를 떴으며 가족들은 군인들에게 "함장을 다시 데려오라"고 항의했고, 몇몇 가족들은 차를 가로막으며 격하게 항의했다.

설명회에 앞서서는 2함대 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군 당국의 설명이 미흡하다며 군 부대로 진입을 시도하던 실종자 가족들에게 총을 겨눈 사실이 밝혀져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 네티즌은 해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전시도 아닌데 제 정신이냐"며 격분했다.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나라도) 어딘들 못 들어갔을까 싶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네티즌도 있었다.

▲ 천안함 함장 최 중령이 사고 당시 상황 설명을 마치고 황급히 떠나려 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이를 막고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 얘기 또 하려고 비공개 설명?

앞서 이날 오전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2함대의 브리핑은 "국방부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애초 부대 밖 대기소에 있던 가족들은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설명을 언론 앞에서 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2함대 측은 가족들을 버스에 태워 부대 내로 이동시키고 언론의 접근은 차단했다.

설명을 듣고 온 가족의 말에 따르면 부대 안에서는 밖에서 했던 설명과 다를 바 없는 얘기만 반복됐고 가족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2함대 측이 상황판을 가져다 놓고 사고 당시 '추정'되는 상황만을 되풀이 했다는 것이다.

한 실종 하사관의 가족은 "뭔가 드러나면 안 되는 점이 있으니 언론 통제까지 하며 숨기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렇듯 군이 계속 '비밀스런' 태도를 보이자 여론이 끓어올랐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지만, 대다수는 "군이 뭔가 숨기고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인 규명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네티즌 김 모 씨는 "(부대) 윗선에서 자기들끼리 브리핑하고 입 맞춘 걸로 보인다. 정확한 사실은 그들끼리만 알고 있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또 전 모 씨는 "원인도 모르고 수색도 어렵다고 하니, 대처가 미온적이고 진실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네티즌 장 모 씨는 해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생존한 이들은 분명히 이유를 알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런데 (군이) 어떠한 정보도 국민들에게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과 현재까지 알고 있는 내용을 국방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와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군 홈페이지에서 김 모 씨는 "아직도 원인 불명이라고 하는 해군 당국의 처사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며 "실시간으로 모든 사실이 알려지는 지금 시대에 군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상황 보고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지휘부, 왜 말이 없나"

또한 생존자는 장교급에 집중돼 있는 반면 실종자는 사병이 많은 편중 현상에 대해 네티즌들은 지휘부가 부하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해군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책임론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비속어를 섞어 가며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승선 장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네티즌 김 모 씨는 "위급 상황이면 마지막까지 사병들을 구하는 게 장교의 도리가 아닌가"라고 다그쳤다.

네티즌 고 모 씨는 "대체 지휘부들이 전부 먼저 구조됐는데 아직도 침몰 원인을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원인을 밝히지도 못하는 지휘부 전원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또 다른 김 모 씨는 "사고가 발생하고 침몰할 때까지 4시간이 걸렸는데, 항상 사고 대비가 되어 있는 일반 장병들이 왜 탈출을 못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함장이 과연 사고 당시부터 탈출 직전까지 어떠한 명령을 내렸는지 궁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한 국회 국방위원회는 침몰이 시작된 이후 함장의 긴급조치, 초기 대응을 문제삼았다.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배가 굉장히 크고 선미가 침수됐어도 얼마든지 피해 나올 시간과 공간이 있는데 왜 장병이 나오지 못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이윤성 의원은 "어떻게 유독 장교들만 생존했냐"며 함장과 승조원 간의 지휘와 응급대응 체계에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도 "함정이 침몰하는 3시간 동안 군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라며 "피 같은 생명 46명이 실종된 상황에서 해군의 지휘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실종 장병 가족들이 애초에 실종 소식도 군부대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들었다며 군의 비상연락망 체계와 초기 대응이 안일하다고 따지면서, 군부대와 지휘부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듯하다.

▲ 천안함 침몰과 관련 사고 해역인 백령도를 다녀온 김태영 국방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가 추측 보도 경쟁에도 비난

군이 너무 '안 밝혀서' 문제라면, 방송은 속보경쟁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교전 가능성을 섣불리 밝혀서 비난을 받았다.

특히 <SBS>는 26일 오후 11시 40분께 속보 자막을 내보내면서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이라는 자막을 내 시청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네티즌 김 모 씨는 <SBS> 뉴스 게시판에 글을 올려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는 잘못된 보도 행태"라고 꼬집었다.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염 모 씨는 "섣부른 기사와 뉴스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것 같다"고 지적하며 "(확인되지 않은 추측보다) 일단 구조부터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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