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누가 움직이는가.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시(Seymour Hersh)는 '도널드 럼즈펠드는 자신만의 특별한 정보소스를 갖고 있다. 그 정보들은 과연 믿을 만한가?'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에서 2001년 9.11테러 직후 2명으로 시작해 현재 8~9명으로 이루어진 국방부내 특수작전국이란 조직이 이라크문제에 관한 한 중앙정보국(CIA)이나 국방정보국(DIA)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폭로하고 있다.
문제는 특수작전국이 생산해내는 정보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 부시행정부내 강경파들의 입맛에 딱 맞는 '맞춤정보'들이라는 데 있다. 특수작전국은 미 강경파가 지원하는 이라크 망명객 아흐메드 찰라비와의 협조하에 9.11 주범인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과의 연계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은폐설 등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이를 미국 및 유럽의 언론에 유포함으로써 일반 미국인들의 이라크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자극했다.
지난 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72%가 후세인이 9.11테러와 직접 관련돼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후세인과 알카에다의 연계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또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국민들은 후세인이 미국은 물론 세계안보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미국민만은 후세인을 중대한 안보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노암 촘스키 등의 지적대로 폭스 뉴스를 비롯한 미국의 '애국적 언론'의 활약 덕택이었다.
<사진: 체니-월포위츠 회의>
허시 기자는 이처럼 미국 등 서방언론에 후세인 위협론의 근거를 제시한 것이 바로 국방부 내의 특수작전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이라크전쟁을 통해 미국 언론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데 이어 미국의 정보기관도 믿을 게 못 된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후세인이 제거되고 난 이제 이들의 선전공작이 또다른 '악의 축'인 북한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기사의 원문은 미국의 시사교양주간지 <뉴요커> 지난 6일자에 실렸으며 시민단체 웹사이트 <커먼 드림스>(www.commondreams.org)에서도 볼 수 있다. 편집자주
***'선별적 정보': 도널드 럼즈펠드는 자신만의 특별한 정보소스를 갖고 있다. 그 정보들은 과연 믿을만한가**
현재 미 국방부내 특수작전국(Office of Special Plans)에는 일단의 정책보좌관 및 분석가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비밀결사(Cabal)'라고 부른다. 폴 월포위츠 국방 부장관에 의해 창설된 이들의 활동은 지난 해부터 미 정보기관들의 방향에 핵심적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는 게 전임 부시행정부 및 현 부시행정부 관리들의 증언이다. 이들 정책보좌관과 분석가들은 2001년 9.11테러 직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이들이 작성해낸 수많은 정보평가서들은 이라크에 대한 미 국내여론 형성과 정책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미국의 다른 정보기관들의 자료와 아흐메드 찰라비가 이끄는 이라크 망명 반체제인사들의 단체 이라크국민평의회(INC)가 제공한 자료들에 의존했다. 지난 해 가을 이들의 활동은, 최소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가능성 및 알카에다와의 연계에 관한 대통령의 정보 소스로서는,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국방부 자체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에 필적할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5월초 현재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부시행정부 내외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대량살상무기 발견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한 정보들은 이제 그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다.
특수작전국의 책임자인 아브람 슐스키(Abram Shulsky)는 보수파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의 저작에 정통한 학자풍 전문가이다. 지난 30여년간 슐스키는 정보 및 대외정책 문제에 관해 조용히 천착해 왔다. 1980년대 초반 그는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스태프로 일했으며 레이건행정부 당시 리차드 펄 국방부 차관보 밑에서 일했다. 그후에는 랜드연구소에서 일했다. 특수작전국은 해군 장교 출신인 윌리엄 루티 차관의 감독을 받고 있다. 루티는 일찍부터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주장해 왔다. 부시행정부가 전쟁쪽으로 기울고 국방부 내의 민간인들이 정책결정권을 장악하게 됨에 따라 그의 위상은 더욱 높아가고 있다.
DIA의 전 중동지국장 패트릭 랑은 이렇게 말한다.
"국방부는 현 정부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똘똘 뭉쳤으며 결국은 성공했다. 그들은 찰라비도 조종하고 있다. DIA는 협박을 받았고 아주 흐물흐물해져 버렸다. CIA 친구들은 배짱이라곤 전혀 없다."
***우선 믿고, 거기에 맞춰 팩트 수집**
특수작전국 쪽에서도 할 말은 많다. 루티 밑에서 일하는 한 국방부 관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른 정보기관들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보기에 다른 정보기관들은 분석작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월포위츠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정보들을 그에게 제공하고 있다. 다른 정보기관들은 아직도 냉전시대 때와 같은 임무를 찾고 있다."
