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과 이라크 경찰이 20일(현지시간) 새벽 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이자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인 아흐메드 찰라비의 자택과 INC 사무실을 급습했다. 노골적인 '찰라비 제거작전'의 전개다.
이에 대해 찰라비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에게 "즉각 이라크에 주권을 이양하라"며 강력대응해, 6월말 주권이양을 앞둔 이라크의 정치적 혼란상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찰라비 자택 급습, INC 간부 15명 체포영장**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미군과 무장한 미국 민간인들이 바그다드내 현대적인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만수르지역에 있는 찰라비 위원의 집 부근에서 목격됐으며 일부 사람들이 여러 개의 박스를 차량에 실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현재 찰라비의 가택은 미군에 의해 봉쇄된 상태에서 접근이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INC 간부 등 INC 관계자 15명에게 사기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이 가운데 일부가 체포됐다. 미국 관리들은 비공식적으로 찰라비 위원이 사담 후세인 정권시절에 이뤄진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 실시도중 이들이 수백만달러를 유용한 사건에 대한 미국의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CBS방송은 20일 이와 관련, 찰라비가 미국의 기밀정보를 이란에 흘린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명의 미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빌린 보도에 따르면, 찰라비가 유출한 정보는 "미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정보"로, 미정부는 찰라비가 이를 유출한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CBS는 또 찰라비가 의장직을 맡고 있는 INC간부가 이란 정보기관에 고용된 의혹도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찰라비 위원의 측근인 하이다르 무사위는 미국인들의 이번 조치는 찰라비가 이라크 주권 이양과 관련해 미국을 공개비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찰라비 "부시, 즉각 주권이양하라"**
찰라비는 자택 급습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 헌병의 지원을 받은 경찰이 자신의 집을 "공격했다"면서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와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CPA가 이라크에서 미국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자신의 집을 직접 공격한 것은 현재 CPA와 이라크 국민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IGC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찰라비의 한 동료위원은 연합군이 이같은 가혹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IGC 위원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찰라비 기자회견직후 연합군의 댄 세너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이라크의 주도하에 진행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찰라비가 오랫동안 이라크 재건을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단 진화에 나섰다. 다른 대변인도 연합군은 이번 공격에서 단지 지원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면서 미군이 찰라비의 가택을 침입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찰라비는 이번 공격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면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에게 이라크에 대한 지체없는 주권이양을 요구했다. 그는 "부시대통령이 이라크를 해방시킨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나 이제는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찰라비는 한때 '이라크의 이승만'이라 불릴 정도로 미국이 중시했던 인물이나, 그가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허위정보를 제공한 사실과 그의 공금 착복 혐의가 드러나면서 급속히 미국의 신뢰를 잃었다.
미국은 현재 찰라비가 이라크전 개시 이전에 그릇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며,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18일 미 상원에 출석해 INC에 매달 지급하던 34만달러의 송금을 중단했고 다른 정보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사실상의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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