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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공통점, 비정규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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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공통점, 비정규직이 없다

[토론회]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청소, 보안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써도 된다는 생각.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채용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의 불평등은 당연하다는 생각.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정규직이 늘어나면 정규직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임금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이런 통념을 뚫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이룬 사례가 있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서울대병원분회와 경북대병원분회 이야기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26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과정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주된 화두는 전환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싸웠다는 점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 합쳐 비정규직 직접고용 전환 이룬 두 병원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김진경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장은 서울대병원의 비정규직 투쟁사와 정규직 전환 과정을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중 가장 빠른 지난 9월 노사가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에 합의한 사업장이다.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고집하던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으로 방향을 바꾼 뒤, 10월 경북대병원, 11월 강원대병원이 직접고용에 합의했다.


김진경 서울지부장은 "서울대병원에서 가장 먼저 외주화가 일어난 곳이 2000년 소아 병동의 급식 노동자"라며 "당시에 병원이 외주화를 하지 않겠다던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어기고 기습적으로 하청업체를 들여보내 당시 노동조합 대의원들이 새벽에 뛰어나가 몸싸움까지 해가며 업체의 진입을 막으려고 했었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2년 단위로 계약직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한 기간제법이 통과될 당시 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파업을 했고, 이후에도 콜센터, 수납, 간호 운영직 등의 외주화를 막아왔었다"며 "노동조합에 이런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는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의 전환 과정을 설명한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장은 "외주화 저지 노력을 해왔지만 모두가 지쳐가던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발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전환 과정에서는 교육, 홍보, 토론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에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을 설득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도 높았다"고 전했다.

▲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의미와 교훈 토론회. ⓒ프레시안(최용락)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울 수 있었던 이유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에 이견을 제기하는 정규직 노동자를 설득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현 본부장은 "병원이니 의사, 간호사 등 보건직이 아닌 청소나 시설관리 노동자까지 정규직화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며 "그럴 때면, '그럼 지금 정규직인 임상병리사나 사무직은?' 이라는 식으로 되물으며, '청소나 시설 노동자가 지금 비정규직이라 비정규직인 건지 꼭 어떤 업무가 비정규직일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 본부장은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의료연대본부 사업장들은 자주할 경우 1년에 서너 번 정도 정규직 출신 대의원과 비정규직 출신 대의원을 모아서 하루 종일 회의를 갖고, 그래도 소통이 안 되면 전 조합원을 모아서 집담회를 연다"며 "평소에도 그런 자리에서 이견이 있는 주제나 올해의 목표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해온 것이 전환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두 병원의 사례가 특수한 사례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위원은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의미와 교훈에 대해 분석했다.

엄 위원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있어 정부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에 맞서는 또 다른 이해당사자로 여기며, 정규직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회사 방식의 전환을 열어뒀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사례는 이런 정부 구상에 균열을 내며,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조합 전체의 과제로 삼아 싸우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엄 위원은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을 특별한 사례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두 병원뿐 아니라 먼저 비슷한 과정을 거쳤던 철도나 서울교통공사 등의 사례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방향이라는 점을 노동조합이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조합원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있을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비정규직 투쟁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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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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