특수작전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 정책보좌관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관료적인 불평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슐스키와 루티는 정책토론에서 승리했다. 그들은 국무부와 CIA를 상대로 해서 이긴 것이다. 그들이 이긴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데 보다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루티는 반대파보다 똑똑했고, 월포위츠 역시 마찬가지다. 논전에서 이긴 것이다. 그것은 공정한 싸움이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새로운 안보정책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설득한 것이다. 논쟁에서 진 측은 이긴 편을 깎아내리는 데에만 능숙할 뿐이다. 8,9명밖에 안되는 이 조그만 무리가 어떻게 논쟁에서 이겼는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이 보좌관에 따르면 특수작전국이 창설된 것은 월포위츠와 그의 상관 럼즈펠드 장관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긴밀한 연계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라크가 엄청난 양의 생화학무기는 물론 중동지역, 나아가 잠재적으로는 미국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사진: 럼스펠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가능성은 1차 걸프전 이전부터 국제사회의 우려사항이었다. 사담 후세인은 과거 화학무기를 실제로 사용했다. 한때 그는 생물학무기와 함께 수천발의 화학무기 탄두를 제조한 적이 있으며 핵무기 개발도 추진했었다. 문제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1991년 전쟁 이후 십수년간의 유엔 무기사찰과 비행금지, 그리고 경제제재를 당하고서도 잔존한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한편 9.11 이후 이라크와 국제 테러조직간의 연계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지난 2월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72%가 사담 후세인이 9.11테러와 개인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자가 연계돼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럼즈펠드와 그의 동료들은 CIA가 이라크 상황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위에 말한 국방부 정책보좌관은 "CIA는 이라크와 국제테러와의 연계를 부인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수작전국의 목표는 "자료들을 정밀하게 검토해 다른 정보기관들이 찾아내지 못한 것을 밝혀내는 것"이라며 "슐스키가 가장 중요한 몫을 해냈다"고 말했다.
심지어 9.11 이전에도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이었던 리차드 펄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미 정보기관의 평가에 대해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2001년 3월의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펄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가? 분명히 갖고 있다. 우리는 그가 생물학무기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 화학무기를 갖고 있음도 알고 있다. 핵무기에 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의 추정보다는 더 진전돼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적들은) 언제나 우리의 추정보다 앞서 나간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들의 능력을 평가할 때 우리는 언제나 '입증을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한다. 만일 우리가 캐낸 모든 사실들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가 보고할 수 있는 것 이상이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지난 해 10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럼즈펠드는 한 정보팀에게 CIA가 간과했을지도 모르는 "이라크의 적대적 의도 또는 테러조직과의 연계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 기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럼즈펠드는 처음에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9.11 직후 소그룹이, 아마도 처음에는 2명이었다가 지금은 4명이라고 생각되는데, 정보기관들로부터 제공받은 산더미같은 자료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
동시에 그는 이 브리핑에서 "이라크 내에 알카에다 조직원이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보고받았노라고 말했다.
***이라크 망명자들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소스**
특수작전국이 이라크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정보소스는 이라크 망명자들이었다. 특수작전국은 불가피하게 아흐메드 찰라비의 INC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INC는 사담 후세인에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연합조직으로 끊임없이 이라크 망명자들을 발굴하고 있었다. 특수작전국은 INC와 긴민한 협조관계를 구축했으며 이 때문에 CIA와의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또 전쟁 여부를 놓고 국무부와 끊임없이 설전을 벌여온 국방부에게도 좋은 무기가 됐다. 특수작전국은 또한 INC의 정보보고서를 백악관에 전달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한편 찰라비는 월포위츠나 펄 등과 수년전부터 깊은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들의 관계는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깊어졌으며 찰라비의 개인적 친분은 행정부 내의 다른 인사, 즉 럼즈펠드, 더글라스 페이스(국방차관), 루이스 리비(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까지 넓혀졌다. 또한 찰라비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유명 인사들을 비롯한 보수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 등 일부 민주당 인사들도 그를 후원하고 있다.
찰라비와 미국간의 관계에는 또다른 차원이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CIA는 INC에 매년 수백만달러를 비밀리에 지원했다. CIA의 전 중동지국장에 따르면 이같은 비밀지원은 1996년 무렵 끝이 났다. CIA가 찰라비의 성실성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1992년 찰라비는 금융사기 혐의로 요르단에서 궐석기소 당했는데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CIA의 또다른 전임 중동지국장은 찰라비 일당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들을 다룰 때는 언제나 의심을 해야 한다. 그들은 정보를 조작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 자신의 목표(agenda)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치조직이지 정보기관이 아니다."
