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시작하며 '이라크의 이승만'으로 지목, 전폭적 지원을 해온 아흐마드 찰라비를 버렸다.
***미 국방부, 찰라비 '팽' 공식 발표**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라크의 구(舊)반체제조직인 이라크국민회의(INC)에 매달 제공해온 34만달러의 지원을, 찰라비 INC의장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이유로 내달부터 끊기로 했다.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청회에 출석한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INC에 대한 지원 중단을 시인한 뒤 "(지원 계속은) 더이상 적절치 않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포위츠는 "우리는 그동안 미군에게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찰라비 의장에게서 얻어왔으나, 앞으로는 정상적인 정보경로를 통해 입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량살상무기 등 각종 허위정보로 펜타곤 환심 사**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미국은 찰라비를 미국이 세울 민간정부 수반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던 미국이 이처럼 매몰차게 찰라비를 버리기로 한 것은 찰라비가 제공한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예로 찰라비는 지난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기 전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진 곳을 알고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수천명도 넘는다"고 공언했었다. 지난 3월 한 때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가 사실무근으로 판정난 '이라크 이동생물무기 실험실' 정보를 제공한 정보원도 찰라비 의장의 측근인 찰라비 형제들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한 명분이던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이 국제적 조소와 비난의 대상이 되자, 화가 난 미국방부가 찰라비를 용도폐기하기에 이르른 셈이다.
***'이라크의 이승만'의 비참한 종말**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찰라비를 버린 또다른 이유로 그동안 찰라비의 활동이 주로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꼽았다.
이라크 출신의 금융가인 찰라비는 후세인 정권시절 망명이라크인들의 조직인 INC를 창설하면서 미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나, 이에 앞서 요르단에서의 금융 사기사건으로 궐석재판에서 금고 22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다.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 정권 붕괴작전의 일환으로 INC에 대한 재정지원을 계속해왔고, 한 때 찰라비가 지원금을 중간착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을 끊었다가 이라크전 발발 직전에 지원을 재개했다.
미 국방부는 특히 이라크침공후 찰라비를 친미정권의 수반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아래 후세인 정권 붕괴직전에 찰라비를 비롯한 INC회원 7백명을 미군용기로 이라크로 귀국시켜, 찰라비를 과도통치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대다수 이라크인들은 찰라비가 불과 다섯살까지밖에 이라크에서 살지 않은 사실상의 외국인인 데다가, 국제사회에서 각종 사기범죄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찰라비에 대한 불신감과 적개감이 컸다. 미 언론들은 그동안 찰라비가 대다수 이라크인의 적개감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데다가 종교색이 약한 민주주의를 주창해 왔기 때문에 미 국방부의 절대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고 지적해왔다.
언론들은 찰라비가 유일한 보호막이던 펜타곤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한만큼 더이상 이라크에서 살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의 이승만'으로 지목했던 찰라비를 버린 것은 미국이 현재 이라크에서 얼마나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해있는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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