<사진: 찰라비>
1995년 8월 이라크의 무기개발 책임자였던 후세인 카멜 중장과 그의 동생 사담 카멜 대령이 요르단으로 망명했다. 이들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노력에 관한 정보들을 담은,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함께 갖고 왔다. 이 정보들은 1991년부터 이라크 무기사찰을 진행해 온 유엔 사찰단도 모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유엔 사찰단원에게 장시간 심문을 받았다. 1996년 후세인은 이들 형제에게 사면을 약속, 이라크로 불러들인 다음 이들을 죽였다. 카멜이 가져온 정보는 유엔 사찰단의 실패를 대중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부시행정부의 캠페인에 주요한 무기로 활용됐다.
지난 해 10월 신시내티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카멜의 망명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후세인은 "3만 리터 이상의 탄저균 등 치명적인 생물학무기를 만들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보다 2주일 전 체니 부통령은 후세인 카멜의 망명은 "무기사찰보다는 망명자들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 사찰단의 후세인 카멜 심문기록 전체를 보면 이라크가 화학 및 생물학무기 대부분을, 모두가 1991년 걸프전쟁 이전에 제조된 것인데, 파기했으며 그것도 대부분 유엔의 무기사찰에 대응한 조치라는 점을 카멜이 말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1995년 8월 22일 롤프 에케우스 당시 유엔 무기사찰단장과 니키타 스미도비치와 마우리지오 지페라로 등 고위 측근 2명과 함께 한 심문기록에 따르면 카멜은 사찰단에 대해 "당신들은 이라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도비치가 작성한 당시 기록에 따르면 카멜은 "당신들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당신들은 이라크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스미도비치가 유엔 사찰단이 "(대량살상무기) 파기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자 카멜은 "사찰단이 입국하기에 완료됐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또한 이라크가 미사일 탄두들도 파기했다고 말했다. 그후의 심문에서 카멜은 "우리는 화학무기를 생산하지 말라는 명령도 내렸다"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걸프전 이전에 화학무기 생산이 재개된 기억이 없다. 아마도 (생산됐다 해도)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한 최소한이었을 것이다... 모든 화학무기들이 파기됐다. 나는 모든 화학무기의 파기를 명령했다. 모든 무기들이-생물학, 화학, 미사일, 핵- 파기됐다."
***유엔 사찰단, 망명자 주장 증거 발견 못해**
찰라비 일파는 미 국방부의 도움을 받아 생생한 이야기거리를 가진 망명자들을 미국 및 유럽의 기자들에게 소개시켰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기사들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진전이나 테러조직과의 연계에 대해 매우 극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어떤 경우 이들 기사들은 CIA의 분석에 의해 그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INC가 발굴한 망명자들의 왜곡이나 진술의 불일치는 이라크전쟁 발발 수일전 완료된 유엔 사찰단의 마지막 사찰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정치학 강사인 글렌 랑왈라 박사는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 분석한 결과 유엔 사찰단은 망명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렸다.
일례로 많은 신문들은 지난 2001년 INC의 도움을 받아 이라크를 탈출한 토목기술자 아드난 이산 사에드 알하이데리의 인터뷰기사를 다뤘다. 그는 자신이 20개의 비밀시설을 방문했으며 이들 비밀시설은 생물학 및 화학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같다면서 바그다드의 한 병원 지하에 그같은 시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5일 유엔 안보리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미국은 엄청난 양의 생물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동식 공장에 대한 "1차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하이데리의 주장이 이같은 주장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겨울에 이라크에 복귀한 유엔 사찰단은 하이데리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아낼 수 없었다. 한스 블릭스 유엔 사찰단장은 전쟁 발발 직전 발표한 성명에서 사찰단은 지하투시 레이더장비 등을 동원해 병원과 기타 의심장소에 대한 물리적 검색을 했으나 "현재까지 생물.화학무기 생산 및 저장을 위한 지하시설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9.11테러 직후부터 INC는 이라크가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망명자들의 이야기를 유포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2001년 10월 14일 뉴욕타임스와 공영방송 PBS의 '프론트라인'이 공동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이라크 육군 대위 출신의 사바 호다다는 9.11작전은 "사담에 의해 훈련받은 자들의 소행"이며 이라크는 테러요원들에게 하이재킹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정보기관의 예비역 중장으로만 신원이 밝혀진 또다른 망명자는 2000년 바그다드 남부의 살만 파크라는 마을 인근의 한 훈련장에 계류된 보잉 707기에서 하이재킹 기술을 훈련받고 있는 아랍계 대학생들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CIA 지국장과 전 군사정보 분석가는 필자와의 별도의 인터뷰에서 살만 파크 인근의 훈련장은 테러훈련이 아닌 대테러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중반 이슬람계 테러리스트들의 비행기 납치가 빈발했었다. 예를 들어 1986년 친이란 과격분자들이 이라크의 여객기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수류탄이 폭발, 비행기가 추락해 65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이란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이라크는 (대테러 작전을 위한) 서방측의 도움을 요청했으며 결국 영국의 MI6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CIA도 중동 전역에 걸쳐 유사한 대테러 훈련을 지원했다. 전 CIA 중동지국장은 "우리는 미국과 협조관계에 있는 모든 동맹국들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유엔 사찰단원들은 9.11테러 발생 10년전인 1991년 살만 파크 인근의 생물학무기 공장을 방문했을 때 대테러 훈련에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 동체를 본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 훈련장이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직 CIA 관리는 테러리스트라면 공개된 장소의 비행기에서 훈련받지 않는다면서 "그런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러리스트들은 지하실에서 훈련한다. 하이재킹을 연습하기 위해 진짜 비행기는 필요치 않다. 9.11테러범들은 체육관에서 연습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하고 비행기를 되찾는 연습을 하려면 진짜 비행기 안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만 파크는 지난 4월 6일 미군에 의해 장악됐다. 현재까지 그곳의 훈련장이나 전 생물무기공장에서는 망명자들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시행정부에서 일했던 한 전직 정보관리는 INC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이라크로부터 탈출자를 빼내 국외에서 그를 심문했던 사례를 얘기했다. 그를 심문했던 사람은 DIA 요원이었는데 그는 찰라비측이 제공한 통역에 의존해 이 망명자를 심문했다. 비밀로 분류된 DIA의 이 심문기록은 지난해 여름 언론에 유출됐다. 이 보고서를 보도한 영국의 더 타임스는 이 망명자 어떻게 1990년 후반 이라크내의 비밀장소에서 알카에다 조직원과 훈련을 받게 됐으며 실제 훈련과정은 어땠는지, 화학 및 생물학무기의 사용법에 관해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이 망명자가 어떻게 다른 인물로 변신해 다른 장소에 배체되게 됐는지에 대해 매우 소상하게 기술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CIA 요원들이 자체 통역을 대동하고 이 망명자를 심문했다. "그는 '아냐, 그건 내가 말한 게 아닌데'라고 말했다"고 전직 정보관리는 전했다. "그는 '나는 페다인(이라크 민병대) 캠프에서 일했지, 알카에다는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는 결코 보지 못했다" 이 정보관리에 따르면 CIA는 그후 "망명자의 정보가 부정확한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시 말해 문서로 만들었다" 그러나 당초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CIA의 이 문서도 기밀로 분류됐다. 이 정보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왜 누군가가 이 문서도 언론에 유출시켜 당초 보고서의 잘못을 바로 잡지 않을까 하고 궁금해 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CIA 문서는 언론에 유출되지 않았다."
***국방부 정보분석가들의 '해괴한' 이론**
이 전직 정보관리의 증언은 이어진다.
"내가 정보기관을 떠난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부시행정부내의 강경파)이 CIA 및 다른 정보기관의 정보를 자신의 입맛에 맞을 때만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보기관들이 올리는 정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를 데려다가 이런저런 것들을 쓰게 만든다. 그들은 너무도 미쳐 있고, 너무도 멀리 나가 있으며, 너무도 합리적 논쟁을 하기 어려운 집단이라 '해괴하다(bizarre)'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너무도 독선적이어서 마치 자신들은 신이 주신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들의 이론에 맞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상원 정보위에서 활동한 바 있는 민주당 출신 전 상워의원 밥 커리는 부시 대통령의 후세인 전복 결정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현재 뉴욕의 뉴스쿨 학장을 맡고 있는 커리 전 상원의원은 "나는 이라크에 민주적인 세속정부를 건설한다는 목표 하나만으로도 이제까지 우리가 해온 모든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떼면서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정보조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를 용인할 수 있는 선 이상으로 확대해석했다. 아마도 부시행정부의 강경파들은 미 국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라크를 해방시키고 독재자를 몰아내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대량살상무기와의 연계를 만들어내야 했고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라크 침공과 9.11테러와는 관련이 있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도록 방치했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주장 중에 가장 취약하며 가장 오도의 위험이 높은 주장이다. 그들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들이 (그 정보들로부터) 도출되는 결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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